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동선(動線)이 있을 경우 그 비밀은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 이동복  /북한 민주화포럼 대표
      


  •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12.13~16)을 코앞에 두고 이루어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중동 특사 방문(12.9~12)이 세간의 의혹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도 이번에 이루어지는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국내외적으로 초미(焦眉)의 관심사가 되어 있는 어려운 발걸음이다. 상식적으로 본다면, 대통령 비서실장의 입장에서 지금의 시점은 중차대한 대통령의 중국 나들이에 대한 모든 준비를 총괄해야 할 시기임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시기에, 그러한 위치에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이 불과 한 달 전에 국방부장관이 위문을 다녀 온 레바논과 아랍에미리트의 한국군 부대를 찾아 ‘격려’하고 논의해야 할 현안도 알려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아랍에미리트 왕세제와 레바논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중동 방문길에 올랐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뜬금없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대북 접촉 의혹'을 제기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특히 레바논이 북한의 중동 지역 공작 거점이라는 사실에 비추어 임종석 실장의 레바논 방문의 실제 목적이 특정 북한측 인사와의 대면 또는 통신 접촉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김 전 지사만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임 실장의 이번 중동 방문은 북측에게 편리한 지점에서 북측과의 대면 또는 통신 접촉을 통하여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무언가 북측과 협의, 조율하는 것이 목적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 최근에는 문 대통령측이 북측과 간접 접촉을 통하여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을 타진한 데 대해 북측에서 80조 원 상당의 ‘대가’를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김 전 지사는 “임종석은 전대협 의장일 때 임수경을 일본, 독일을 거쳐서 북한에 ‘특사’로 보낸 일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김일성주의자로 3년6개월의 징역 전과까지 있는 임종석보다 더 김정은의 입맛에 맞는 특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실장이 방문하는 레바논과 아랍에미리트는 우리 국민들의 이목(耳目)으로부터 차단되어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의 임 실장의 동선(動線)에 관하여 과연 많은 국민들의 의혹을 잠재울 수 있을 정도의 투명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임 실장의 이번 중동 나들이 동안의 동선은 비단 국내에서의 관심 대상이 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관찰의 대상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임 실장 자신은 물론, 만약 문재인 정권이 그에게 중동 방문의 특정 임무를 부여한 것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권의 당사자들 모두가 염두에 두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임 실장의 중동 방문 일정 중 공개되지 않는 ‘비밀의 동선’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그 비밀은 결코 오래 유지되지 않는 것이 오늘날 정보화시대의 진면모(眞面貌)라는 사실을 누구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