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전 정권서 사장된 게 문제라면 물러날 것""단,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하면"‥ 조건부 사퇴 선언KBS노조 "KBS 망친 자가 사과는커녕, 희생자 행세"
  •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은 대통령실이 추진 중인 TV 수신료 분리 징수 도입을 철회하면 자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와 관련한 KBS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김 사장은 대통령실이 추진 중인 TV 수신료 분리 징수 도입을 철회하면 자신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 전임 정권에서 사장된 내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면서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철회하면 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KBS 안팎에서 "KBS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추락시킨 장본인이 과오를 인정하기는커녕 이번 사태를 '정치공방'으로 몰아가려 한다"며 "말장난을 그만두고 즉각 사퇴하라"는 성토가 빗발쳤다.

    "KBS 망가뜨려 놓고, 본인이 '희생자'라는 김의철"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은 '조건부 사퇴라는 말장난, 국민 우롱 말고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김의철 사장의 말장난 같은 발언으로 되레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해결 가능성이 봉쇄당한 셈이 됐다"며 "기자회견 전날에는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임한다더니 우리를 다 죽이려고 이러나? KBS구성원들을 정치구도로 끌어 들어서 갈라치기 희생을 강요할 셈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KBS노조는 "김의철 사장이 오늘 조건부 사퇴를 내걸었는데, 그 조건이라는 게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전 정권에서 임명된 것이 문제라면 물러나겠다"면서도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를 철회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고 짚었다.

    "이는 대통령실이 언론탄압을 하기 위해 수신료 분리징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고 본인은 희생자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분석한 KBS노조는 "이 발언 어디에도 수신료 분리징수 요구의 주체가 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어있지 않다"며 "오직 KBS와 정부의 갑을 관계라고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임 정권이 임명한 게 유일한 과오라는 김의철"

    KBS노조는 "정부가 김 사장의 사퇴 조건을 받아들이면 결국 KBS 사장을 사퇴시키려 수신료 분리징수 압박을 가한 것 밖에는 안 된다"며 "이걸 노리는 건가? 김의철 사장의 눈에는 국민이 보이지 않나 보다"라고 개탄했다.

    "수년간의 편파·왜곡방송과 무능경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최악의 경영적자를 내고, 결국 수신료 분리징수 찬성 여론까지 야기해 KBS를 '회복 불능 상태'에 빠뜨렸으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무조건 사퇴를 하는 것이 순리"라고 충고한 KBS노조는 "그러나 김 사장은 KBS를 망가뜨린 자신에 대한 문제는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전임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정치적인 이유를 유일한 과오로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사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변화와 개혁의 공간이 확보된 뒤 이를 바탕으로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되는 것이 상식일 텐데, 김 사장은 여론수렴 단계인 1단계에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하고 방치시켜놓다가 후속조치 단계인 2단계로 접어들자 기자회견에서 하는 말이 고작 구차하게 자리를 보전하려는 말장난이나 하고 있다"며 "김 사장은 사장 자리를 가지고 국민을 우롱했다. 국민에게 사죄하고 곧바로 사퇴하라, 당신은 사퇴에 어떤 조건이라도 걸 자격이 없다"고 꾸짖었다.

    "국민 우롱하는 말장난 그만두고 당장 사퇴해야"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언총, 회장 김현우)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김의철 사장이 '수신료 분리징수는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수신료 분리징수가 철회되는 즉시 사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힌 것은 어이없고 염치없는 기자회견"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일단 "공영방송의 근간은 정권과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공정성이지 수신료 합산징수가 아니"라고 강조한 언총은 "그리고 지금 수신료 분리징수를 요구하고 있는 주체는 국민들이지 대통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언총은 "김 사장의 발언은 전례 없는 편파방송과 가짜뉴스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고, 최악의 무능경영으로 방송의 경쟁력까지 상실하게 만든 자신의 과오를, 단지 자신이 전임 정권에서 임명됐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덮어서 사태를 정치공방으로 몰아가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요구를 정치공방으로 바꿔서, 위기를 모면하고 결국엔 끝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속셈"이라고 해석한 언총은 "김의철 사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을 당장 그만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당신의 표현대로 공영방송이 근간을 위협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당신이 해야할 일은 사태의 원인을 왜곡해서 구차하게 자리를 보전하려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먼저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조건 없이 사퇴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노영방송 KBS, '어용방송'보다 더 위험한 괴물됐다"

    미디어연대(상임대표 황우섭)는 "지금 KBS는 공영방송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급변하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도 기득권 지키기에 안주하고 있는 KBS가 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개혁이 아닌 혁명적인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사장의 기자회견 직전 성명을 배포한 미디어연대는 "조류가 바뀌면 어종이 바뀌고, 어종이 바뀌면 어선을 바꿔야 한다"며 "수신료 분리징수로 위기를 맞은 KBS가 노영방송에서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김의철 등 경영진의 교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미디어연대는 "공영방송 KBS의 가장 중요한 공적책무는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이지만, 그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최근에도 민노총 간첩단 뉴스 누락, 민노총 집회 뉴스 화면 바뀌치기 등 빈번하게 발생하는 편파·왜곡보도 사태는 민심이 이반될 정도로 많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에 이르렀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 이사회는 편파방송을 지적하는 경영평가 의견을 다수의 힘으로 삭제했다"며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하고 있어 '노영방송(勞營放送)'이라 불리는 공영방송은 '어용방송(御用放送)'보다 더 위험한 '괴물'이 됐다"고 주장한 미디어연대는 "이처럼 공영방송 시스템이 심각하게 오작동되고 있는 상황에도 현 경영진은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정책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연대는 "KBS 최고경영자인 사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자구 노력과 미래 비전을 제시했어야 했지만, KBS 이사회는 비리협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년 이사를 비호하기 위해 해임 건의안을 부결시켜 KBS 최고의결기관으로서의 자정능력을 상실했다"며 "작금의 위기는 사실상 무도(無道)한 경영진의 태도가 자초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어쭙잖은 내기' 걷어치우고, 당장 짐 싸서 나가라"

    KBS 사내 직능단체인 KBS방송인연합회(회장 정철웅)도 "김 사장이 생뚱맞게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것이 문제라면'이라는 가정을 붙이면서 수신료 분리징수 이슈를 '정치적 탄압'으로 몰아갔다"며 이날 기자회견을 두고 "초등학생도 알아볼 얄팍한 꼼수"라고 비난했다.

    "이 중차대한 위기에 말장난이나 하고 싶은가? 누가 김의철 사장이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문제라고 하던가?"라고 김 사장을 향해 연거푸 질문을 던진 KBS방송인연합회는 "그가 보도국장·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했던 수많은 패악질과 끔찍한 불공정·편향방송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2019년 당시 고성에서 대형 재난상황이 발생했을 때 '오늘밤 김제동'을 방송하다 국민적 지탄을 받은 사례와 △지난해 11월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KBS 1TV가 공습경보 자막을 타 방송사보다 100분 이상 늦게 보도한 사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자행된 1000건이 넘는 불공정·방송 사례 등을 열거한 KBS방송인연합회는 "지난 1분기만 425억원의 적자를 낸 김 사장은 민노총 출신으로만 간부를 다 채우고, 간부들이 사방에서 무능과 갑질을 일삼고 불공정방송을 주도하는 걸 방기하는 등 '공영방송의 근간을 무너뜨린 것' 외에는 한 일이 없다"고 질타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수신료 분리징수 정책을 '언론탄압'으로 몰고 싶은 심정은 알겠지만, 김 사장만큼은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며 "2017~2018년 고대영 KBS 사장과 강규형 KBS 이사를 부당하게 몰아내는 데 앞장섰던 김 사장이 '방송장악' '언론탄압'을 운운하는 것처럼 부조리한 일이 또 있느냐"고 비판했다.

    또한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 정책이 공영방송의 근간을 흔든다'고 했지만, 공영방송 KBS의 근간은 이미 너무나 무너져, 더 이상 흔들리고 말고 할 것도 없다"며 "그렇게 공영방송의 근간을 무너뜨린 것이 김의철 일당 외에 누가 있겠는가?"라고 힐난한 KBS방송인연합회는 "전임 정권에서 임명됐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해왔던 모든 행위가 문제"라며 "'불공정방송' '무능경영'으로 KBS가 감당하기 어려운 똥을 싸놓고 '희생자 코스프레'하려는 역겨운 꼼수와 '어쭙잖은 내기'는 걷어치우고, 당장 짐 싸서 나가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