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부터 순차적 온라인 개학… 교육부, 온라인 사각지대·직업계고교·학생평가 등 대책 없어
  • ▲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안도감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상윤 기자
    ▲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안도감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상윤 기자
    우한코로나 여파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안도감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교도, 교사도, 가정도 모두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준비가 안 된 상태인 데다, 스마트 기기 취약계층 등 온라인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 발표 이후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못한 교육부를 향해 "사전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1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전국의 초·중·고교 교사들은 이날부터 출근해 온라인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교육부는 4월9일 온라인 개학에 앞서 모든 학교와 교사들에게 원격교육계획 수립, 소통체계 구축, 학생·학부모 대상 사전 안내, 교원 자체연수, 원격교육 플랫폼 선정·테스트, 학생 원격수업 준비상황 점검 등을 요구했다.

    온라인 개학은 학교급(초·중·고교)과 학년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고3과 중3이 4월9일 가장 먼저 온라인으로 개학하고, 고1~2·중1~2·초등 4~6학년은 16일, 초등 1~3학년은 20일이다. 유치원생은 원격수업 대상에서 제외됐다.

    9일부터 '온라인 개학'… 현장에선 "준비 부족" 지적

    교육부의 '원격수업 운영기준안'에 따르면, 온라인 수업 방식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동영상 강의 등을 통한 단방향 수업 △과제형 수업 등으로 나뉜다. 교육부는 교사가 EBS 강의, 유튜브 콘텐츠 등을 활용해 학습진도를 나가면서 쌍방향 수업이나 과제수업 등을 병행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학교현장에서는 온라인 개학을 두고 우려가 크다. 원격수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인 데다 준비기간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기기 취약계층 등 온라인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을 위한 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전국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하면 서버 과부하가 심각할 것"이라며 "학교나 교사 간 온라인 수업장비와 기술격차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학교에도 무선인터넷 망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고 원격장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동구의 초등학교 교사는 "데이터 용량 확보 등 원격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서 동시에 많은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학습효과가 떨어져 교육의 양극화가 커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생이나 특수학교 학생 등 교사의 직접지도가 필요한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으로 적절한 학습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구체적 학습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 당분간 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초등 저학년, 특수학교 학생 등 온라인 학습효과 '의문'

    초등생 자녀를 둔 서울 상암동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어린데 맞벌이 부부라 학습을 도와줄 사람이 없어 고민"이라며 "스마트 기기 조작법도 서투른 상태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 ▲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안도감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상윤 기자
    ▲ 우한 코로나(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안도감보단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정상윤 기자
    특성화고 등 실기수업 비중이 높은 직업계 고교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 직업계 고교는 우선 온라인으로 이론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고, 등교 이후 실습수업을 집중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학생 평가 방식도 원격수업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학생 평가는 출결과 수행평가, 지필고사 등으로 이뤄지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이 같은 평가가 쉽지 않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수행평가는 실시간수업일 때만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며 "단순 과제 제출식 방법은 공정성 시비가 붙을 수 있다. 특히 성적이 민감한 시기인 고등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평가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당장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저소득층 가정들이다. 현재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교 자녀를 둔 가정을 대상으로 디지털 환경현황을 파악 중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67%가량 조사가 완료됐고, 이 중 17만여 명이 스마트 기기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학이 일주일 남짓 남은 시점에 기기 보유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자 현장의 우려는 더 커졌다. 교육부는 "가구 소득이 중위소득 50% 이하인 교육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한 스마트기기·인터넷 지원계획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큰 틀의 대책만 밝혔을 뿐이다. 스마트기기 보급 기준이나 보급 시기 등 구체적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대책 없는 온라인 수업에… "현장은 혼란과 불안"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 대책을 두고 비판이 잇따른다. 우한코로나 확산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교육부가 1차 개학 연기를 결정할 때부터 온라인 개학을 고려해 정교한 대안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연국 미래통합당 선대위 상근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내고 "정부는 수차례 개학을 연기하면서도 아이들의 학습권 침해와 입시일정 등과 관련한 기본적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교육현장은 혼란과 불안으로 들썩였다"고 비판했다.

    정 대변인은 "무계획적 정부 무능이 국민의 삶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며 "온라인 도구의 안전성 점검, 학교의 통신환경 구축, 기자재 지원 등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손을 놓고 있었다. 개학을 네 차례나 미룰 때까지 아까운 시간만 흐른 것"이라고 혹평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온라인 수업이 계층‧지역 간 교육격차를 초래하지 않도록 교육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학교와 교원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교육당국이 분명하고 실현 가능한 대책을 제시하고, 이행을 위한 지원행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