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盧 "청산해야 할 사람들"로 지칭… "선거연대·후보단일화 고려 안 해"
  •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21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창당의 원칙과 방향,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21일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당 창당의 원칙과 방향,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독자적인 신당 창당 추진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내년 4·13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연합과 통합하거나, 이른바 '야권 연대'를 할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독자 신당 창당의 로드맵과 관련해서는, 내년초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2월 설 이전에 신당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대단히 촉박한 정치 일정이 제시된 만큼 연말연초에 새정치연합에서 후속 탈당이 잇따르고, 이후부터는 신당의 시도당 창당이 이어지는 등 야권발 정계 개편의 속도가 한층 긴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안철수 의원은 21일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정치세력화의 기조와 방향·원칙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철수 의원은 "내년 초에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고 가급적이면 2월 설 이전에 신당의 구체적인 모습을 국민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것"이라며 "다소 시간이 촉박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정치의 예측가능성과 새정치의 희망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내년 설 연휴는 2월 7~10일이다. 설 연휴 이전에 중앙당 창당이 이뤄져 이른바 '명절 밥상'에 신당을 화제로 올려놓으려면 최소한 2월 첫째 주까지는 창준위 발족에 이어 5개 시·도당의 창당이 이뤄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장 올해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약 1~2주 뒤에는 창준위가 발족하고 이후 한 주도 쉴새 없이 시도당 창당이 이뤄져야 가능한 시간표다.

    이렇듯 촉박한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의원은 독자 신당 창당에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초, 독자 신당 창당을 준비하다 어려움을 깨닫고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택했던 경험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의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실 관계자는 "한 번 창당에 실패해 본 경험이 있는데도, 이번 창당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계산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반증 아니겠느냐"며 "달랑 초선 (송호창) 의원 한 명 데리고 있었던 때와는 다르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지난 17~20일 탈당한 김동철·문병호·유성엽·황주홍 의원이 나란히 배석해 안철수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그 중 유성엽·황주홍 의원은 탈당할 당시 새정치연합의 전북·전남도당위원장이었다. 김동철 의원은 2008년 광주시당위원장을, 문병호 의원은 2010년 인천시당위원장을 지냈었다. 당장 이 네 명의 의원이 각자 연고지에서 시도당을 만들어도 중앙당 창당의 법적 요건에서 불과 1개 부족한 4개의 시도당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또, 이 관계자는 "오늘 함께 배석한 네 명의 의원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신당 창당에 상당한 경험을 가진 인사가 창준위 발족 이전까지 합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 안철수 의원이 21일 의원회관에서 신당 창당의 원칙과 일정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황주홍·문병호·김동철·유성엽 의원과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안철수 의원이 21일 의원회관에서 신당 창당의 원칙과 일정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황주홍·문병호·김동철·유성엽 의원과 손을 맞잡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이날 안철수 의원이 직접 밝힌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초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을 앞두고 새정치연합에서 연말연초에 연쇄 탈당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창준위가 발족하기 전에 한 배를 타는 것과, 창준위 발족 이후 뒤늦게 승선하는 것은 향후 신당에서 차지할 정치적 비중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신당 창당에 상당한 경험을 가진 수도권 다선 의원이 합류할 경우, 안철수 의원이 독자 신당을 창당하는 데 지난해 초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우려는 거의 사라진다. 안철수 의원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유난히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는 배경이 설명되는 셈이다.

    이러한 자신감이 뒷받침됐기 때문일까. 안철수 의원은 신당이 연대할 수 있는 세력과 연대할 수 없는 세력을 구분하는 데에도 '무 자르듯이' 거침없는 원칙을 제시했다.

    특히 친노당(親盧黨)으로 전락한 기존 새정치연합을 향해서는 '청산해야 할 사람들' '혁신을 거부한 세력'이라고 지칭하며 통합은 물론 부분적인 선거 연대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안철수 의원은 "청산해야 할 사람들과는 연대하지 않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새정치민주연합과의 연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미 국민들이 낡은 정치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며 "혁신을 거부한 세력과의 통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이른바 '안철수 신당'이 야권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는 모두 후보를 내서 새정치연합과 경쟁하더라도,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허용할 우려가 있는 수도권 등에서는 부분적인 선거 연대나 후보단일화를 할 가능성을 점쳐왔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이같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단호한 표정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내년 4·13 총선에서 친노 세력의 존재 의의를 긍정하면서 부분적인 선거 연대나 후보단일화를 통해 활동할 공간을 남겨놓기보다는, 아예 완전히 이들을 몰락시키고 재기 불능으로 만들어 제1야당 자체를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이나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 등 이른바 '호남 신당'과는 적절한 시기에 통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철수 의원은 "현재 있는 호남의 신당 세력들과의 연대는 기본적으로 열려 있다"면서도 "지금 신당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는 새정치의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