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바이든, 한미동맹 70년 행사로 '블랙핑크·레이디가가 합동공연' 제안美→ 안보실에 타진… 안보실, 묵묵부답→ 美, 외교부에 전언→ 尹 인지안보실~외교부 가교역 외교비서관에 '불똥'…"건강 문제로 사임" 발표"안보실 독주가 근본원인" 분석… "중대한 시기" 김성한 실장은 유임될 듯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와 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대통령실 외교·안보라인이 휘청이고 있다. 불과 보름여 전 김일범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짐을 싼 상황에서 이문희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이 물러났고,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의 경질설마저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이번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만찬에서 미국 측이 제안했던 문화행사에 대한 보고 누락이 있었다"며 "한 달 정도 보고가 늦어지면서 윤 대통령이 공직기강이 흐트러졌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제안했던 '문화행사'는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빈만찬에서 이뤄질 한국과 미국 대표가수들의 합동공연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동맹 70주년을 주제로 한국의 블랙핑크와 미국의 레이디가가가 협연하는 방식이다. 이 행사는 특히 미국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가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고를 윤 대통령은 즉시 받지 못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1월 말쯤 미국 측이 국가안보실에 문화행사를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을 3월이 다 돼서야 인지했다고 한다. 미국 측이 국가안보실의 묵묵부답을 외교부 당국자들에게 전달하고 나서야 대통령실이 이를 인지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결국 결과는 국가안보실과 외교부의 직통 가교 역할을 하는 이 비서관의 경질성 사의로 이어졌다. 대통령 의전을 담당하던 김 전 의전비서관이 지난 10일께 사퇴한 지 15일여 만이다.  

    대통령실은 공식적으로 이 비서관의 사임에 대해 "격무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아 교체해주기로 한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번 보고 누락 사태는 이 비서관 경질의 방아쇠였을 뿐이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반응이다. 국가안보실이 보안을 이유로 대통령실과 정보공유를 하지 않고 독주하다보니 생기는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순방이나 정상회담 과정에서 외교·안보 관련 사항을 대통령실이 행사 한두 시간 전에야 통보 받는 일이 허다했고, 외교부와도 정보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누적되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의 정확한 시작 시간도 안보실이 보안이라며 쥐고 있다 시작 1시간 전에야 대통령실에 통보했다"며 "안보실이 직원 수에 비해 정보를 독점하는 것이 많고, 업무가 과중하다보니 생긴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안보실 직원은 50여 명 안팎으로 전해진다. 국가 외교·안보의 전 영역을 감당하기에는 많지 않은 수다. 

    국가안보실이 곳곳에서 잡음을 일으키고 있지만 김성한 실장의 경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월26일 한미 정상회담과 5월 G7 정상회의에서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한·미·일 정상회담이라는 중요한 외교일정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이 비서관 선에서 마무리 지을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한·미·일 3각공조 정상화는 새 정부의 안정적 기반을 다지는, 안보실 1기의 핵심 1번 과제"라며 "김 실장은 외교·안보분야에서 대통령이 큰 믿음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당분간 교체는 없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