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반색'-野 '당혹'..."느닷없이 여당 입당이라니..독특한 정신세계" 비판도
  • 2007년 10월 두손을 맞잡고 북한 김정일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김만복 국정원장.-조선일보DB
    ▲ 2007년 10월 두손을 맞잡고 북한 김정일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김만복 국정원장.-조선일보DB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장을 지낸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3개월 전 새누리당에 입당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지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원장이 지난 8월 자신의 주소지인 서울 광진구 당원협의회를 통해 입당 원서를 팩스를 통해 제출했다"고 밝혔다.

    황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이 분이 새누리당에 입당했다는 것은 과거정부에서 정말 핵심요직인 국정원장에 있었던 사람이 그래도 새누리당에 가야 활동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부산 해운대기장을'이 지역구이자 당협위원장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만복 전 위원장이 부산 기장에 여당으로 출마하려는 움직임이 확실시 되고 있어서다.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하태경 의원은 김 전 원장의 이 같은 움직임에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고 일갈했다.

    하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김 전 원장이 '트러블 메이커'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분의 독특한 정신 세계가 이해가 잘 안된다"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김 전 원장과 일주일 전쯤에 통화했는데, 그때는 이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며 "그 분은 선거가 있을 때마다 새정연의 선거대책을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지만, 당을 떠나 제가 지금까지 그 분을 지역 원로로 대접을 했다"고 섭섭함을 드러냈다. 

    하 의원은 이어 "제가 오늘 입당 기사를 보고 비판하더라도 고지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서 김 전 원장에게 '이번엔 조금 비판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며 "그런데 김만복 원장은 저에게 '나도 맞대응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김 전 원장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가 그렇게 양해를 구하면, '아무것도 아니니 조용히 지나갑시다'라고 할줄 알았는데 맞대응하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정치에 대한 의지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하 의원은 "어찌됐든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거듭 김 전 원장을 비판했다.

    김만복 전 원장의 기장 출마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고향인 기장에서 출마를 준비하다 고교동문회 등에 보낸 화환이 선거법 논란을 일으키자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최근에도 기장군에 사무실을 개설해 내년 20대 총선에 출마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여의도 입성을 꿈꾸는 김 전 원장이 일련의 사건들로 새정치민주연합에 '미운털'이 박히자 새누리당에 입당하는 것이 출마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새누리당 입당을 선뜻 이해하기 쉽진 않다는 의견도 많다. 김 전 원장의 입당을 이끈 여당 내 인물이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다.

    김 전 원장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퇴임 후에도 잦은 구설수에 올랐다. 김만복 전 원장은 2007년 10월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다. 당시 
    김장수 국방장관은 북한 김정일과 악수를 나눌 당시 고개를 숙이지 않고 꼿꼿하게 인사한 반면 김만복 원장은 허리를 크게 숙여 인사해 '정보 수장이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후 김만복 전 원장은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의 대화록 유출 논란을 빚었다. 2007년 12월 대선 전날 방북,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이명박 후보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발언을 하고 대선 직후 이를 대화록으로 만들어 언론에 유출한 것이다. 이 문제로 김 전 원장은 2008년 1월 사퇴했다.

    또 가장 최근에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함께 펴낸 책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10·4 남북정상선언'을 둘러싸고 국정원이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야당은 김 전 원장의 새누리당 입당 소식에 대해 당혹스러움과 배신감을 감추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전혀 들은 바도, 보고 받은 바도 없다. 아침에 기사를 보고 알았다"며 "김 전 원장이 새누리당에 입당원서를 낼 사람이 아닐텐데.."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대중 정부 당시 비서실장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에 "저와는 교류없고, 그 분의 새누리 입당은 노무현정부 국정원장 출신으로 황당하기도 하고 역시 김만복답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