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언련 등 3개 단체, 정연주 방심위원장 퇴진 촉구"2021년부터 국힘 심의 신청 46.8% 접수상태 방치""심의 요청한 사안 중 98.5%‥ '법정제재' 없이 처리""편파·왜곡보도 제재 요청에‥ 늑장대처, 봐주기심사"
  •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공정언론국민연대·바른언론언론시민행동·신전대협 등 3개 단체 대표들. ⓒ연합뉴스
    ▲ 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공정언론국민연대·바른언론언론시민행동·신전대협 등 3개 단체 대표들. ⓒ연합뉴스
    2021년 8월 출범한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공영방송의 편파·왜곡보도에 대한 심의 요청을 받고도 '늑장 심의'나 '봐주기 심사'로 일관해 사실상 '편파방송 면죄부'를 발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연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바른언론언론시민행동·신전대협 등 3개 단체는 "국민의힘이 공영방송을 대상으로 방심위에 심의 신청한 2316건(2021년 8월~2023년 5월)을 공동분석한 결과, 1085건(46.8%)이 요청만 접수된 상태로 수개월씩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심의 전 방심위 사무처가 당사자에게 명확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기각' 처리한 사안도 715건(30.9%)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이 방심위에 심의 신청한 77.7%가 심의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한 공언련 등은 "특히 행정지원 부서에 불과한 사무처의 일방적인 무더기 민원 기각 행위는 매우 충격적"이라며 "사무처가 도대체 누구의 지시로, 어떤 근거로 민원을 기각했는지는 감사를 통해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언련 등은 "이 같은 처리 실태는 매년 30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방심위가 그동안 직무유기를 해왔다는 방증"이라며 "방심위에 대한 철저한 감사와 더불어 국가기관의 고유 기능을 붕괴시킨 현 정연주 체제의 전면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언련은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간 5개 공영언론사에서 발생한 불공정방송 사례 340여 건을 적발해 방심위에 심의를 요청했으나, 단 4건만 심의해 2건에 대해서만 권고 처리가 내려졌고(나머지 2건은 '혐의 없음'), 대부분 뚜렷한 이유 없이 '심의 연기' 상태임을 확인했다"며 지난달 26일 방심위에 대한 공익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한 바 있다.

    '프로그램 정정 또는 중지'는 한 건도 없어


    공언련 등에 따르면 2021년 이후 현재까지 공영방송에 대한 심의 요청을 받은 방심위가 실질적 제재 효과 없이 처리한 사안이 98.5%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방심위 심의를 거친 사안 중 '문제없음' 의결을 받은 사안은 168건(7.3%)에 이르렀고, 제재 효과가 없는 권고는 161건(7.1%), 의견 제시는 149(6.4%)건에 그쳤다.

    법정 제재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고와 주의는 각각 8건(0.3%), 19건(0.8%)으로 모두 1.1%에 불과했으며 이보다 무거운 징계인 '프로그램 정정 또는 중지' 등은 한 건도 없었다. 나머지는 심의위가 회의를 거쳐 각하 처리한 것이 9건(0.4%), 취하 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심위가 공언련이 신청한 340여 건 대부분을 심의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4건의 심의마저도 모두 실질적인 제재 효과 없이 처리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이들 단체의 분석이다.

    이날 공언련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심위가 내린 경고 8건은 모두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한 것이었다. 나머지 공영방송사(KBS·MBC·YTN·연합뉴스TV)는 단 하나의 경고도 받지 않았다.

    법정 제재인 경고가 누적되면 '해당 프로그램의 정정 또는 중지' '프로그램 관계자에 대한 징계' '과징금' 등의 가중 규제로 이어져야 하는데도, 방심위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경고만을 반복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경고 외에도 주의 16건(80%), 권고 87건(48%)를 차지할 만큼 편파·왜곡방송이 매우 심각했다.

    이런 지경이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이 프로그램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기 이전에 방심위에서 '프로그램 중지' 등이 거론됐어야 했다는 게 공언련 등의 주장이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발언을 조작한 MBC '뉴스데스크'는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음에도 아직까지 심의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프로그램은 윤 대통령의 발언 중 전문가들도 확인하기 어려운 음성을 임의로 해석하고 자막에 '(미국)국회'까지 넣어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은 바른언론과 공언련이 지난달 11일 공동발표한 '지난 1년 우리 사회의 30대 가짜뉴스'에서 '가장 심각한 가짜뉴스 중 하나'로 꼽혔다. 방심위의 '늑장 심의'가 '관행'이라면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는 내년 초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尹 발언' 자막 조작 건, 심의에서 다루지도 않아

    화면을 조작했다는 지적을 받은 프로그램도 행정지도인 권고 처분에 그쳤다.

    지난해 12월 16일 방영된 YTN '더 뉴스 2부'의 '돌발영상'은 윤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방영하면서 사전 리허설과 생방송 화면을 교차 편집해 마치 사전 각본에 따른 것처럼 보이게 했다.

    또 '완벽한 리허설 덕분에 대화는 물흐르듯 순조롭고' 등의 자막으로 회의 자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으나 방심위는 권고 처분만 내려, 화면을 조작한 사안의 심각성에 비하면 '솜방망이 징계'였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11일 방영된 MBC 'PD수첩'은 김건희 여사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방송에 나온 인물이 '대역 여성'이라는 점과 '재연 상황'임을 밝히지 않아 실제 김 여사인 것처럼 오인하게 했다.

    이 방송은 '화면의 고의적 조작'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음에도 9개월이 지난 5월 30일에서야 방송소위원회에서 권고를 의결해 '늑장 심의'라는 지적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방송한 TBS 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지난해 10월 31일 방송)'은 올해 2월에 '의견제시' 처분을 받았다.

    공언련 등은 "방심위의 비상식적인 업무 해태, 노골적인 '봐주기 심의'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은 정연주 위원장을 비롯해 민주당 추천 위원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방심위가 독립성과 공정성을 완벽하게 상실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이익을 위해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의 고유 기능을 붕괴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철호 공동언론국민연대(공언련) 공동대표 △김백 공언련 이사장 △오정근 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김형철 바른언론시민행동 이사장 △오정환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이범석 신전대협 의장 △정중규 더프리덤타임즈 주필 등이 참석했다.
  • 공정언론국민연대·바른언론언론시민행동·신전대협 등 3개 단체 대표들이 정연주 방심위 위원장의 전면 퇴진을 요구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김성웅 기자
    ▲ 공정언론국민연대·바른언론언론시민행동·신전대협 등 3개 단체 대표들이 정연주 방심위 위원장의 전면 퇴진을 요구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김성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