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우리는 지금 ‘통일’ 韓美동맹으로 가고 있다

    김 미 영/ 전환기정의연구원 대표

  •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 배치 문제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노골적이고도 격렬하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이를 한미동맹 현상유지 정도로 보고 찬성하는 사람들 역시
    이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1953년 휴전 체제와 함께 등장한 한미동맹은 명백히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가능했다.
    미국은 한국을 거점으로 소련 등 공산권을 봉쇄하였고
    한국은 미국의 군사적 보호 하에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산 블록의 붕괴 후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북한 정권과 대치하고 있으나
    대소(對蘇) 봉쇄라는 과거의 주요 목표는 사라졌다.
    한미동맹은 이제 자유와 인권, 시장경제, 항행의 자유, 불법적 무력사용 금지 등
    자유민주주의국가의 기본적인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확산하는
    가치공유 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요컨대 우리는 지금 분단 한미동맹에서 통일 한미동맹으로 이행 중이다.
    지금의 한미동맹은 어떤 방식으로든 질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이 이러한 가치공유 동맹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중국이 한반도에서 장차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체제의 약화 또는 와해를 꾀하는 것은
    우리가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국은 이번 사드 문제 역시 사드 자체로서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상황을 내다보며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로서 사드의 X밴드 레이더가
    자신의 미사일 활동을 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의 미사일 활동은 일본에 배치된 탐지 범위 1,800㎞의 사드 레이더 2기에 의해
    이미 정밀 감시되고 있다.

    거듭 말하건대 중국의 진짜 속내는 사드 배치를 통한 한미동맹의 강화가
    자신들의 동아시아 패권전략에 결정적인 쐐기를 박는 것에 대한 좌절감의 토로인 것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100년 치욕의 본격적인 시작을 청일전쟁의 패배로 본다.
    가장 중요한 ‘속국’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상실한 것이
    열강에 의한 국토 분할,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으로 이어지는
    국난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모택동의 6.25전쟁 개입 역시 한반도에 대한 전통적 영향력 회복이
    주요 동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청일전쟁 이전의 한중관계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
    향후 중국과의 선린관계는 역시 굳건한 한미동맹을 통한
    안보 우위에 기반하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이번 사드 배치를 분기점으로  한국의 미국 미사일 방어망 참여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주한 미군과의 공동 훈련을 위해 일본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신형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1개 포대가 이번 달 한국에 최초로 배치됐다.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SM-3 미사일은 사드보다 높은 250~500㎞ 고도에서
    적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것으로 2014년 해군은 합동참모본부에
    도입 타당성 검토를 건의한 바 있어 SM-3 도입의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드 그리고 PAC-3가 한국내의 한국군과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비해
    SM-3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에 대해 괌과 오키나와 하와이, 그리고
    미국 본토의 미군까지도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SM-3의 도입과 배치는 현재 미국이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한국 해군의 남중국해 해로(海路) 보호 작전 참여와 함께
    한미동맹의 적용범위를 한반도에서 태평양 지역으로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의 군사적 재정적 부담을 늘리고 북한과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오키나와, 괌 그리고 하와이에 주둔하는 미국의 지원과
    남중국해에서의 제해권 및 제공권 확보가 유사시 한국 방어에 필수임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이 체결되던 1953년 한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65달러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군사적 보호를 받았다.
    지금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일본과 함께 1인당 2만 달러 국민소득을 이룬
    인구 5천만 이상 7개 국가 중 하나이다.
    우리의 안보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태평양지역에서 안전과 평화유지에서
    책임 있는 국가로서 행동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가 아닌가 한다.

    따라서 사드 배치에 대한 우리의 결단도 단순히 무기체제 도입이 아닌
    북한의 핵개발과 도발뿐 아니라 동아시아 및 국제사회 전체의 안정과 평화유지에 있어서도
    우리의 책임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는 비전과 신념이 전제되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 중국과 경제협력을 기반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미중관계가 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남중국해 산호초에 대한 요새화는
    현 국제체제의 핵심 원칙인 ‘공해의 자유’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중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동아시아 패권 장악인 것으로 미국은 인식하고 있다.
    1941년 진주만 공격을 촉발한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일 갈등이 미중간에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간의 줄타기나 균형이라는 허울 속에
    미국과의 동맹을 약화시키는 것은 우리의 안전과 직결되는 위험천만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자유와 인권의 편에 설 것인가?
    중국에 대한 종속을 숙명으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
    기로에 서 있다.

    현실주의 지반에서 사태를 바라보자. 선택은 명백한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