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공식 문서로 DVD 살포 자제요청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아”
  • ▲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리는 북한인권단체 회원들. ⓒ뉴데일리 DB
    ▲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리는 북한인권단체 회원들. ⓒ뉴데일리 DB

    “대북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관계 개선을 훼손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지난 8일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일명 ‘대북전단 저지 결의안’이다. 김정은 집단과 이를 추종하는 세력에 이어 정치권까지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자, 정부마저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통일부는 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이나 신체, 재산 상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북전단 살포단체에게)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일부가 지목한 단체는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이다. 미국의 ‘인권재단(HRF)’가 제작한 영화 ‘인터뷰’의 DVD 10만여 장을 오는 20일 대북전단과 함께 북한으로 날려 보낼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난 8일, “영화 ‘인터뷰’ DVD를 공개적으로 북한으로 날리면 북측이 강하게 위협하고 지역 주민들도 항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럴 때 정부도 (민간단체 측의) 신변 안전을 위해 DVD를 날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통일부는 9일, “해당 단체에 대해 ‘공문’으로 살포 자제를 요청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빠져 나갈 구멍’은 만들어 놓는 모양새를 보였다.

    박상학 대표가 ‘동아일보’ 등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공문을 통해 공식적으로 요청을 해 오면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할 생각”이라고 밝힌 데 따라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므로 민간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추진할 사항”이라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혔다.

  • ▲ 英가디언 등 세계 주요매체들은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파리 시민들이 벌이고 있는 '나도 샤를리다' 시위를 주요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英가디언 영상보도 화면 캡쳐
    ▲ 英가디언 등 세계 주요매체들은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파리 시민들이 벌이고 있는 '나도 샤를리다' 시위를 주요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英가디언 영상보도 화면 캡쳐

    한편 여야가 ‘대북전단 살포저지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통일부까지 나서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프랑스 잡지사 테러를 보면서도 느끼는 게 없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1시 30분 무렵(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11구역에서 일어난 만평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전 세계 언론은 “이슬람 테러조직이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고 있다”며 성토하고 있다.

    테러가 일어난 직후, 프랑스 파리에서는 수많은 시민들이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팻말을 들고, 이슬람 테러 조직의 ‘언론 자유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 시민들이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주제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뒤부터 세계 각국 만평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는 이슬람 테러 조직에 반발해 샤를리 엡도를 지지하는 만평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은 샤를리 엡도가 그동안 풍자했던 만평들을 소개하며, 이번 테러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 김정은의 소니 해킹 사건 이후 샤를리 엡도가 그렸던 만평. ⓒ샤를리 엡도 관련 화면 캡쳐
    ▲ 김정은의 소니 해킹 사건 이후 샤를리 엡도가 그렸던 만평. ⓒ샤를리 엡도 관련 화면 캡쳐

    세계 각국 언론이 샤를리 엡도 테러에 분노하는 이유는, 최근 김정은 정권이 영화 ‘인터뷰’의 개봉을 막기 위해 소니 픽쳐스를 해킹한 데 이어 이슬람 테러조직이 언론사를 표적으로 학살극을 저지른 것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보면, 한국 여야 정치인과 정부가 김정은의 협박에 굴복해 ‘대북전단’ 살포를 제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언론(표현)의 자유’를 없애려는 ‘테러조직(김정은 집단)’에 굴복하는 자세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