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사 첨예한 논란거리인 건국일 논쟁에 다시 불지펴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중국 충칭시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독립 유공자 후손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뉴시스 DB
    ▲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중국 충칭시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독립 유공자 후손과 간담회를 하는 모습. ⓒ뉴시스 DB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충칭 임시정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중국 충칭에 있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청사 내 국무위원 회의실에서 대한민국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나 "임시정부는 우리 대한민국의 법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3일부터 중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방중 마지막 일정으로 충칭을 찾았다. 충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40년 4월부터 1945년까지 6년 간 있었던 지역이다. 1919년 상해에 세워진 이후 여러 곳을 떠돌던 임시정부는 충칭에 자리를 잡은뒤 가장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019년에 맞이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 70주년, 아니 100주년의 정신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국격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며 "뿐만 아니라 중국 각지에 흩어진 과거 우리 독립운동 사적지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건국100주년이 되도록 우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제대로 기념하고 기리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기간동안 국내에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건립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문 대통령이 언급한 1919년 건국설은 한국 근현대사를 둘러싼 역사학계의 논란이 첨예한 부분이다. 현재까지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광복한 뒤 3년이 지난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건국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1919년 3·1운동으로 독립을 선언했고 임시정부를 수립했기 때문에 이를 대한민국 건국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여기에 힘을 실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광복시기에 가장 안타까웠던 일이 우리 임시정부가 대표성을 가지고 귀국하지 못하고 개인자격으로 중국을 통해 귀국했다는 점"이라며 "해방 정국에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을 이끌지 못했다는 점이 우리로선 한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충칭 임시정부에서 양성한) 광복군이라고 하면 비정규적인 군대, 독립을 위해 총을 들었던 군대로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 있는 광복군은 정식으로 군대의 편제를 갖추고 군사훈련을 받았고 군복과 제복도 갖췄다"며 "일본과 전쟁을 위해 국내로 진공하는 훈련을 했던 정규군대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정규군대라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같은 언급은 임시정부를 재평가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이 갖는 역사적 의미 또한 축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문 대통령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적극적으로 해석한 것은 충칭 임시정부 당시 국가 주석을 했던 백범 김구 선생의 주장과 비슷하다. 반면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임시 대통령을 지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임시정부의 법통성에 대해 소극적으로 해석했다.

    실제로 이날 김자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 사업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이 8월 15일 건국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임시정부의 법통과 헌법을 무시하겠다는 사람"이라며 "이 자리를 빌어 대한민국이 1919년 4월 11일이라는 것을 대통령께서 다시 한 번 전 국민 앞에서 확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서는 "기념관 건립은 공약도 했었고, 후보때 기념관 부지 방문하기도했다. 내년도 예산에도 잡혀있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