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전' 참가자 "김정은 정권 북 최고 전성기"... 토론회 좌파 교수 라인업
  • ▲ 평양살림 안내문. ⓒ서울특별시
    ▲ 평양살림 안내문. ⓒ서울특별시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주택단지 설계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1975년경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이크로 지역에 규칙적으로 배치돼 있는 건물 뿐만 아니라, 도로를 따라 자유롭게 배치돼 있는 건물들이었다” (정인하 한양대 건축학과 교수)

    #.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은 최고 전성기라고 설명하며 ‘미학과 편리성 결합’이라는 테제를 갖고 도시 재건을 위한 공동살림집 설계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4년 동안 북한 건축 도록에 소개된 아파트 설계 분석을 통해 이 사회가 갖고 있는 현대화된 주거공간의 정형성이 무엇인지 분석했다.” (최희선 중앙대 강사)

     

    ‘평양 타령’이 계속되고 있다.

    심각한 안보 위기 국면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 행사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평양 다시보기 심포지엄’이 11월 1일에서 2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서울시가 주최하는 ‘2017 서울건축비엔날레 평양전’의 일환으로 열리는 행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행사는 사회·도시·문화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북한과 평양의 현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북한의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주목하고 앞으로 남북(南北) 문화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설명이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11월 10일 ‘서울-평양 도시협력 정책토론회’에서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에 비해 정치적·군사적 이해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방정부 간 도시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행사의 단추를 끼웠다.

    김수현 서울연구원장,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등 토론자들은 당시 토론회에서 서울과 평양의 동반 성장 필요성과 전략, 남북 도시 간 교류협력의 의의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장혁재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지키면서도 대화와 교류협력은 이어져야 하며,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에도 서울-평양 도시협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토론회와 시민제안을 통해 서울-평양 포괄적 도시협력 방안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후 서울시는 서울-평양 도시협력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올해 2월 2일 배형민 서울비엔날레 총감독과 면담을 갖고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 평양전을 추가하자는 감독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시는 행정2부시장 주재 국·본부장 간담회(3월 7일), 심포지엄 실무회의(3월 17일), 박원순 시장 구두보고(3월 22일) 등을 통해 ‘평양전 사업’을 추진했다.

    ‘평양전-심포지엄’은 도서 ‘아파트 공화국’의 저자로 알려진 발레리 쥴레조 프랑스 사회과학 대학원 교수와 쿤 드 궤스테르 네덜란드 대학 교수가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한다. 총 19명의 교수, 연구원 등이 이 행사에 참석해 ‘근대화된 아시아 도시로서의 평양’, ‘미래도시 평양 2050’, ‘평양의 아파트와 주거문화’ 등을 세부 주제로 발표한다.

    행사 비용은 약 9,000만원이다. 서울시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남북교류기금을 지원 받았다. 서울시 측은 도시건축비엔날레 사무국의 예산과 인력만으로는 평양전 행사를 치르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 기금을 마련했다고 했다.

    <뉴데일리>가 미리 입수한 11월 심포지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안드레 수미트 토론토 대학 부교수는 “냉전을 역사적으로 접근해 당시 김일성이 주도한 효율적인 건설 작업의 의미에 변화를 준 시대에 건축양식과 건설노동에서의 의미가 어떻게 지붕선, 천장, 온돌, 라디에이터, 현관, 구조 같은 많은 문제들을 해결했는지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김현수 동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평양, 사회주의 도시로부터 메트로 폴리스까지’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평양은 사회주의 이념에 따라 계획되고 지어진 도시로 ‘자기 충족’과 ‘균형 잡힌 도시 개발’의 원칙이 추구됐다”고 했다. 또 “장기적으로는 평양이 북한의 대도시로 변화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평양이 서울보다 더 많은 인구 집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희선 중앙대 강사는 ‘2012년 이후 주거공간 디자인’을 주제로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은 최고 전성기라고 설명하며 ‘미학과 편리성 결합’이라는 테제를 갖고 도시 재건을 위한 공동살림집(아파트) 설계를 쏟아내고 있다”고 발표한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교수는 ‘근대화된 아시아 도시로서의 평양’을 주제로 발표한다. 그는 “북한의 도시 개발 프로젝트는 모든 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그 중에서 평양시의 발전이 가장 두드러진다”며 “이른바 평양 르네상스와 평하탄(평양+맨하탄) 시대를 축하하고 있다”고 했다. 고유환 교수는 개혁의 관점으로 김정은의 통치 전략을 분석하고 평양의 과학기술 혁신의 실현 과정에 대한 실태를 검증한다.

    로버트 웬스텐리-체스터즈 호주국립대학교 연구원은 ‘사회주의 도시 평양의 공공 공간’과 관련해 “시민의 시간과 에너지와 지리적 공간은 정치 군사적 생산의 특권에만 이용돼 평양과 북한은 레저 활동의 불모지로 간주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반도의 강력한 현대화에 비추어 보면 북한은 스포츠, 여가생활 등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발표한다.

    <뉴데일리>가 심포지엄에 참가하는 국내 연사들의 과거 발언을 살펴본 결과 상당수가 정치적 편향성을 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는 8월 23일 ‘2017 수원시 남북교류협력 정책세미나’에서 “교류협력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뢰형성 과정이자 평화 구축의 발판이라는 거시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그 비전 안에서 사회문화 분야의 협력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지난 6월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통일시대를 여는 어젠다 설정을 위한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토론회는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동영 의원의 사회로 진행됐다. 정 의원은 이날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사업 재개와 같은 남북관계 정상화 조치와 비핵화의 진전을 위한 방안 등 현안 토론”을 제안했다.

    안창모 한국건축역사학회 학술이사는 2012년 6월 30일 <시사인>과 인터뷰에서 “북한 건축물들이 실용성도 구현한다며 적당한 간격을 두고 세워진 건축물들은 도시가 폭격을 당했을 때, 건물들이 밀집된 도시보다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사회주의 이념의 우월성을 드러내는 쾌적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생각 이외에도, 또다시 전쟁이 발생할 경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계획 개념이 개입된 것”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서예례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조교수는 2015년 10월 28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는 서울대 교수모임(382명)이 발표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우려하며 국민들께 드리는 말씀’ 성명서 발표식에 참가한 바 있다. 이 성명서에는 “일선 학교에 보급된 교과서가 종북 좌편향이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현행의 역사 교과서가 주체사상을 아무 비판 없이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검정을 통과한 어떤 교과서에도 그런 혐의는 찾을 수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 원장은 20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앞서 평양건축전에 전시된 모델하우스의 경우 고위층, 과학자 등 상위 10%에 속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일반 사람들의 생활양식과는 거리가 멀어서 북한을 미화한다는 논란이 있었다”며 “이번 심포지엄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사회와 문화 등을 이해하기 위해 열리는 심포지엄이 극장국가라 불리는 북한의 실상을 얼마나 잘 전달할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