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김종인, 안철수 고사시켜 문재인 대선 후보로 옹립하려는 것"
  • ▲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열린 선대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7일 오전 열린 선대위원회의에서 공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와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향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국민의당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야권연대 내지 통합론을 또 들고나왔다. 당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통합 논의 불가"로 결론을 내린지 불과 사흘 만의 일이다.

    김한길 위원장은 7일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야권이 개헌저지선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당이 원내교섭단체 이상의 의석을 확보한다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180석 이상을 확보하면 캐스팅보트니 뭐니 무용지물"이라며 "안철수 대표가 말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가 꼭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같은날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나온 논리와 정확히 일치한다.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지난해 12월 29일 안철수 대표가 새누리당 정권의 독주를 막기 위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를 구축하자는 제안을 먼저 했다"며 "야권통합 연대로 보수정권의 무절제한 폭주를 막기 위한 국민의 마음, 저항을 꼭 헤아려달라"고 압박했다.

    당외(黨外)에서 가해지는 '통합의 압박' 노랫소리에 당내 선거대책기구의 최고수장인 김한길 위원장이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다.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야권통합' 폭탄에 당이 쑥밭이 됐던 것을 간신히 추스리려 하는 판국인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불씨를 되살리려 하는 모습이 썩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안철수 대표 뿐만 아니라 박주선 최고위원과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 이상돈 선거대책위원장 등이 일제히 나서서 선을 긋는 등 모두발언을 통해 공개적으로 날이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안철수 대표는 "퇴행적인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국민들은 주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통합은 이미 익숙한 실패의 길으로, 다른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며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낡은 야권을 재구성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주 국민의당을 뒤흔든 '야권 통합' 논의 과정에서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박주선 최고위원도 거들고 나섰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김종인 대표는 국민의당을 고립시키고 안철수 대표를 고사(枯死)시켜 문재인을 다시 야권의 대선 후보로 옹립하려는 것"이라며 "더민주가 새누리당과 공생하는 제1야당이 되고 문재인이 다시 대선 후보가 된다면 정권교체의 희망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나아가 "야당끼리의 저주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일이 될 뿐 개헌선을 저지한다는 목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당 깎아내리기에만 전념하는 것은 총선 승리·정권 교체보다는 더민주의 야권 기득권만을 유지하려는 새누리당의 2중대 전략이 아니겠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영환 인재영입위원장은 "지난 며칠 동안 우리 당은 일치단결해서 만장일치로 국민의당을 지켜내는 일에 성공했다"며 "우리가 국민에게 약속한 말을 지키는 것은 정권 교체를 위해서나 총선 승리를 위해서나 필요한 일인데 이걸 바꾸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상돈 선대위원장도 "여당의 180석 장악을 저지하는 목표와 우리가 제3당으로서 우뚝 서는 목표는 양립할 수 있다"며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인데 우리 모두 힘을 합쳐서 그 목표에 매진하자"고 호소했다.

    이처럼 만인이 이미 정리된 '야권 통합 논의'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인데, 유독 김한길 위원장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도대체 김한길 위원장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국민의당 당직자는 "친노패권을 척결하고 야권을 재구성하자며 다함께 끌고 나와 탈당한 지가 불과 한 달 남짓 됐는데 다시 통합을 하자는 것은 처음부터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며 "4선의 큰 정치인이 겨우 자기 한 명 광진갑에서 다시 국회의원되자고 (통합을 하자고) 그럴 리는 없을텐데…"라고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