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간첩단 뉴스 실종에 앵커화면 바꿔치기까지계속되는 편파방송 행진에 KBS 기자들 성토 잇따라이영풍 기자, 국장실 소환에 분노 "손발이 다 떨린다"
  •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KBS 이영풍 기자. ⓒ유튜브 채널 '이영풍TV' 방송 화면 캡처
    ▲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로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KBS 이영풍 기자. ⓒ유튜브 채널 '이영풍TV' 방송 화면 캡처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KBS가 공익성에 근거한 공영방송을 편성하지 않고 '특정 세력'에 이롭도록 '편파보도'를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KBS 내부에서 들끓고 있다.

    지난달 KBS가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을 당일 메인뉴스에서 다루지 않고 △사전 고지 없이 '앵커멘트 화면'을 바꿔치기하는가 하면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대학 교수가 KBS 이사직을 유지하는 등 '공영성'과 '공정성'이 무너진 모습을 잇따라 보이면서 KBS의 '자성'과 '쇄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사내에서 커지고 있는 것.

    보수·우파 성향의 KBS노동조합(1노조, 위원장 허성권)과 사내 직능단체인 KBS방송인연합회(회장 정철웅)가 KBS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좌경화'를 우려하는 성명을 꾸준히 배포하며 사내 여론을 환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엔 한 중견기자가 KBS 통합뉴스룸(보도국) 사무실에서 통합뉴스룸 국장과 KBS 수뇌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경영진 총사퇴'를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하는 등 "'특정 세력'의 스피커로 전락해버린 KBS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KBS인'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모양새다.

    "KBS를 '편파방송 공장'으로 전락시킨 주역들, 모두 몰아내야"

    통합뉴스룸 사무실에서 성재호 국장과 '격론'을 벌여 단박에 '이슈메이커'로 떠오른 주인공은 과거 KBS공영노동조합과 KBS노동조합(1노조)에서 부위원장과 정책공정방송실장으로 활동했던 이영풍 라디오뉴스제작부 기자다.

    이 기자가 사내(KBS 신관 로비)에서 '1인 농성'을 벌이게 된 건, 지난달 19일 KBS 뉴스 제작진이 전날 방영했던 '앵커멘트 화면'을 '수정본'으로 바꿔치기한 사실을 이 기자가 한 유튜브 방송에서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앞서 '간첩단 뉴스'가 메인뉴스에서 빠진 사실을 비판하는 성명을 KBS 보도게시판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정철웅 KBS방송인연합회장이 보도국장실에 두 차례 불려간 데 이어 자신마저 KBS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장실에 불려가자, 이 기자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통합뉴스룸 국장을 맹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0분경 통합뉴스룸 사무실에 나타난 이 기자는 "KBS는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양승동 사장 밑에서 편파방송의 끝판왕을 보여줬고, 현재 김의철 사장 체제에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편파방송의 막장을 보여주고 있다"며 "최근 9시 뉴스 앵커가 시청자들의 눈을 가리고 속임수를 썼다는 국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이를 지적하고 비판한 사내 직원들을 보도국장이란 자가 자기 사무실로 불러서 혼을 내고 겁박하고 있다"며 "저도 방금 성재호 보도국장 사무실로 불려가 '겁박'을 당했다"고 이 기자는 주장했다.

    이 기자는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손발이 떨린다"며 "이런 게 겁박하는 거 아닌가? 사내에서 김의철 사장, 손관수 보도본부장, 성재호 보도국장을 비판하면 이런 식으로 직원을 보도국장실로 불러내 겁박주고 협박하는 게 보도본부의 일상이고 전통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 기자는 "그래서 김의철 사장과 그의 하수인들이 우리 KBS 기자들의 입을 닫게 만들고 언론자유를 박살내려고 하는 거냐"며 "KBS를 대한민국 대표 언론사로 믿고 지난 27년간 열심히 일했는데, 지금 이곳은 △사내 언론자유를 폭압적으로 말살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편파방송하는 특정진영의 '프로파간다 확성기'가 됐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10일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사실을 KBS '뉴스9'가 보도하지 않은 것을 거론한 이 기자는 "'왜 보도하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보도책임자라는 자가 '기자들이 발제를 안 해서 안 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했다"고 비꼬았다.

    이 기자는 "물론 국민들은 좌우의 다양한 이념적인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고, 이를 인정한다"면서도 "이념적인 차이와 다양성을 떠나서 국가안보와 직결된 이런 국민적인 관심사가 있다면 보도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기자들이 발제를 안 해서 보도를 안 했다'는 말은 그래서 KBS보도본부 기자 전체에게 큰 모욕으로 들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들을 겁박한다"며 "회사를 공포 분위기로 몰아간다"고 사측 간부들을 비난한 이 기자는 "이와 관련, 단체협약상 보호를 받는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사측 간부가 노측 위원을 향해 비야냥을 하는 등 사내 언론자유를 무시하고 폭압적으로 억누른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 기자는 "문재인 정권의 양승동 4년, 그리고 그의 민주노총 언론노조 후계자인 김의철 1년을 우리는 힘겹게 보내고 있다"며 "이러니 국민들이 KBS를 믿겠나? KBS를 뭐로 보겠나? 특정진영의 선전매체요, 프로파간다 확성기로 보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니 지금 많은 국민들이 'TV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극약처방까지 공론화하고 우리나라 공영방송 체제를 끝장내려고 하는 거 아니냐"고 다그친 이 기자는 "저는 지난 6년간 KBS에서 벌어진 '전임 사장 축출 사태' 등을 잘 지켜봤다. 불법파업을 하고도 어느 누구 하나 징계받는 일이 없었다"며 "이 자리에 있는 성재호 국장부터 민주노총 언론노조 위원장이었던 시절 분명히 사규를 어겨가며 사내직장 질서 문란사태를 일으켰는데, 그 뒤에 양승동 피디가 사장이 되고 나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는 걸 보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사내권력의 정점인 보도국장에 올라 오히려 KBS의 언론자유를 탄압하는 걸 보니, 내로남불이 남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며 "민주노총은 불법파업을 해도 징계를 안 받나? 이제 양승동·김의철 체제를 거치면서 회사 권력까지 장악했으니 언론자유를 방패삼아 맘대로 언론권력을 휘둘러도 되는 건가? 그래서 저 같은 평기자를 국장 사무실로 불러서 마구 겁박하고 협박해도 되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저를 파면해 달라. 감사한 훈장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한 이 기자는 "김의철 사장, 손관수 보도본부장, 성재호 보도국장 등 KBS를 국민들로부터 빼앗아 '편파방송 공장'으로 타락시킨 자들이 모두 KBS에서 퇴진할 때까지 보도본부에서 농성을 하겠다"고 말했다.

    "보도국장의 세 번째 갑질, 반민주적 폭력 규탄"

    이 같은 이 기자의 성토에 KBS방송인연합회장도 즉각 성명을 내고 "성재호 국장의 세 번째 갑질과 반민주적 폭력을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KBS방송인연합회는 "여느 때처럼 평범해 보였던 30일 오후 4시 반쯤, 갑자기 분노에 찬 목소리가 보도국 3층 사무실을 흔들기 시작했다"며 "지난 5년간 양승동·김의철 체제에서 KBS를 질식시켜온 극단적인 불공정·편파방송과 민주노총 편향방송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이영풍 기자가 분노의 사자후를 토해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영풍 기자는 성재호 통합뉴스룸 국장의 겁박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면서 보도국 사무실에서 자신의 입장을 담은 성명을 낭독하고 1인 농성에 들어갔다"고 소개한 KBS방송인연합회는 "우리는 이영풍 기자의 행동을 지지하며 성재호 국장과, 그를 임명하고 그의 상상을 초월한 편향성을 방치한 손관수 보도본부장, 김의철 사장의 동반 퇴진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KBS방송인연합회는 "이 기자가 보도국 사무실의 정적을 깨고 성명을 낭독하고 농성에 돌입한 원인을 보면 KBS가 어디까지 망가졌는가를 안타까워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미 KBS방송인연합회장을 두 번이나 자기 사무실에 불러놓고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서슴지 않던 성재호 국장은 이 기자에게도 똑같은 만행을 저지름으로써, 그의 갑질과 겁박이 한두 번의 해프닝이 아니라 시스템적 문제임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이는 KBS 안에서 '이견'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독재적 권위주의를 선언함과 동시에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기자들의 목소리를 짓밟는 반민주적 폭력"이라고 규탄한 KBS방송인연합회는 "누군가 KBS 뉴스의 불공정·편파방송, 혹은 오보를 비판하는 행위는 통합뉴스룸 국장이라는 자리가 부여하는 권한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뉴스에 대한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 비판에 반박하거나 논쟁하거나 필요할 경우 정정보도, 명예훼손 제기 등 법적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통합뉴스룸 국장이라는 권위를 내세우면서 보도를 비판한 직능단체장이나 기자를 자기 방으로 들어오라고 하고, 또 그 방 안에서 통합뉴스룸 국장의 지위를 내세우면서 개인의 양심에 따라 한 행위를 두고 겁박한 것은, KBS 안에서 민주적 의사소통과 언론의 자유를 뭉개고 군부독재 세력이 나라를 통치하듯 통합뉴스룸을 자기 멋대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 국장이 이 기자를 겁박하는 계기가 된 외부활동에 관한 지침은 더 문제"라고 지적한 KBS방송인연합회는 "대한민국 국민이 근로계약에 따른 근무 시간 이외의 시간에 어떤 행위를 하든, 그것이 영리행위이거나 이해충돌의 문제가 없는 한 그의 자유"라며 "그것은 인신의 자유, 사생활의 보호, 양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원칙으로 아무리 어떤 조직에 속해있더라도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라는 것이 이미 많은 판례를 통해 확립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복무 규칙이 가장 엄격하다고 볼 수 있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공무원 행동강령이나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조차도 영리활동이 아닌 한 근무시간 외에 발생하는 개인의 행위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KBS방송인연합회는 "일반 사기업과 공무원도 이런데, 공영방송 KBS가 직원들이 퇴근 후에 영리활동이 아닌 활동을 하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권위적이고 후진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KBS방송인연합회는 "우리는 이번 성 국장의 만행을 공영방송 KBS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더라도 자신의 무너진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저지른 구시대적 폭력이자 갑질로 규정한다"며 "이 같은 함량미달의 인물을 통합뉴스룸 국장에 임명하고, 그의 주도로 자행된 끔찍한 민주노총 편향 불공정방송을 방치한 김의철 사장과 손관수 보도본부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보도국장이 '편파보도' 지적한 기자들 잇따라 문책"


    KBS노조도 성 국장을 비롯한 보도국 수뇌부에 대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KBS방송인연합회와 한날한시에 성명을 배포한 KBS노조는 "성재호 보도국장이 민주노총 편파보도를 지적한 KBS노동조합 소속 기자들을 잇따라 겁박하며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나섰고, 조OO 취재주간은 공정방송위원회에서 이소정 '뉴스9' 앵커의 민주노총 두둔 멘트에 대한 질의하던 KBS노동조합 공방위원의 질문을 문제 삼다 손가락질까지 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며 최근 보도국 수뇌부의 갑질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고 규탄했다.

    KBS노조는 "특히 성 국장이 이영풍 기자를 보도국장실로 소환한 건, 정철웅 기자에 이어 2번째 사례"라며 "이 기자가 최근 한 유튜브에서 KBS의 민주노총 집회 관련 이소정 '뉴스9' 앵커화면 바꿔치기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문제점을 지적하자, 다음날 성 국장이 이 기자를 불러놓고 유튜브 출연 등 외부활동을 이유로 갑질과 겁박을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새 수술을 2번이나 한 이 기자는 몸이 채 낫기도 전에 심각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 기자는 가슴이 뛰고 손발이 떨리는 등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면서도 자신의 입장을 담은 성명을 끝까지 낭독했다"고 밝힌 KBS노조는 "이 같은 이 기자의 절규에도 성 국장은 사과를 하기는커녕 갑질과 겁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보도국 한편에서 침묵 농성하고 있는 이 기자가 방송에 방해가 된다고 강제로 끌어내달라며 요구하고, 같이 있던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에게도 겁박을 가하며 항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찢어 버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KBS노조는 "앞서 정철웅 KBS방송인연합회장이 민주노총 간첩단 뉴스 누락 사실을 지적하자 정 회장을 보도국장실로 불러 윽박지른 성 국장이 이번엔 이 기자를 소환해 유튜브 출연을 문제 삼은 것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직장 내 갑질이자, 언론자유와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서도 사측 위원이 노측 위원에 대해 비상식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 손가락질까지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빚어졌다"고 밝힌 KBS노조는 "지난달 25일 KBS 여의도 본관에서 열린 정례 공방위에서 최근 물의를 빚었던 이소정 앵커의 오보 멘트와 화면 바꿔치기 안건을 논의하던 중, 노측 위원이 '화면 바꿔치기'의 관련 절차가 '취재제작 실무'에 맞게 진행됐는지를 묻자, 난데없이 사측 위원이 '공방위는 피의자가 조사받는 자리가 아닌데, 마치 검사가 죄를 지은 피의자를 불러놓고 수사하듯이 묻고 있다'고 항의했다"고 되짚었다.

    KBS노조는 "사측 위원이 노측 위원의 질문 태도를 문제 삼는 것은 노동조합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로, 건전한 노사 관계를 해치는 행동일 뿐 아니라 사측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이런 사측 위원의 발언은 공정방송에 대한 사측의 의지가 박약하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며, 공정방송을 내팽개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고 해석했다.

    KBS노조는 "수신료 분리징수 절차가 지금도 이어지고 가운데 보도국 수뇌부는 수신료를 내는 국민의 비난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보도 핵심 관계자들은 소통은 물론 아무런 반성과 수정 없이 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이를 비판하는 기자들을 탄압하는 반국민·반자유·반개혁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KBS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리고 생존 활로마저 막아버린 '핵심 원인'을 향해 일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