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기강서 '블랙핑크' 보고 누락 경위 묻자… 의전·외교비서관 연이어 사임김성한 안보실장도 사의… 대통령실 '한미·한미일 정상회담 마무리' 기대김성한 "자리에 더 있으면 가십 커져" 결국 사퇴… 후임에 조태용 주미 대사"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스승'이라 불리던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사퇴하면서 대통령실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방미와 G7 정상회의 등 대형 외교 이벤트를 앞둔 상황에서 김 전 실장이 직을 버리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30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자신이 관리하던 비서관이 연이어 경질성 사임을 당하자 자신의 자진사임을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였다.

    김 전 실장에 앞서 사임한 두 비서관은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이다. 김 전 비서관은 13일, 이 전 외교비서관은 27일 사임한 사실이 알려졌다. 

    김 전 의전비서관과 이 전 외교비서관은 외교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축이었다. 이런 두 사람이 보름을 간격으로 연이어 사임하자 곳곳에서 경질성 인사라는 말이 터져나왔다. 

    이 전 비서관 사임 이후에는 한미 정상회담 만찬에서 한미 대표 가수가 공연을 하자는 미국 측 제의를 국가안보실이 수차례 누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질 바이든 여사가 직접 관심사로 꼽는 행사였다.

    미국 측은 지난 1월 말께부터 7차례에 걸쳐 국가안보실에 행사 관련 문의를 했지만 국가안보실로부터 답신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이 아닌 외교부 등 다른 경로를 통해 3월 초에야 인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험악해지면서 급기야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대통령실 외교라인에 누락 경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라인을 향한 단순 질책 차원이 아니라 대통령실 내부에서 보고 누락을 공식적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외교관 출신인 김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이 사임을 결심한 원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실장도 자리를 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 김 전 실장도 윤 대통령에게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김 전 실장이 다가오는 한미 정상회담(4월26일)과 G7 정상회의에서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한·미·일 정상회담(5월 하순)이 마무리 된 후 아름다운 퇴장을 하기 바란 것으로 전해진다.

    당면한 외교 문제에 윤 대통령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안보실의 실수를 향한 질책이 있었지만, 여전히 외교라인과 김 전 실장을 대상으로 한 윤 대통령의 믿음은 컸다는 것이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김 실장은 주변에 '이렇게 논란이 이는데 내가 자리에 있으면 정상외교가 아니라 가십거리에 더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했다"면서 "명예를 중시하는 분들이라 단순 경위 파악을 나가라는 사인으로 해석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국가안보실 내부 알력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 전 실장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의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교체가 이뤄졌다는 내용이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 실장이 원래 사람을 다독이거나 소통하기보다는 자신의 일을 소신 있고 원칙 있게 추진하는 스타일"이라며 "내부에서 불만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이런 것들이 큰 행사를 앞두고 안보실장을 교체할 만한 사유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실과 주미 대사 인선을 빠르게 마무리 했다. 국가안보실장에는 조태용 주미 대사가 임명됐고, 이로 인해 공백이 발생한 주미 대사에는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이 내정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실장은) 교수 출신으로 윤 정부 출범 때 한미동맹 우선, 한·미·일 협력외교 방향을 세웠고, 어느 정도 기틀을 잡았다"면서 "한미동맹 강화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외교적인 디테일을 가미하는 데는 학자 출신보다 현장외교 경험이 있는 조태용이 낫다는 이런 흐름 속에서 실장 자리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