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 뜻밖의 상황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뜻밖의 상황“표현의 자유가 낳은 극악한 폐해로군!” “!”“이건 처음부터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현실인식을 포기한 거야. 거기다 편협한 시각으로 정치 쟁점만을 끄집어내 기사로 작성했고.”재국은 우연히 클릭한 진보계열 잡지의 커버스토리 기사를 보

    2012-12-06
  • <29> 의혹의 눈초리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의혹의 눈초리“귀는 마음으로 통하는 길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지원과 헤어진 현우의 아쉬움을 라디오는 알아주었다. 그 무렵, 지원은 집 앞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고 있었다. 지원은 오늘 오후의 느낌을 음악CD를 재생하듯 다시금 한 트랙씩 되살

    2012-12-05
  • <28> 어부사(漁父辭)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어부사(漁父辭)홍화의 예상이 적중했다. 외국의 헤드헌터에게 농락당한 연구원 변성일의 죽음이 아침부터 TV마다 메인뉴스를 장식했다. 한편 정오 무렵, 현우는 시내의 대형 백화점 숙녀복 코너에서 어머니의 선물을 한참 고르고 있었다. 요즘은 너나

    2012-12-04
  • <27> 헤드헌터(Head Hunter)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헤드헌터(Head Hunter)와인 셀러에는 활짝 핀 꽃의 꽃술처럼 세계 각국의 와인 450여 종이 촘촘히 꽂혀 있었다. 실내 인테리어는 짙푸른 바탕에 황금색 가루를 흩뿌려놓은 것 같은 대리석 위에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 궁전처럼 우아했다.

    2012-12-03
  • <26> 두 얼굴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두 얼굴현우는 여태껏 자신이 알고 있는 지수가 쌍둥이 자매의 언니인 지원이라는 사실을 짐작조차 못했다. 아니, 현우는 지원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그럴 필요성도 전혀 느끼지 못했다. 현우 역시 여느 사랑에 빠진 사람들처럼 환상만

    2012-11-30
  • <25> 증거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증거한 주가 시작되고 다시 며칠이 지났다. 잠자리의 날개처럼 하늘거리는 옷마다 그려진 꽃들, 그리고 천상의 불꽃처럼 화려한 색채들. 거리는 그림 속 풍경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림 밖으로 튀어나와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들 같았다.

    2012-11-29
  • <24> 지하 공간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지하 공간화원의 뒷마당은 제철이 아닌 꽃나무와 분재들로 꽉 차 있었다. 지수는 숲길처럼 난 화분들 사이의 통로를 나비처럼 빠져나갔다. 그러자 그 끝에 제법 규모가 큰 또 다른 시설물 하나가 피라미드처럼 눈부시게 서 있었다. 피라미드형 시설물

    2012-11-27
  • <23> 윤지수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윤지수정원은 간밤에 이런저런 생각들로 잠을 설친 터라 얼굴뿐만 아니라 의식까지 푸석푸석했다. 그래서 그 건조함을 몰아갈 한 줌의 바람이 필요했다. 폭풍이면 더 좋았다. 그때 재국이 슬며시 등 뒤로 다가와 정원의 허리춤으로 무언가를 불쑥 내밀

    2012-11-26
  • <22> 윤일현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윤일현지수는 설거지를 하는 내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음악을 한 음도 놓치지 않고 낮은 소리로 흥얼거렸다. 그 행복감은 새로운 아침이라도 맞은 듯 소파에서 책을 보고 있는 현우에게 신선한 산들바람으로 불었다. 그때 떨어진 나뭇잎 하나가

    2012-11-24
  • <21> 램프워킹(Lampworkig)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램프워킹(Lampworkig)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정원은 흡사 야간사냥을 나가는 사자 같았다. 그때 반대편 복도 끝에서 단정하게 네이비 색상의 바지정장 차림을 한 유진이 걸어왔다. “팀장님, 들으셨어요?”“중견방위산업체인 K&HA의 부사장으로

    2012-11-22
  • <20> 권총자살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권총자살도심은 묵직하고 두꺼운 튜바 사운드처럼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그때 먹이를 찾아 도심을 어슬렁거리는 악명 높은 백상아리 한 마리가 나타났다. 그 녀석은 톱니처럼 생긴 삼각형 이빨을 잇몸까지 드러내고 있었다. 공격적인 앞모습이 너무

    2012-11-21
  • <19> 베일 속 인물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베일 속 인물유진은 입가를 장난스럽게 씰룩거렸다. 그리곤 택배상자를 테이블 밑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때 정원의 무심한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겉 포장지에 쓰인 이니셜 ‘GCH’였다. ‘GCH’는 빨간 유성펜으로

    2012-11-20
  • <18> 집들이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집들이다음날 저녁. 이젠 신앙처럼 굳어져 좀처럼 깨트리기 쉽지 않은 관념의 파편인 화장지와 세제. 그것들을 하나씩 나눠 들고 정원과 재국은 분당의 한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오피스텔은 지하철역에서 대략 2분 거리로 강남과 잠실 고속화

    2012-11-19
  • <17> 소포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소포 제목 : 소녀와 금붕어 소녀의 눈에는 연못이 있고, 그 풍경 속에 금붕어가 산다. 세상으로 열린 속눈썹이 수초처럼 하늘거릴 때마다 바람처럼 흘러드는 시냇물소리. 찰랑거리는 물결에 씻긴 눈동자는 불꽃심을 가둔 쪽지다. 입을 대고 뻐끔뻐끔

    2012-11-16
  • <16> 엄처장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1 엄 처장국정원의 일상은 언제나 그렇듯 DVD의 패스트버튼을 누른 듯 정신없이 돌아간다. 어느 때는 하루 24시간이 단 1초의 밤도 없이 낮만 계속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화장용 스펀지로 닦으면 켜켜이 쌓인 피로가 하얗게 들떠 일어날 것만 같은

    2012-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