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복 정무수석 "일방처리한 법에 대해서는 재의 요구… 분명히 밝혀"양곡관리법 시행 땐, 쌀 매입 예산 5600억→ 2030년 1조4000억 급등대통령 거부권 땐 국회 과반 출석, 과반 찬성 필요… 시행 어려워
  • ▲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야당이 강행처리한 양곡관리법을 대상으로 한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를 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주문했다. 당정이 서로 의견을 모으고 농민들의 의견도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가진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 달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당이 우리의 국정 파트너이기 때문에 여당과도 긴밀히 협의해 반영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고, 그 과정에서 농민분들뿐 아니라 농민단체의 여러 의견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여론 수렴 지시에도 대통령실에서는 양곡관리법에 따른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여야가 합의 없이 국민의 민감한 이슈들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양곡관리법은 거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제도가 쌀의 공급과잉을 부르고 정부 재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본다.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모두 사들이도록 하고 있다. 정부가 남는 쌀을 얼마나 사들일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현행법과 다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양곡법이 시행되면 남는 쌀 매입을 위해 2030년까지 매년 연평균 1조원 넘는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5600억원(예상)인 쌀 매입 예산이 8년 뒤인 2030년에는 1조4000억원으로 약 2.5배 규모로 불어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해당 법률안을 재의해야 한다. 대통령에 의해 재의요구된 법률이 법률로써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해야 한다. 사실상 법률안의 시행이 어렵다.

    그럼에도 당정 협의는 양곡관리법과 별개로 정부 정책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당도 국정 운영의 한 축인 만큼 의견을 수렴하고 논의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7일 오전 내각에 "법률안과 예산안을 수반하지 않는 정책도 모두 당정 간에 긴밀하게 협의하라"면서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수석은 "정책이라는 것이 바로 국민 삶과 직결되는 것이니까 각 정책파트에서 정책조정위원장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당과 정부와 소통해서 국민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는 뜻"이라며 "실무 당정회의 같은 것, 정말 조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들에 대한 모임이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