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연구회·한국형사법학회 공동학술대회, 2일 서울법원종합청사서 열려법원 "모든 압수수색영장 심문 대상 아냐… 수사 지연 걱정 안 해도 돼"검찰 "심문제도, 밀행성 침해 심각해… 수사정보 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
  • ▲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한국형사법학회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실무 현황과 개선 방안' 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압수수색 영장 심문 제도 도입 필요성과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법원, 검찰, 경찰, 변호사, 학계, 국회 측에서 참석했다. ⓒ진선우 기자
    ▲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한국형사법학회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실무 현황과 개선 방안' 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압수수색 영장 심문 제도 도입 필요성과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법원, 검찰, 경찰, 변호사, 학계, 국회 측에서 참석했다. ⓒ진선우 기자
    대법원 형사법연구회가 '압수수색영장 실무의 현황과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한국형사법학회와 공동학술대회를 2일 서울법원종합청사 대강당 청심홀에서 개최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를 논의하기 위해 판사·검사·변호사·교수 등이 토론을 벌이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 법원에서는 사회를 맡은 강민호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를 비롯해 장재원 부장판사(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와 최문수 고법판사(서울고등법원)가, 검찰에서는 한문혁 부장검사(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와 소재환 검사(울산지방검찰청)가 참석했다. 이 외에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상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조기영 교수는 "압수수색영장 심사는 수사 단계에서 영장전담판사가 실체적 진실 발견과 관련자의 이익 보호를 비교형량해 사법적 심사를 행하는 절차"라며 "판사는 수사, 압색, 체포, 기소 등을 하지 않으며 수사 절차에서도 사법적 기능에 국한돼 활동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비록 판사가 '중립적이고 공평한 제3자'라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판사가 수동적으로 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판사는 자기 책임하에 스스로 압수수색 요건이 충족되는지 사실과 법적 쟁점에 따라 필요한 심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 교수는 "언론에서 91%에 이르는 높은 압수수색영장 발부율과 관련, '영장자판기' 'K-압수수색' 등의 비난이 많다"며 "영장전담판사가 영장 청구를 자주 기각하게 되면 검찰이나 주변으로부터 동료의식이 없고 비협조적이라는 평가를 받게 돼 이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이 굉장히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가 인권친화적이며 수사의 효과성을 해치지 않는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합리적 선별 원칙과 기준을 축적해나가고, 영장전담판사가 서면심리와 사전심문을 바탕으로 과감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재원 판사 "사전심문제도로 '사생활 침해' 최소화 가능"

    장재원 부장판사도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가 도입된다면 영장전담판사는 영장 심리에 있어 의문이나 모호성이 해소된 상태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수사 필요성과 기본권 침해의 정도를 고려해 적정한 압수 범위를 정할 수 있어 사전에 선별압수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장 부장판사는 사전심문제도를 비판하는 근거로 △수사의 밀행성 침해 △수사의 지연 초래 △법률이 아닌 규칙 개정은 헌법 위반 △인권침해 등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와 관련, 장 부장판사는 "밀행성 침해에 대한 비판은 주로 사전심문제도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 제도와 같이 피의자나 변호인을 심문하는 제도로 이해된 데 기인한 것"이라며 "수사 지연의 경우 심문기일을 열어 발부 여부를 결정해야 할 사건은 소수에 그칠 것이고, 압수수색에 필요한 인력 및 장비 확보 부분의 경우 현재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장 부장판사는 또 "사전심문제도는 기본권 제한이 아닌, 보다 더 신중을 기하자는 제도로서 오히려 헌법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대면심리를 통해 압수수색 대상을 적정한 범위 내로 정하기 때문에 사생활의 비밀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한국형사법학회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실무 현황과 개선 방안' 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압수수색 영장 심문 제도 도입 필요성과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법원, 검찰, 경찰, 변호사, 학계, 국회 측에서 참석했다. ⓒ진선우 기자
    ▲ 대법원 형사법연구회·한국형사법학회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압수수색 영장 실무 현황과 개선 방안' 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했다. 압수수색 영장 심문 제도 도입 필요성과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법원, 검찰, 경찰, 변호사, 학계, 국회 측에서 참석했다. ⓒ진선우 기자
    한문혁 검사 "사전심문제도, 우리나라 수사 구조에 맞지 않아"

    한문혁 부장검사는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도의 실효성 여부와 관련 "전자정보 선별압수를 위한 통제장치는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입수수색영장 사전심문을 통해 압수 대상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검사는 사전심문제도 실시에 따른 문제점과 관련 "압수수색 관련 정보는 수사의 밀행성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수사기밀인데, 사전심문의 경우 그 과정에서 수사기밀이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범죄자들은 수사 개시 정황을 포착하면 즉시 증거인멸 시도를 하기 때문에 수사의 신속성은 수사 성패를 좌우한다. 영장 발부 과정이 지연될수록 실체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 검사는 "사전심문제도는 우리나라의 수사 구조에 맞지 않기 때문에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매우 어색하다"고 부연했다. 

    박경호 변호사 "제도 도입 시, 판사가 수사에 개입하는 인상 줄 수 있어"

    박경호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변협 소속)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형평성 시비'와 '증거인멸 우려'가 커지는 반면, 압수수색영장 발부율이 감소된다는 보장이 없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 "무엇보다 범죄 피해자 보호에 반하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박 변호사는 "대법원 규칙으로 압수수색 사전심문제도를 규정하는 것은 형사절차법정주의에 반하며, 자칫 법원의 수사기관화와 중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판사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공소제기된 사항에 대해서만 사법적 판단을 하는데, 압수수색 과정에서 판사가 사전심문을 통해 깊숙이 사건에 관여한다면 자칫 판사가 수사에 개입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계했다. 

    박 변호사는 "사전심문제도 도입보다는 영장전담판사의 철저한 기록 검토로 영장 발부를 신중히 결정하고, 기본권 침해문제는 사후 구제 절차를 신설함으로서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