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양성평등센터, 여성인력 상담자 확인 위해 각 부서에 공문 발송붙임문서에 개인 신상 대거 포함… 10여 일 만에 '온나라시스템' 통해 교체"담당자 실수" 센터 측 해명에도… "안일한 행정 처리" 비판 목소리 거세유출 관련 경고조치도 없어 은폐 의혹… 현재 군사경찰이 확인 중
  • 지난달 12일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열린 해병대 부사관 400기 임관식에 참가하기 위해 부사관 후보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12일 경북 포항 해병대 교육훈련단에서 열린 해병대 부사관 400기 임관식에 참가하기 위해 부사관 후보생들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에서 최근 여군 장교·부사관과 여성 군무원 등 500여 명의 개인 신상정보가 대거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고는 군내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양성평등센터에서 최초로 유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5월18일 해병대사령부와 각 직할부대로 해병대 현직 여군·군무원, 여성근무자 등 500여 명의 신상정보가 담긴 공문이 발송됐다. 

    해병대 양성평등센터에서 보낸 이 공문은 5년차 미만 해병대 여성인력을 대상으로 상담을 진행하기 위해 각 부서에서 근무하는 인력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공문에는 엑셀파일 형식의 또다른 문서가 첨부됐다. 총 3장으로 구성된 붙임문서에는 여군 장교와 부사관·군무원들의 이름과 소속은 물론 병과 ID, 결혼 상태, 동거 여부, 채용 과정 등 민감한 정보들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상황을 파악한 여군들이 항의하자 센터 측은 공문 수신처에 연락해 열람제한조치를 요청하는 한편, 온나라시스템을 통해 자신들이 보낸 첨부문서를 교체, 수정했다. 

    이 같은 조치는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지 10여 일이나 지난 시점에야 완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누군가가 해당 문서를 내려받거나 캡처해 유포하는 등 2차 문제로 확대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센터 측은 개인정보가 유출된 여군들에게 두 차례 메일을 보내 담당자의 실수라는 사실을 밝혔다. 기존에 보내려고 했던 문서가 있었으나, 담당자의 실수로 빠지고 대신 개인정보가 담긴 문서가 첨부돼 발송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문서가 담당자를 거쳐 최종적으로 센터장의 승인까지 받아 발송된 공문인 만큼, 단순한 실수였다는 센터 측의 해명은 책임을 피하기 위한 변명일 뿐이라는 것이 피해 여군들의 지적이다.

    오히려 당사자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개인 신상정보가 무분별하게 수집, 보관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양성평등센터가 군내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기에 센터 측의 안일한 행정처리에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해병대 측은 이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안과 관련해 아직까지 센터장과 해당 직원을 대상으로 그 어떤 경고 조치조차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내부에서는 해병대가 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군사경찰에서 해당 사안을 접수해 법 위반 행위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해병대는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 경주하겠으며, 개인정보 보호 교육, 개인정보 침해사고 발생 시 대응 절차 교육 등 개인정보 유출 방지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2020년 11월27일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29기 해군·해병대 학사사관 임관식. ⓒ연합뉴스
    ▲ 2020년 11월27일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열린 제129기 해군·해병대 학사사관 임관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