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22일 수요집회 개최… 반대편서 "정의연 해체하고 윤미향 구속하라"윤미향, 3년간 기부금 1억원 횡령 의혹에도… 벌금 1500만원, 대부분 무죄홍준표 "위안부 할머니 등친 후안무치한 사건, 요즘 판·검사 참 딱하다"
  • ▲ 위안부사기청산연대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 위안부사기청산연대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정의연 후원금 횡령 윤미향 무기징역 때려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안선진 기자
    "일본정부는 전쟁범죄를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정의기억연대 후원금을 횡령한 윤미향을 구속하라." 

    22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은 따스한 햇볕과 상반되는 날 선 목소리들로 가득했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두 개의 목소리가 한데 뒤섞여 몹시 소란스러웠다. 

    한쪽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일본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은 "일본군 위안부는 자발적 참여로, 대국민 사기극에 대한 국정조사가 즉각 실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의 목소리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주최한 제1588차 수요집회에서 나왔다. 이날 집회에는 약 50명의 정의연 회원과 진보당 관계자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5) 씨가 참석했다. 지난 8일 집회에 참여했던 정의연 이사장 출신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이날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친일매국 강제동원 해법 즉각 철회' '30년간의 외침 공식 사죄 법적 배상'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앉아 있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특별대우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전쟁범죄에 대한 일본의 인정과 반성"이라고 강조했다. 
  •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열린 1588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열린 1588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미향 구속하고 무기징역 구형하라"

    이곳에서 불과 200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뒤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파 시민단체 연합인 위안부사기청산연대가 정의연의 수요집회에 대항해 개최한 맞불 성격의 집회에서다. '위안부 사기 국정조사 즉각 실시하라'는 문구가 크게 적힌 현수막 앞에 신자유연대·엄마부대·한미동맹지원단 등의 단체 회원 약 40명이 모여 있었다.

    연대 관계자는 "정의연은 여성가족부에 '생활안정지원대상자'로 등록된 240명의 소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일본군에게 강제동원된 여성, 일본군의 성노예 생활을 한 여성, 일본군에 의한 전쟁범죄 피해자가 있다면 단 1명이라도 제시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는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는 정의연과 여가부가 위안부 이력의 불쌍한 노인들을 앞세워 국민을 속이고 세계를 속인 국제 사기극"이라며 "우리는 국회에서 정의연과 여가부의 천인공노할 위안부 사기극을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많은 참석자는 '정의연 후원금 횡령 윤미향 무기징역 때려라' '정의연 해체하고 윤미향 구속하라' 등 윤 의원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의 피켓을 흔들고 있었다. 단상에 선 관계자 역시 계속 "윤미향 구속하라"를 외쳤다. 

    윤미향, '정의연 기부금 횡령' 의혹

    이러한 목소리는 윤 의원이 정의연 이사장으로 활동하던 2017년 1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약 3년간 기부금 1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지만, 법원이 벌금 1500만원만 선고하고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데 따른 반발로 풀이된다. 

    윤 의원의 횡령 의혹사건은 이용수 할머니가 2020년 5월 기자회견을 열고 "(윤 의원이 이사장을 지낸)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 집회의 성금·기금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쓴 적이 없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에 따르면, 윤 의원은 해당 기간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5) 씨가 치매 상태임을 이용, 길씨가 국민 성금으로 받은 7920만원을 정의연에 기부·증여하게 한 준사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7920만원에는 길씨가 받은 여성인권상 상금 1억원 중 5000만원도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또 윤 의원은 개인 계좌를 통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해외여행 경비와 조의금 등 명목으로 3억3000만원을 모금하고, 이 가운데 5755만원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2020년 6월에는 고인이 된 위안부 피해자 쉼터 소장 손모 씨 명의 계좌에 들어있던 모금액 182만원이 별다른 표기 없이 윤 의원의 딸 계좌로 이체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 ▲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 직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정상윤 기자
    법원, 대부분 무죄 판단… 벌금 1500만원

    이에 검찰은 2020년 9월 윤 의원을 보조금관리법 및 지방재정법 위반, 사기,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횡령, 준사기, 업무상 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 6개 혐의, 8개 죄명으로 징역 5년을 구형하고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윤 의원은 장기간에 걸쳐 아무런 죄의식 없이 보조금 받을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는데도 허위서류 제출 등을 통해 보조금을 받았고, 필요에 따라 할머니를 내세워 기부금을 모금해 유용했다"며 "또 개인 계좌로 기부금을 모금해 자기 돈처럼 사용했고 할머니보다 단체나 피고인들의 활동을 우선시했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문병찬)는 윤 의원이 기소된 지 2년4개월 만인 지난달 10일, 윤 의원에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하고 주요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유죄로 결정된 혐의는 윤 의원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법인 계좌와 개인 계좌에 보관했던 자금 중 1700여 만원을 횡령한 점뿐이었다. 윤 의원은 벌금형 선고만 받아 의원직 유지에 성공했다. 국회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100만원 이상, 일반 형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한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사법부, 국민 가슴에 비수 꽂아"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국민의힘과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할머니를 등친 후안무치한 사건이라고 그렇게 언론에서 떠들더니 언론의 오보였나, 검사의 무능인가"라며 "요즘 판·검사는 정의의 수호자라기보다 샐러리맨으로 돼버려 보기 참 딱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조차 이례적으로 '균형 잃은 판결'이라 비판했다"며 "검찰은 즉각 부실수사 여부를 점검해 항소심에 임하고, 법원은 보다 엄중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규탄했다.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은 "윤미향 1심 재판 판결이 국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믿음을 잃은 사법부가 그 누구를 심판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우리는 사법부가 스스로 사법정의를 살해했다고 단언한다. 나아가 대한민국을 유지하던 받침돌 하나를 빼내 팔아먹은 것으로 이해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윤 의원은 지난 8일 정의연 수요집회에 참석해 "지난 3년 동안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이 운동과 활동가들을 지키기 위해서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며 "숨 쉬면 숨 쉰다고 공격해 숨 쉬는 것조차 불편했다. 반성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집회에 참석한 것은 2020년 3월25일 이래 약 3년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