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 있으나 마나‥군 관계자 "1초 늦어도 큰 차이 없다" 강변
  • ▲ K-2 흑표전차.ⓒ현대로템
    ▲ K-2 흑표전차.ⓒ현대로템

    국방부가 명품전차라는 수식을 붙인 ‘K2 흑표전차’가 성능에 문제가 있는 국산 파워팩(엔진과 변속기)의 채택을 놓고 ROC(작전요구성능) 변경해 업체 봐주기 논란이 예상된다.

    군 관계자는 28일 K2 전차 파워팩과 관련해 "(K2 전차 파워팩을) 독일제로 쓰다 국산 개발했는데 가속력이 약간 떨어지지만 전술적으로 국산도 요구성능에 들어오기 때문에 가속능력(기준)을 완화한다"고 밝혔다. 

    지난 달 23일 방위사업청은 K2 전차의 1,500마력 (국산) 파워팩은 9월 초 그동안 진행했던 6~7개의 파워팩을 9,600km 구간에서 내구도 시험을 최종 완료했지만 작전요구성능(ROC)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당시 ROC 기준에 따라 8초 안에 시속 32㎞(0to20 mph) 속도에 도달하는 시험평가를 한 결과, 국산 파워팩은 시속 32㎞에 도달하는데 8.7초가 소요됐다.

    이에 방사청은 가속성능 ROC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합참에 해당 ROC 수정을 요청을 한 바 있다.최근 합참은 가속성능 기준을 9초로 하향 조정하고 업체는 예상대로 100대의 K2 전차에 파워팩을 지난 24일 군사용 적합 판정을 받고 납품하게 됐다. 

    당초 K2 흑표전차는 전력화를 앞두고 파워팩 등 국산 부품의 성능 미달과 하자로 생산이 3년간 지연돼 왔다. 또 개발기간이 길어지며 단가가 오른데다 예산 감축으로 당초 680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에서 200대로 줄어들었다.

  • ▲ K2전차 파워팩 구성.ⓒ방위사업청
    ▲ K2전차 파워팩 구성.ⓒ방위사업청

    이에 따라 K2전차 초도분 100대는 독일제 파워팩 덕분에 빠른 기동이 가능하지만 후기 도입분은 형태로 국산파워팩이 장착된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이번 K2 전차 ROC변경으로 오는 성능 변화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적 사업에서 일관성 없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것"이라며 "국내기술 수준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발주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표적 전차인 M1A1 에이브람스 전차의 경우 K2 흑표전차보다 10톤이나 더 무거운 차체임에 불구하고 7.2초 만에 시속 32km에 도달한다. K2전차는 현대로템에서 제작하고 있지만 파워팩의 주요부분인 엔진은 두산 인프라코어에서 만들고 있다.

    군에서 정한 ROC기준을 수차례 충족 못한 두산은 마치 군이 독일제 파워팩을 선호하고 국산 파워팩은 외면하고 있다는 식의 여론조성을 해왔다.

    결국 군이 업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전차의 성능에 대한 대외 신뢰성 하락과 함께 업체 봐주기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한편, 이 업체는 지난 2005년부터 K2 전차 엔진 개발 작업을 벌이면서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70억원을 굴착기 엔진 개발 등 다른 용도로 유용한 혐의 때문에 검찰 조사도 받은 전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