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력이 한국을 대륙세력으로 밀어붙여" 책임전가의 의도는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9일 오후 4박 6일 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9일 오후 4박 6일 간의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4박 6일 간의 미국 방문 일정이 내내 파열음만 일으키다가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표 때 못했던 방미를 내가 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러려면 왜 방미를 한 것인지 의구심마저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달 중국 방문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추미애 대표는 방미 마지막날인 18일 새벽(한국시각)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주관 한미경제금융인간담회에서 "윈윈을 강조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로지 윈에만 관심이 있다"며 "말이 안 통해서 굉장히 실망했다"고 토로했다.

    상대의 안방까지 굳이 들어가 "실망했다"고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집권여당 대표답지 않은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다. 단순히 정부에 협상력을 보태기 위함이라고는 잘 해석되지 않는 대목이다.

    이번 방미 기간 중의 설화(舌禍)는 그 뿐만이 아니다.

    추미애 대표는 16일 저녁에 열린 코리아코커스 조찬간담회에서도 미 의회 의원들 면전에서 "미국의 FTA 압력 때문에 한국은 심리적으로 너무나 힘들다"며 "전체적으로 보지 않고 너무 디테일하게 FTA를 가지고 압박을 하면, 한국은 지금 굉장히 어려운 사정에 처해있기 때문에 타이밍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전날 동행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면 (한미FTA를) 폐기할 수밖에 없다"며 "왜, 할 수도 있지 않느냐. 정말 화난다"고 말한 대목과 연결지어 해석하면, 한미 간의 의원외교에 보탬이 되는 발언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비하면 방미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 비공개 발언을 거론한 것은 그냥 '해프닝'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추미애 대표의 언동을 두고, 국내에서는 "반미 지진을 일으키고 다니는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추미애 대표를 향해 "방미 중 언행에 신중을 기해 한미 간에 외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신해달라"고 당부했으며, 바른정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여자 차베스'가 되고 싶은 것이냐"며 "여당대표가 외국발 반미 지진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한국시각) 미 의회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한국시각) 미 의회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을 예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고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빗댄 '여자 차베스'라는 말에 사태를 바라보는 일면의 진실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추미애 대표는 이번 방미 기간 중에 대권몽(夢)에 관해서도 언급했기 때문이다.

    추미애 대표는 17일 오전 뉴욕동포간담회에서 대권 도전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나를 막 펌프질해주는 질문"이라며 "나를 펌프질해주느라 '차기 여성대통령의 꿈을 꼭 이뤄달라'고 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큰그림'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라면 반미친중(反美親中) 행보를 보여야 유리하다는 계산이 섰을 법하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의 보편적인 정서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바라볼 때, 추미애 대표가 내달 중국 방문을 앞두고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을 운운하는 발언을 한 것도 석연치 않다는 분석이다.

    추미애 대표는 경제금융인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부당한 논리로 압력을 가하면 한국민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해양세력에 선 한국을 대륙세력으로 밀어붙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내 일부 세력의 친중 경도 현상을 마치 미국이 야기했다는 듯이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으로 들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고 한미FTA 재협상을 공론화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나라에는 무조건적인 반미·친중을 일삼는 세력이 있었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대륙세력으로 접근하는 행보를 미국의 책임으로 돌린 것은, 내달 방중했을 때 '대륙세력'으로부터 환대받고, 보다 격(格)이 높은 인사를 예방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견해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연 추미애 대표가 내달 방중했을 때에도 이번 방미 때와 같이, 방문 상대국에 날이 선 비판 발언을 소신껏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추미애 대표도 이러한 의구심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인지, 뉴욕동포간담회에서 폴 라이언 하원의장 예방 결과를 전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실제 호랑이가 될 때, 한국이 미국을 버리고 중국의 편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민주주의와 체제를 달리하는 나라에 끌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