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충호] 38호 전재
    북한이 주장해 온 “평화협정 체결”의 함정 
    유 동 열  /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   연이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UN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있는 시점에 문제 해결 대안으로 ‘평화협정 체결’ 주장이 재 부각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와 시진핑의 미·중 정상회담(4월 5일)을 앞두고, 2017년 3월 31일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방안으로 ‘쌍궤병행’(雙軌竝行) 즉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동시에 병행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는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논리에 손을 들어주는 주장이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 연혁
      북한은 1974년 3월 25일 ‘미 의회에 보내는 최고인민회의 편지’에서 최초로 조-미(북한-미국) 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한 이래 간헐적으로 주장해왔으나, 1994년 4월 28일 북한 외교부성명에서 ‘북미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한 후부터는 이를 현재까지 일관되게 주장해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선전공세는 국내 종북세력에게도 그대로 수용되어 한총련(이적단체 판시, 2009년 유명무실 해체)에서는 1995년 이래 매년 7월 27일을 ‘평화협정 체결 투쟁의 날’로 설정하고 이의 투쟁을 선동해오고 있다. 
      이후 2010년 1월 11일 북한 외무성은 “평화협정은 핵문제와 관계없이 이미 체결됐어야 했다. 평화체제가 수립됐었다면 핵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주장하였고, 2015년 10월 7일 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조미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한데 이어,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앞두고도 조미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한바 있다.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논거와 저의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논리는 현재의 정전협정(휴전협정)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보장책으로는 미흡하다며 ‘한반도의 전쟁위협 방지와 항구적인 평화보장 및 통일실현’을 위해 휴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은 이를 구실삼아 미국에 접근하여 ‘한-미’관계를 이간질 시키고, 협정체결 후 평화의 논리를 내세워 남한에 주둔하는 주한미군(북한은 주한미군을 남한혁명의 최고 장애물로 설정) 철수를 실현시켜 우리 내부의 군사적 공백을 틈타 무력으로 적화통일 하겠다는 간교한 책략이 도사리고 있다. 

북한 평화협정 체결 주장의 부당성
  첫째, 평화협정이 체결되어야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이에 앞서 북한은 남북이 이미 합의한바 있는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천적으로 대남적화혁명 야욕을 먼저 포기해야 할 것이다. 설령 평화협정이 체결된다고 해도 북한이 진정으로 적화야욕을 버리지 않는 한 이 협정은 휴지조각에 불과할 것이다. 실제 북한은 1972년 체결한 ‘7·4공동성명’과 1992년 조인한 ‘남북기본합의서’를 무용지물화한 바 있다.
  둘째,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협정 체결은 남북한 평화협정 체결이 아니라, (휴전협정 당사자라는) 북한-미국 간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점이다. 이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 직거래하여 전쟁억지력인 한-미동맹을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이다. 
  따라서 미국과 북한 간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우리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협정은 이의 실효성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구축을 원한다면 ‘북-미’가 아닌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간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평화협정의 상대로 한국이 아닌 미국을 지목하고 있는 실제 이유는 휴전협정의 당사자 문제 이외에도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사회이므로 한반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사회의 상전인 미국하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이른바 한국정부 배제 노선이 깔려있는 것이다. 

  셋째, 많은 국민들이 북한의 책략을 직시하지 못하고 평화협정 체결을 지지하는 배경에는 ‘평화’라는 용어의 안전성 때문이다. 북한은 “전쟁이냐 평화냐”를 강요하며 평화협정 체결을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노선은 남침억지력인 주한미군의 철수와 한미동맹을 무력화시켜 전쟁을 통한 무력적화통일을 이루려는 책략이다. 이에 필자는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을 전쟁협정 체결 주장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평화가 아니라 전쟁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북한과 종북세력의 평화협정 체결 함정에 놀아나지 말아야 하며, 더 이상 이 카드를 대남 적화전략의 일환으로 악용할 수 없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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