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이화영 재판서 "이화영, 쌍방울 대북사업에 영향력 없다"2019년 회의선 "이화영, 남북경협 정책 투사력 강해 잘 활용해야"2020년 회의서도 "이화영, 남북관계 끊어져도 마지막까지 北과 대화"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정상윤 기자
    ▲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정상윤 기자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이 이 전 부지사가 영향력을 미칠 위치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으나, 과거 회의에서는 이와 배치되는 발언을 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뉴데일리 취재와 국민의힘 소속 김희곤의원실의 자료를 종합하면, 이 전 장관은 이 전 부지사와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재직할 때가 남북 경제협력의 적기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화영이 하자고 주장할 테니 지금이 좋을 때"

    2019년 3월20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제1차 경기도 평화정책자문위원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서해경제공동특구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남북한이 서해에 인접해 경제협력과 관련된 구상을 밝혀 놓은 게 있다"며 "정부와 얘기할 때 기존에 양쪽에서 이미 구상하는 것들을 포괄해야 현실성 있다"고 조언했다.

    이 전 장관은 그러면서 "지금은 어떤 걸(아이디어) 만들면 이화영 부지사가 곧장 가지고 들어가서 이거 하자고 주장할 테니까 훨씬 더 정책 투사력이 강한, 지금이 좋을 때"라며 "그런 걸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서해경제공동특구는 2018년 9월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서 명시된 것으로, 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를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나와 있다.

    이화영 측, 대북사업 관여할 영향력 없었다는 데 총력

    복수의 언론 보도와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지난 17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 전 지사의 21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이권사업과 관련해 영향력을 미칠 위치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인 서민석 변호사는 "법적 권한을 떠나 기업과 북한이 경제협력합의서를 작성하는 데 경기도부지사의 영향력이 미치느냐"고 물었다.

    2020년 12월 남북교류협력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지방정부인 경기도는 독자적 대북사업을 추진할 권한이 없어, 이 전 부지사가 재직할 당시에는 대북송금을 대가로 쌍방울의 대북사업을 도와줄 권한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과 공모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은 "대북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중앙정부가 관심을 두고 밀어 주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돈이 있으니 해줄 수 있다'고 (기업이) 위력 등을 과시하면 가능하다"며 "(쌍방울이) 지자체에 (대북사업을)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안 맞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4년 전 회의에서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 재직 당시가 적기라고 표현했다. 자신이 법정에서 증언한 내용과 정반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정부가 정신없을 때 오히려 자치단체에서 이런 걸(아이디어) 잘 만들어 내면 그게 영향력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장관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경기도가 처음 정책자문회의를 만들고 남북관계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특별한 사업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덕담을 한 것"이라며 법정 증언과 관련해서는 "이 전 부지사 자리가 북한과 연결해 주거나 대북정책에 허락할 힘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3년 전에도 "이화영이 남북관계 오래 관여"

    이 전 장관이 덕담 수준의 말을 했다고는 하지만, 첫 회의 후 9개월여가 지난 2020년 1월6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3차 회의에서도 이 전 장관은 그해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 의사를 밝힌 이 전 부지사를 추켜세우기도 했다.

    해당 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장관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고 아무것도 못하는 중앙정부 앞에서 경기도라도 없었으면 대한민국의 남북관계가 어디로 갔을까"라며 "여러분들 아시는 것처럼 남북관계가 다 끊어졌을 때도 마지막까지 북한과 대화했던 사람이 이화영 부지사"라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장관은 "(남북관계) 기관차가 이화영 부지사였다"며 "이화영 부지사가 남북관계에도 오래 관여했고, 어느 분이 평화부지사로 오시겠지만 이화영 부지사처럼 확 끌고 가는 힘이 조금 약해질 수도 있어 우리가 할 일이 더 많다"고 덧붙였다.

    여권은 이 전 부지사가 대북 협력사업과 관련해 영향력을 미칠 위치가 아니라는 증언이 나왔으나, 실상은 남북관계가 끊어진 상황에서도 북한과 협력을 도모한 장본인이었다는 점이 밝혀져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초로 평화부지사직을 만들어 측근을 앉혔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겨냥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역임할 당시 경기도가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대북 지원사업을 추진하려던 의도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이번 자문위 회의록에도 명확하게 나와 있듯이 당시 이재명 지사가 신설한 자문위에서 대북 지원사업에 대해 얼마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했었는지 검찰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