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MBC 감사에 민병우 전 보도본부장 내정MBC노조 "정수장학회가 '언론노조 장악' 막아야"
  • ▲ 2021년 7월 23일 MBC가 생중계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장면. ⓒMBC 방송 화면 캡처
    ▲ 2021년 7월 23일 MBC가 생중계한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장면. ⓒMBC 방송 화면 캡처
    2년 전 '도쿄올림픽 조롱 자막' 중계로 국위를 실추시켰다는 비난을 받아 MBC 보도본부장에서 물러났던 인물이 징계를 받기는커녕 MBC 자회사 대표로 영전했다 지난 21일 MBC 감사에 내정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에 따르면 MBC의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는 이날 정기이사회에서 MBC 감사 최종후보자 3명(김환균 대전MBC 사장, 민병우 MBC플레이비 사장, 김성환 MBC NET 사장)을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뒤 과반을 득표한 민병우 MBC플레이비 사장을 MBC 감사로 내정했다.

    민 내정자는 서울대를 나와 1993년 MBC 기자로 입사해 편집1센터장, 정치국제에디터, 보도본부장 등을 거쳤다. 2021년 7월 23일 MBC가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생중계하면서 각 나라의 '아픈 역사'를 건드리는 몰상식한 방송으로 물의를 빚자 보도본부장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후 2021년 9월부터 MBC 자회사 MBC플레이비의 대표이사로 최근까지 활동했다. 당시 MBC는 MBC플레이비 이사 발령에 대한 인사 공고를 내지 않았으나, 같은 해 10월 14일 동아일보가 이 사실을 단독보도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초유의 '올림픽 조롱 중계'로 보도본부장 사퇴

    이와 관련, MBC노조는 21일 "MBC노조와 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파크엠 빌딩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방문진이 민병우 전 보도본부장을 MBC 감사 내정자로 의결했다"며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장악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국민이고 상식이고 눈에 보이는 게 없는가 보다"라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민 내정자는 언론노조 파업 때 부장 직을 던지고 참여했던 열성 언론노조원 출신"이라며 "편파보도로 비난받았던 박성제 전 MBC 사장이 보도본부장에 낙점했던 인물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 내정자가 1년 반 남짓 보도본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온갖 사고가 그의 책임 아래 벌어졌다"고 되짚은 MBC노조는 △성폭행 피해자를 2차 가해한 입사시험 △MBC 기자의 경찰 사칭 사건 △도쿄올림픽 자막 참사 등 갖가지 사건·사고들이 이때 일어났다고 소개했다.

    MBC노조는 "먼저 2020년 9월 MBC 기자 입사시험 때 '박원순 성추행 피해 호소인' 문제가 나와 '2차 가해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MBC는 아무도 징계하지 않았고 민 내정자가 사규에도 없는 임원 경고를 받는 선에서 일단락됐다"고 밝혔다.

    2021년 7월 경찰관 사칭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해당 기자가 정직 6개월을 받는 것으로 매조지됐다고 밝힌 MBC노조는 "이 사건 직후 MBC가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면서 일부 국가에 모욕적인 내용을 방송해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며 "결국 민 내정자는 사표를 썼지만 슬그머니 자회사 임원으로 복귀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이 모든 일의 전말은 아직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채 새로운 감사의 선임을 기다리고 있다"며 "MBC 감사 업무 규정을 봐도 감사는 위법뿐 아니라 부당한 사실도 적출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했다.

    MBC노조는 "각종 의혹들이 비록 불법에 이르지 않았거나 처벌 시효가 지났다 하더라도 정당성 여부는 반드시 밝혀야 하는데, 의혹의 당사자를 감사로 뽑는 건 국민을 우롱해도 정도가 지나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플레이비 대표 '영전'‥ 인사 공고 안 내  
     

    "이제 언론노조 경영진의 방패막이를 세우려는 권태선 방문진의 폭주를 막을 방법은 정수장학회의 결단밖에 없다"고 주장한 MBC노조는 "방문진은 22일 MBC 주주총회를 열어 민 내정자를 감사로 최종 선임할 예정인데, 상법상 감사 선임에서는 3% 이상 주주가 동등한 의결권을 갖기 때문에 정수장학회가 반대하면 최소한 감사 선임만큼은 방문진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MBC노조는 "정수장학회도 언론노조의 MBC 장악 의도를 충분히 알고 필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도 "다만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언론노조와 권력기관들을 앞세워 MBC를 장악할 때 정수장학회가 MBC 경영진을 해임하는 편에 서 있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고 밝혔다.

    MBC노조는 "백번 양보해 당시는 법치가 마비된 시대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퇴락한 세력이 MBC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데 일조한다면 이를 수긍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정수장학회는 당장의 갈등을 피하기보다 MBC의 미래를 걱정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