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국빈 방문, 미국회 연설 "휴전 무효, 중공군 추방전쟁 선언""한국은 구걸하지 않는다" 한국 복구와 군비 원조는 미국 의무1년치 원조 7억불 합의...합의서 교환, 한미동맹 마침내 발효
  • [연재] 이승만史(2) 한미동맹의 탄생⑰ 국빈 방미와 한미동맹 발효

    인 보길 /뉴데일리 대표, 이승만 포럼 대표

    7월26일 여름날 오후, 워싱턴 내셔널 공항에 시커먼 미군용기 한 대가 내려앉았다.
    서울 김포공항 이륙후 무려 40시간 만에 도착한 일행은 이승만 대통령 부부와 수행원들,
    유엔군총사령관 헐 장군의 전용기 컨스텔레이션 호는 “일본에 기착하지 말라”는 이승만의 고집 때문에 일본 열도를 우회하여 알류산 열도의 해군기지에서 급유하고 알래스카를 돌아 시애틀 기지에 들렀다가 미대륙을 횡단하는 길고 긴 여정을 강행군해 온 참이다.

    아이젠하워의 환대는 예상을 넘는 것이었다.
    국빈이라지만 닉슨 부통령과 덜레스 국무장관까지 부부동반으로 출영하고 함참본부장등 군장성들과 다수의 관리들, 그리고 이승만의 독립운동을 도와준 미국인 친우들도 대기 중이었다.
    시민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로 환호하였다.
    비행기를 내린 이승만은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한국전을 지휘한 리지웨이, 밴플리트 장군의 뜨거운 포옹도 받았다.
    미국 관리들은 “경의와 단결의 표시”라며 이대통령에게 ‘행운의 열쇠’를 증정하였다.
    21발의 예포와 한미 두 나라 국가 연주를 들으면서 이승만은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해방후 귀국 9년 만에 다시 온 미국, 끝까지 ‘국적 없는 독립투사’로 40년을 떠돌던 땅은
    제2의 고향 같은 나라, 태극기를 흔들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한국동포들과 어린이들의 꽃다발을 받는 이승만은 무명의 망명객이 독립국가 대통령이 되어 다시 만난 미국에서 일종의 ‘금의환양’
    같은 감격과 국무성에서 냉대 받던 설움, 그리고 보기 좋게 독립을 쟁취한 승리감이 한꺼번에 밀려왔을 것이다.
  • 이승만 대통령이 워싱턴 내셔널 공항에 도학, 닉슨 부통령이 영접하여 환영행사를 하고있다.
    ▲ 이승만 대통령이 워싱턴 내셔널 공항에 도학, 닉슨 부통령이 영접하여 환영행사를 하고있다.

충격의 도착성명 “미국이 겁쟁이라 아직도 통일을 못했다”
닉슨의 환영사가 끝나자 이승만은 마이크 앞에 서더니 자신이 써온 도착성명을 치우고 즉석연설을 시작하였다. 그는 1904년 ‘국가없는 인간’으로 난생처음 미국에 상륙하였을 때의 이야기와 
독립이 가망 없는 것으로 보이던 때의 망명생활에 관한 이야기, 1950년 공산침략에 대하여 말할 때는 감회를 못이기는 듯 꺼져가던 음성이 갑자기 톤을 높였다.

“미국의 수많은 청년들이 한국을 도우러 와서 목숨을 바쳤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통일을 이루지 못하였다.
미국이 ‘겁을 먹어서’ 압록강까지 진격했던 우리는 후퇴해야만 했다.
조금만 용기를 더 가졌더라면 우리 두 나라는 지금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다.”

그 순간 닉슨과 덜레스, 리지웨이등 장성들은 표정의 변화없이 연설을 듣고 있었다고 한다.
이승만은 또 톤을 바꾸어 함께 싸운 미국과 미군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면서
“우리는 앞으로도 함께 싸운다. 하나님은 우리 계획을 성취할 수 있도록 항상 함께 하실 것”이란 말로 15분간 즉흥연설을 끝냈다.
비행장 환영식이 끝난후 이승만 부부는 녹색 리무진을 타고 백악관으로 향하였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던진 “미국은 겁쟁이”라는 한마디,
준비한 원고에는 없던 그 말은 이승만이 미국과 마지막 결판을 내고자 싸우러 왔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었다. 왜냐하면 ‘제네바 정치회의에서 통일을 관철’하겠다던 미국이 제네바에서 양보를 거듭하는 행태에 분격한 이승만은 아이젠하워와 통일을 위한 담판을 끝장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서울 출발 전날 경무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 유엔은 중공군을 북한에서 즉시 철수 시키라”는 포문을 열고 “소련이 제안한 새로운 통일국제회의는 서방측 항복을 받아내려는 음모“라며 ”판문점 중립국감시위도 해산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 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베푼 국빈만찬회 보도기사ⓒ조선DB
    ▲ 아이젠하워 미국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베푼 국빈만찬회 보도기사ⓒ조선DB
    백악관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아이젠하워 부부가 이승만 대통령 부부를 맞아 들였다.
  • 곧 이어 아이젠하워가 베푼 백악관의 국빈 만찬 역시 화려하고 성대하였다.
    닉슨 부통령과 각료들, 국회의원들과 외교관들, 국방관계 인사들과 그들의 부인들이
    ‘세계의 반공지도자’ 동양 노인대통령의 손을 잡고 감사와 존경의 찬사를 이어갔다.
    아이젠하워는 잔을 들고 이승만 대통령을 위해 축배를 들겠다며 건배사를 시작하였다.
    이날 밤 이승만 부부는 백악관에서 잠을 잤다. 이런 특별배려도 전례가 드문 환대였다.
    공식 수행원들은 본격적인 스테이트 비지트(state visit)였기에 네팀 27명이 따라와서
    백악관 인근 영빈관 블레어 하우스에서 숙박하였다. 
  • 아이젠하워는 특별히 이승만대통령 부부를 백악관에서 하루밤 묵도록 환대하였다.
    ▲ 아이젠하워는 특별히 이승만대통령 부부를 백악관에서 하루밤 묵도록 환대하였다.
    제1차 정상회담 '한일 관계' 동상이몽 격론

    이튿날 아침 블레어 하우스로 옮긴 이승만은 10시부터 백악관 오벌 룸에서 아이젠하워와
    1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아이크의 대통령취임 전부터 휴전 반대로 갈등을 벌였고
    제네바 협상에서도 양보하는 유화적 태도에 실망한 이승만은 ‘못 믿을 포퓰리스트’로
    아이젠하워를 내려다보는 입장인지라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기세등등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상회담의 첫 의제가 양국이 똑 같은 ‘한일관계’임이 드러났다.
    한국이 제시한 의제는 ‘한일 공동방위체제에 관한 문제점’인 반면,
    미국이 제시한 것은 ‘한일 국교 정상화’였다. 첫 눈에 이승만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
    미국의 일방적인 일본지원을 비판해온 이승만의 눈앞에 국교정상화를 들이밀다니...
    아이젠하워가 한일회담 결렬문제를 꺼내자 이승만은 벼락같이 언성이 올라갔다. 
    “수석대표라는 구보다란 자가 일본의 식민통치는 한국에 유익했다는둥 망발을 했는데
    그것도 모르오? 이런 반성도 없는 일본과 어찌 관계정상화를 하라는 겐가?”
    양유찬 대사가 재빨리 끼어들어 지난해 10월15일에 터졌던 구보다의 망언 경과를 설명했다.
    화를 삭이던 아이젠하워는 덜레스에게 “사실이냐?” 물었고 덜레스는 보충설명을 했다.
    한시간 반 동안 진행된 첫 회담은 구보다에 걸려 두 번째 의제 ‘원조 증가와 군원-민원 문제’로
    넘어가지 못하였다. 미국측 의제도 똑 같이 ‘대한 군원 및 민간경제부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