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때 양보, 40여년간 북한도 공식인정한 NLL리영희가 북한 편들어...김정일 속셈은 분쟁지역화
  •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있기 6개월 전, 본지 <미래한국>은 천안함 피격 특집을 다루면서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커버스토리를 통해 제기했다.

    당시 <미래한국>은 열 명의 북한전문가들을 인터뷰했으며 이들 가운데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과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 등은 북의 서해안 도발을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다. 연평도 피격이 있기 약 한 달 전인 10월 27일에는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의 칼럼을 통해 다시 한번 북한의 추가 도발을 경고했다. (381호 ‘북 김정은 치적 쌓기 위해 추가 도발 가능성’제하 기사 참조)

  • ▲ 본지 <미래한국>은 지난 천안함 사건이 있은 직후 북한의 추가도발을 경고해왔다. 사진은 지난 5월 26일자 370호 특집호(좌)와 10월 27일자 381호 칼럼(우)
    ▲ 본지 <미래한국>은 지난 천안함 사건이 있은 직후 북한의 추가도발을 경고해왔다. 사진은 지난 5월 26일자 370호 특집호(좌)와 10월 27일자 381호 칼럼(우)


    이처럼 본지가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해 지속적인 경고의 목소리를 냈던 배경에는 당시 천안함 사건이 김정은 세습문제와 함께 중국과 북한이 꾀하는‘동북아질서의 근본적인 변화 시도’라는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망의 핵심은 다름 아닌 동아시아를 둘러싼 미.중 간의 세력갈등이었다.
     

    미국의 잘못된 시그널, 서해 5도를 분쟁지역으로 만들 수도

    동아시아를 둘러싼 미·중 간의 세력 갈등의 양상은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포위망을 형성한다는 점과 중국이 이를 단호히 거부하는 길항 관계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해 경제.군사적 견제를 시도하면서도 정작 한반도에 대해서는 남북간 갈등의 고조보다는 현상유지(Status Quo)를 원하는 시그널을 보낸다는 점이다.

  • ▲ 본지 <미래한국>은 지난 천안함 사건이 있은 직후 북한의 추가도발을 경고해왔다. 사진은 지난 5월 26일자 370호 특집호(좌)와 10월 27일자 381호 칼럼(우)


    지난 12월 4일, 김관진 신임 국방장관이 연평 해병대의 K-9자주포 사격훈련을 결정하자 미 당국으로부터 ‘반대’의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국내의 보도 상황이 이러한 정황을 말해준다.

    이와 관련해 김석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전 통일부 차관)은 “미국으로서는 아무래도 한반도의 국지전이 확전되는 것을 중국과의 관계면에서도 우려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미국이 원하는 것은 현상 유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역시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변수 또는 전면전 확전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다”며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인 유엔군 사령관의 입장에서 미국은 한국의 보복을 말려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 ▲ 휴전협정 전 유엔군과 국군이 점령한 서해 도서지역
    ▲ 휴전협정 전 유엔군과 국군이 점령한 서해 도서지역

    그렇다면 북한의 도발에 대한 우리의 ‘천배 만배 복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김관진 국방장관이 국회 청문회에서 “북이 재도발할 경우 전투기 등으로 보복하겠다”라는 다짐에 대해 좌파진영에서는 조롱에 가까운 해석을 내놓았다.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씨는 지난 12월 4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책임이 없으니까 마음대로 말하는 것”이라며 “F15 동원 문제는 한국대통령 권한이 아니다. 육상에 있는 전투기를 동원하는 문제는 비전면전 상황에서의 공군자산 운용에 대한 것으로 한미 간 협의가 있어야 한다”며 김 국방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본지 <미래한국>은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방부 대변인실을 비롯 합참과 관련부서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는 데는 실패했다. 국방부의 대답은“답변이 곤란한 문제”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합참의 공보관은 “국방장관께서 하신 말씀에 합참이 토를 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박 전 비서관의 주장이 일부나마 사실일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의 동의 없이 우리 군의 자위권 차원의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정황은 지난 5일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이 국내 한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에서도 드러난다. 빅터 차는 칼럼에서 “(북의 도발에 대한) 유엔 의장 성명은 효과가 없다. 유엔은 ‘다음 북한 도발 시에는 한국이 자위권 차원의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한다’는 결의를 해야 한다. 한.미.일은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 결국 미국이 북의 서해 도발에 대한 강력한 보복과 응징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서 현상 유지를 위한 경고음만 낼 경우 북한은 NLL과 서해 5도를 국제분쟁지역이라는 ‘더러운 전쟁터’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북방한계선(NLL)은 휴전 협상에서 북에 양보한 것

    북방한계선, 즉 NLL은 1953년 8월 국제 연합군 사령부와 북한 간에 한국전쟁의 휴전 협정체결 과정에서 정해졌다. 당시 휴전협정에 육상에 관한 경계는 설정했지만, 해상에 관한 경계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유엔 참전국 16개국을 대표하는 주한 유엔군이 해상에 관한 북방한계선을 설정했던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북한이 이러한 북방한계선을 1973년까지 약 20년간, 공식적으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북한은 1959년에 발간된 조선중앙연감에서 스스로 현 북방한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표기했을 정도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이 북방한계선을 인지하고 인정했음을 증명한다. 다시 말해 유엔군 사령부가 NLL 확정에 대해 통보했을 당시 북한은 분명한 이의 제기가 없었고, 20여 년 간 관행으로 준수해 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정전협정 당시 왜 북방한계선을 문제 삼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정전협정 과정에서 한국군과 유엔군이 점령하고 있던 황해 연안의 도서들을 북한에 양보했기 때문이었다.

    정전협정 당시 유엔군은 우월한 해군력으로 북한 해군을 궤멸시키고 한반도 이북의 서해안을 점령하고 있었다

    당시 북한으로서는 유엔군 사령부가 제시한 북방한계선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오히려 북한은 이 북방한계선이 무효로 선포될까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황은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11조의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는 점에 북한이 서명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북방한계선에 대해 집요하게 북의 주장을 옹호한 사람은 다름 아닌 최근 작고한 리영희 교수였다. 그는 2006년 서해교전 발생 후 쓴 논문에서 현재의 북방한계선을 무효라 주장하며 종종 “무식한 반공주의자들의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북방한계선이 유엔군이 점령했던 서해안 지역을 양보했다는 점에서 정작 터무니 없는 것은 바로 리영희 교수 자신이었을 뿐이다.

    아울러 북한이 1990년 후반에 들어 북방한계선의 문제를 노골적으로 들고 나오는 배경에는 다름 아닌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라는 점에서 북한은 이 북방한계선의 서해 5도 지역을 국제적 분쟁으로 끌고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서해 5도와 NLL을 국제분쟁지역화 하기 위한 북의 기도는 현재 한미연합사의 전작권에 대한 새로운 이슈를 종북세력들이 들고 나오며 한층 더 교묘해지고 있다. 문제는 정부나 군에서 이러한 이슈를 명쾌하게 정리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자유보수진영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무조건 대통령이 군미필이어서 전쟁을 결심하지 못한다는 등, 합참의장이 유약해서 북의 도발을 응징하지 못했다는 등의 비난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 A:현재의 북방한계선 B: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군사분계선. 유엔군과 한국은 현 북방한계선을 위해 점령했던 이북의 도서지역을 양보했다
    ▲ A:현재의 북방한계선 B: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군사분계선. 유엔군과 한국은 현 북방한계선을 위해 점령했던 이북의 도서지역을 양보했다

    종북세력, 전작권 문제 제기로 남남갈등 노려

    이러한 자유보수진영의 불만을 틈타 좌파진영이 노무현의 ‘자주국방’과 ‘전작권 환수 결정’등을 다시 상기시키며 인터넷여론을 공략한 것은 보기 좋게 먹혀들었다. 실제로 북의 연평 도발이 있고난 후 인터넷 다음, 네이버, 네이트 등 포탈의 1주간 동영상 인기 검색순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주국방 연설’동영상은 1위를 기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전작권환수와 이에 따른 자주국방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대한민국 군대들은 지금까지 무얼했나?… 뺑뺑이나 돌리고… 미국의 바짓가랭이나 잡고 늘어지고 있다“며 원색적으로 우리 군을 비난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다시 퍼지자 네티즌들은 ‘노무현의 자주국방과 이명박의 자주국뻥’,‘좌파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와 자주국방에 올인한 까닭은?’등의 제목으로 이 동영상을 무차별 확산시켰던 것. 여기에 노무현 정부의 안보비서관을 역임한 박선원 씨의 전작권 실체 폭로 등이 가세하면서 북의 연평도발 책임이 ‘무능하고 숭미적인 현 정부의 과실’쯤으로 포장되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북한의 연평 도발은 북한이 NLL 지역에서 우리의 훈련을 지켜보며‘남한 너희들이 스스로 얼마나 잘 대응하나 보자’는 일종의 시험적 성격도 있었다”며 “우리 정부의 미온적 태도도 문제였지만 미국의 잘못된 시그널이 한·미 양국을 두 마리의 종이 호랑이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 ▲ A:현재의 북방한계선 B:북한이 주장하는 해상군사분계선. 유엔군과 한국은 현 북방한계선을 위해 점령했던 이북의 도서지역을 양보했다

    <한정석 편집위원/ 前 KBS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