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경제정책 허상 비판할 '경제통' 간절하지만, 3선 이상에 마땅한 인물 없어
  •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한때 정책위의장~수석부의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같은 당 김상훈 의원과 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두 의원은 한국당 내의 대표적인 경제통 의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한때 정책위의장~수석부의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같은 당 김상훈 의원과 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두 의원은 한국당 내의 대표적인 경제통 의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내달 치러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조기 과열되고 있지만, 원내대표와 함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야 할 정책위의장은 '경제통' 후보의 기근 양상에 인재난으로 허덕이고 있다.

    새로 선출될 원내대표는 대여(對與)투쟁의 원내 선봉장으로 나서야 하는 만큼, 문재인정권의 경제정책을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경제통' 정책위의장 파트너가 절실하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다 시각을 넓혀 후보군을 찾아봐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달 치러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출마 희망자들이 난립한 상황이다. 탄핵과 대선을 거치면서, 이런 경선이 있을 때마다 '교통정리'를 해온 당내 배후 세력들이 사라진 탓이다.

    친박계에서는 유기준(4선·부산 서동), 홍문종(4선·경기 의정부을) 의원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고, 친홍계에서는 김성태(3선·서울 강서을) 의원이 후보로 사실상 낙착됐다.

    그외 비박비홍(非朴非洪)의 '제3지대'에서는 나경원(4선·서울 동작을), 한선교(4선·경기 용인병), 조경태(4선·부산 사하을) 의원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당내 일각에서는 이주영(5선·경남 마산합포) 의원을 후보로 옹립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거론되는 유력 출마자만 일곱 명에 달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구도다. 이 때문에 지역 안배와 계파 화합 차원에서 원내대표 후보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최적의 정책위의장 후보를 누가 모시느냐에 따라 경선의 승패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출마 희망자들은 소득주도성장론 등 문재인정권 경제정책의 허상을 통렬히 논박할 수 있는 경제 전문가를 러닝메이트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작 그런 인물이 당내에 몇 없다는 점이다. 잠재적 후보군과 1대1로 짝을 짓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지경이다.

    한국당 내의 3선 이상 중진의원 중 자타공인 대표적인 '경제통'은 김광림(3선·경북 안동) 현 정책위의장이다. 재경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舊 경제기획원)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예산 분야에 정통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청장에 이어 차관까지 지낸 탁월한 경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미 정책위의장을 두 번이나 지냈다. '두 번 한 것, 세 번을 못하겠느냐'는 말이 나올 법도 하나, 김광림 의장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김광림 의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여당 때 한 번 하고 야당 때도 한 번 했는데 또 경선에 나가 동료 의원들에게 부담을 드릴 수 없다"며 "(원내대표 후보들도) 나한테 (러닝메이트를) 요청할 입장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잘라말했다.

  • 최근의 보수대통합을 통해 자유한국당에 다시 함께 하게 된 이종구 의원은 당내 3선 이상의 의원 중 경제통으로 확고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 최근의 보수대통합을 통해 자유한국당에 다시 함께 하게 된 이종구 의원은 당내 3선 이상의 의원 중 경제통으로 확고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부를 나왔으며 기획재정부(舊 재무부) 출신으로 금융정책 분야에 정통한 이종구(3선·서울 강남갑) 의원도 단연 주목된다.

    최근의 보수대통합을 통해 한국당으로 합류한 이종구 의원은 당내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보더라도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여러 원내대표 후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종구 의원도 현 상황에서는 정책위의장 후보로 나서는데 회의적인 입장이다.

    이종구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세(勢) 대결을 벌이는 게 아니라 옹립을 하는 분위기라면 검토할 수도 있다"면서도 "합의추대가 되겠느냐. 그게 아니라면 내가 누구의 러닝메이트로 경선에 나가겠느냐"고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결론적으로 "정책위의장에는 생각이 별로 없다"며 "이미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광림 의장을 제외하면 3선 이상에서 경제통이 별로 없기 때문에, (원내대표 후보들이) 재선급에서 찾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당내 재선급에서 눈길이 쏠리는 대상은 김상훈(재선·대구 서) 의원이다.

    한국당의 '심장' 대구 지역 관가에서 잔뼈가 굵은 경제통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20여 년간 대구 지역에서 경제관료로 봉직했다. 이미 정책위 수석부의장을 지냈던 점도 가점 요소다. 실제로 김상훈 의원에게는 이미 정책위의장 제안의 손길이 닿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정작 김상훈 의원은 "3선 이상이 맡는 게 좋다"고 손을 내저었다.

    김상훈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정책위의장) 제안을 하신 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정책위의장은 적어도 3선 이상에서 맡는 게 정당 간의 정책협의나, 당내 정조위 간의 조율을 하는데 무게감이 있어보이기 때문에 정중히 사양했다"고 토로했다.

    인재난이 이렇듯 심한 상황이다보니, 일부 원내대표 후보군은 현실적으로 '경제통' 외의 다른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 후보군들에게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한국당 의원실 관계자는 "정책위의장이 꼭 경제통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은 경제정책만 있는 게 아니고 모든 정책을 다 다뤄야 하기 때문에, 여러 의원들 중에서 역량과 자질을 위주로 평가해야 하며, 범위를 너무 좁게 가져갈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