▲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최근 경기도로 이사 간 친구와 점심 한끼 자리에서다. 무주택으로 지내다 집 살 타이밍을 놓쳤고, 갱신권으로 버티며 고민만 키워가다 끝내 밀려난 흔하디 흔한 사연의 주인공이다. 마침 식당 TV에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장면이 나왔고, 화면 하단 '전세 문제는 정상화 과정'이란 헤드라인이 지나갔다. 씁쓸하게 수저를 내려놓는 친구의 입꼬리가 떨렸다. "나는 비정상이란 거네."
이재명 대통령이 보여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인식은 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전세난을 두고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자평한 것 외에도 지난 1년간 부동산 가격 상승 압력을 "나름 잘 막아왔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 "50%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라는 자화자찬도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언뜻 수치로 보면 동조하는 의견이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정부 정책이 불러오는 피해는 온전히 약자들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비정상적 전세를 소멸시켜 외곽으로 떼밀린 무주택자의 절규는 뒤로한 채 규제에서 비껴난 일부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듣는 꼴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高 현상을 두고 대한민국 성공의 비용이라 자평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부터 심상치 않았다. 코스피 8000 시대에서도 서민들은 오늘도 허리띠를 졸라맨다. 소득 하위 20%는 가처분소득의 96.5%를 식비와 주거비 등 필수 생계비로 털어 넣는 극한의 경제 상황이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때다. 이들에게 전세의 소멸과 급격한 월세화는 정상화가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왜 성공의 비용과 정상화 과정의 청구서를 약자들이 떠안아야 하나. 조세부담이 집중된 상위 30%는 배제한 채 소득하위 70%에 고유가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상쇄될 리 만무한 고통이다.
1929년 대공황 초기, 허버트 후버 미국 대통령은 실업자가 넘쳐나고 은행이 줄도산하는 비상상황에도 "경제 펀더멘털은 튼튼하다", "번영이 모퉁이만 돌면 있다"며 현실을 부정했다. 현실을 낙관하는 안이함과 아집의 결과는 참혹했다.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고, '후버빌(Hooverville)'로 불리는 빈민들의 판자촌이 난립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2022년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는 경기부양을 위한 450억 파운드 가량의 대규모 미니 예산을 밀어붙이다 시장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트러스 총리는 끝끝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버텼지만, 영란은행의 긴급 개입까지 초래하며 취임 45일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먼 과거를 되짚지 않더라도 지도자의 현실 부정이 참사를 부른 사례는 넘쳐난다. 
시장 공급을 물리적으로 틀어막고 건설 비용 폭등을 방치하면서, 파생된 주거 불안을 '성공'과 '정상화'로 포장하는 억지는 1929년 후버의 '펀더멘털 타령'과 다를 바 없다. 무주택 서민들의 피눈물을 쥐어짜 내어 달성하는 정상화란 경제학 사전에 존재하지 않는다. 잘못된 규제로 시장을 망가뜨렸다면 핑계 없이 사과하고 다주택자와 시장이 숨 쉴 퇴로를 열어주는 게 먼저다. 밀려나는 약자들의 고통을 비정상으로 방치하는 오만한 리더십 아래서 진짜 경제의 정상화는 요원한 이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