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기 무소속 의원. ⓒ서성진 기자
김병기 무소속 의원을 둘러싼 13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이 수사 진행이 빠른 일부 혐의에 대해 '1차 결론'을 냈지만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서 '보완수사'를 하도록 지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서울청이 6·3 지방선거 이전 김 의원의 혐의 중 일부를 분리해 먼저 송치하는 것을 국수본이 막게 된 셈인데, 이에 대한 국수본의 설명이 석연치 않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은 "사법경찰관은 하나의 사건 중 피의자가 여러 사람이거나 피의사실이 여러 개인 경우로서 분리해 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그중 일부에 대해 송치·불송치 등의 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또 '경찰수사규칙'은 "사법경찰관리는 고소·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 수사를 마쳐야한다"고 정하고 있다. 
서울청이 수사가 마무리된 일부 혐의부터 우선 송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이 이례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김 의원 사건이 지방선거 전에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은 서울청 수사팀의 판단보다는 국수본의 지휘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국수본은 서울청의 결론에 대해 보완수사 지휘를 '해야만 했던' 충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실제 서울청은 분리 송치를 언급했던 지난 4월부터 일부 혐의에 대한 수사를 상당 부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성주 국수본부장 역시 8일 "서울청이 일부 의혹에 대해 1차적인 결론을 갖고 있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국수본은 어떤 이유로 서울청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는 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을 한꺼번에 정리하자는 취지"라고 말했지만 규정에 따르면 경찰은 13개나 되는 김 의원의 의혹을 '굳이 한꺼번에 정리해야만 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국수본은 보완수사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고 있다. 서울청이 어떤 혐의에 대해 1차 결론을 내렸는지, 국수본은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추가로 확인해야 할 쟁점이 무엇이었는 지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한꺼번에 정리하자" "수사 중이라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는 원론적인 설명만으로는 9개월 넘게 이어진 수사 지연을 납득하기 어렵다.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뉴데일리 DB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결과뿐 아니라 과정에서도 담보돼야 한다. 특히 유력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사건일수록 수사 지연 자체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3 지방선거에서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했지만 서울시장 탈환에는 실패했고 보궐선거에서도 부산 등 주요지점에서 패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선거 이전 김 의원 수사 결과가 일부라도 공개됐다면 정치적 파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수본이 서울청의 분리 송치를 막은 것이 적절한 판단이었는지는 최종 수사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서울청이 이미 일부 혐의에 대한 판단을 마친 상황에서 국수본이 사건을 돌려보냈다면 국민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설명을 해야할 책임 역시 국수본에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국수본이 내놓은 설명은 석연치 않고, 불완전하다. 경찰이 스스로 정한 신속 수사 원칙을 넘어 장기간 사건을 끌고 가면서도 원론적인 답변만 반복한다면 불필요한 의혹과 추측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