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그는 죽더라도 동반사망하는 비극 막아야"경향 "노무현이 태워버린 재 속에 불씨조차 남은 게 없다"미디어오늘 "하이에나 떼에 물려죽지 말고 지도자답게 산화하라"좌파매체들 '박연차 게이트' 터지자 盧 정면공격
  •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6월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는 제목의 회고록에는 노 전 대통령이 받았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전 부장은 이른바 '논두렁 시계'는 MB정부 국가정보원의 작품이었고, 당시 변호사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무능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이 비극적 결말을 맞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盧 유죄 받아낼 증거 충분했다"

    회고록은 지난 17일 발간됐다. 이 전 부장은 2009년 당시 검찰에 출석한 노 전 대통령,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나눈 대화 등 수사의 상황과 흐름을 상세히 책에 기술했다. 

    이 전 부장은 "박연차 회장이 노 전 대통령 측에 건넨 640만 달러와 피아제 시계 한 쌍은 모두 뇌물"이라며 "유죄를 받아낼 충분한 증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명품 시계'와 관련해서는 소환조사 당일 노 전 대통령이 먼저 "이 부장! 시계는 뺍시다, 쪽팔리잖아"라는 말을 했다고 썼다.

    노무현재단은 즉시 반발했다. 재단은 회고록 출판 직후 성명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정치검사가 정치공작의 산물이며 완성되지도 않았던 검찰 조사를 각색해 책으로 출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책 내용은 확정된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며, 2차 가해 공작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유시민 "진보언론과 문재인이 죽게 했다는 내용"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입을 열었다. 유 전 이사장은 19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북스'에 출연해 "형식은 회고록인데 내용은 정치 팸플릿"이라며 "비평해야 할 가치가 있는 책이 아니다"라고 이 전 부장의 회고록을 평가절하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전 부장을 드라마 '더 글로리'의 박연진에 비유하기도 했다. 유 전 이사장은 "박연진이 '걔 맞을 만해서 맞은 거야. 내가 죽인 게 아니고, 평소에 걔랑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 등 돌리고, 걔를 도와줘야 할 엄마가 모른 척해서 죽은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어 "얼마나 분하고 원통하겠어요. 하도영한테 버림받은 박연진 생각해봐요. 얼마나 억울하겠어요"라며 '더 글로리'를 거듭 언급했다.

    나아가 유 전 이사장은 "529쪽 중에서 70쪽을 제외하면 전체가 노무현 대통령 관련 내용으로 채워져 있는데, 부제가 진짜 제목으로, 누가 노무현을 죽였나"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이사장은 그러면서 "노무현을 죽인 것은 누구냐 이렇게 물으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을 비롯한 진보언론과 문재인 변호사가 죽게 했다는 내용"이라고 부연했다.

    실제로 한겨레신문·경향신문·미디어오늘 등 좌파 매체들은 '박연차 게이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노 전 대통령의 '결단'을 사실상 강제했다.
  • ▲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모두 사실이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의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누가 노무현을 죽였나'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미디어오늘 "지도자답게 산화하십시오"

    미디어오늘은 2009년 4월14일 '노무현 전 대통령께'라는 기사에서 "죽을 때 죽더라도 하찮은 하이에나 떼에 물려 죽지 마시고, 지도자답게 산화하십시오. 당신이 죽어야 이 땅의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가 부활합니다"라고 주문했다.

    경향신문 "盧정권 재앙은 5년의 실패 넘어"

    경향신문은 2009년 4월16일 '굿바이 노무현'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민주주의든 진보든 개혁이든 노무현이 함부로 쓰다 버리는 바람에 그런 것들은 이제 흘러간 유행가처럼 되었다. 낡고 따분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며 "그 이름으로는 다시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 모을 수가 없게 되었다. 노무현이 다 태워버린 재 속에는 불씨조차 남은 게 없다"고 비난했다.

    경향신문은 또 "노무현정권의 재앙은 5년의 실패를 넘는다. 다음 5년은 물론, 또 다음 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면서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한겨레 "그의 마지막 승부수는 남아 있다"

    한겨레는 2009년 5월1일 신문에 '비굴이냐, 고통이냐'는 제목의 글을 싣고 "지금이야말로 그의 예전 장기였던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나를 더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깨끗이 목을 베라'고 일갈했던 옛 장수들의 기개를 한번 발휘해볼 일이다"라며 "노 전 대통령이 선언한 대로 그의 정치생명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하지만 그는 죽더라도 그의 시대가 추구했던 가치와 정책, 우리 사회에 던져진 의미 있는 의제들마저 '600만 달러'의 흙탕물에 휩쓸려 '동반사망'하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겨레는 "그의 '마지막 승부수'는 아직도 남아있다"고도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좌(左)'나 '우(右)'는 없었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