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n번방 관전자' 처벌 가능하지만… 실제 처벌 미지수, 왜

관전자, 아청법 위반 처벌 가능… 26만 명 참여 증거목록 확보 여부, 참여자 특정 여부 등 난관

입력 2020-03-23 17:08 수정 2020-03-23 18:07

▲ '텔레그램 n번방' 관련자들의 처벌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방은 운영한 조모씨뿐 아니라 일부 관전자들에 대해서도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상윤 기자

미성년자 등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 동영상을 제작,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유통한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논란이 일파만파다. 'n번방' 운영자는 물론 이들 영상을 시청한 관전자들도 신상을 공개하고 엄벌하라는 목소리가 높다. 법조계에서는 '관전자'도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 사건 관련자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증폭된 것은 지난 19일 'n번방 운영자' 조모 씨가 구속되면서다. 조씨는 미성년자가 포함된 피해여성들의 성착취 동영상을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영상은 텔레그램 1~8번방 등 8개의 채팅창에서 공유됐다고 한다. 여러 개의 방 중 가학적이고 '가장 수위가 높은' 방으로 불리는 '박사방' 운영자가 바로 조씨다.

"조건부 회원 모집 후 영상 촬영·유포… 회원 처벌 가능"

그렇다면 이들 영상을 시청한 관전자들도 처벌할 수 있을까. 방 참여자들은 대화창을 통해 '강간하자'고 말하는 등 범죄사실을 인지했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텔레그램의 경우 영상을 보는 동안 자동으로 다운로드되기 때문에 아동·청소년물을 소지한 것으로 간주되고, 이에 관전자들도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조계도 처벌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사람들이 웹하드에 들어가 이미 올라온 영상을 본 것이 아니다"라며 "운영자가 먼저 n번방 회원을 조건부로 모집했고, 이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이 회원이 된 뒤 영상이 촬영되고 유포된 것이기 때문에 단순 시청자들도 처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영상물 소지죄뿐 아니라, 영상 유포에 따른 성폭력법 위반 공범으로 적용 가능하다'는 말이다.

김 변호사는 "다만 형법상 강요·협박 등의 공범 여부는 면밀히 살펴야 하는 부분"이라며 "과거에는 '살인' 등 강력범죄에 한해 신상이 공개됐으나 이번 건은 국민적 공분이 거세, '박사' 조씨의 신상이 공개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성범죄분야 전문변호사인 이모 변호사도 "이론적으로는 조씨뿐 아니라 범죄라는 걸 알면서도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고 범죄에 참여한 행위를 한 이들 역시 처벌 대상"이라며 "시청 시 자동으로 영상이 다운로드되는 것이 텔레그램 시스템이라면, 아동·청소년법상 영상을 소지한 것으로 간주돼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관전자'들이 처벌될지는 미지수다. 이들 영상을 본 관전자들의 텔레그램 참여 등 증거들을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26만 명이나 된다는 참여자들의 대화목록 등 증거를 실제로 압수할 수 있을지, 참여자들을 특정할 수 있을지, 운영자 조씨가 범행에 가담한 이들을 수사기관에 말해줄지 등 난관이 있다"고 말했다.

"관전자 처벌, 증거 확보 관건"… 솜방망이 형량도 문제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일명 '박사' 조씨의 경우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 행위를 강요한 점 등에 비춰 아동복지법과 형법상 강요·협박죄 등으로으로 처벌 가능하다"며 "그러나 단순히 그 영상을 본 이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방조'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이라면 영상물을 소지하기만 해도 처벌되지만, 26만 명의 '관전자'들이 영상을 소지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입법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불법 영상을 시청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근거조항은 없다. '불법 영상물 소지죄'는 아동·청소년 관련 영상물일 때만 적용된다.(아청법 11조) 성인을 상대로 한 불법 영상물을 소지한 행위는 처벌할 근거 조항도 없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 처벌규정 중 형량이 높은 것은 '아동·청소년 영상을 제작·수입 등을 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규정(아청법 11조1항)이다. 영상을 '영리 목적'으로 유포하는 경우 7년(성폭력특례법 14조3항) 내지 10년(아청법 11조2항)에 처해진다. 아동·청소년 음란물인줄 알면서 이를 소지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불법촬영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우리 사법부가 내린 디지털 성범죄 형량은 낮다. P2P 사이트에 올린 가해자에게는 징역 1년이(2019도5283), 아청법 위반 사건에는 징역 2년6월(2017노756) 등이 선고된 바 있다. 미국은 아동·청소년 영상물을 소지만 해도 징역 10~20년을 선고한다. 

조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위반(아청법 아동음란물제작), 강제추행, 협박, 강요, 사기, 개인정보 제공,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 혐의 등 7가지다.
뉴데일리 댓글 운영정책

뉴데일리 경제

대구·경북

메인페이지가 로드됩니다.

로고

뉴데일리TV

칼럼

특종

미디어비평

제약·의료·바이오

선진 한국의 내일을 여는 모임. 한국 선진화 포럼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