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노 마스크'는 아직… 서울시민 "미세먼지 너무 많아요"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착용'이 해제된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서울시민 대부분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점심식사 후 산책을 나온 일부 직장인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지만, 광역·시내버스와 서울지하철 1호선을 기다리는 시민들은 마스크를 코 위까지 굳게 쓰고 있었다.

2020년 10월 정부가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 2년5개월여 만에 시민들은 버스와 지하철에서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난해 5월과 9월에는 실외, 올 초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된 바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의 정점이 도래한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던 지난날의 불편을 고려하면, 의무착용이 해제된 이날 서울시민들이 시원하게 얼굴을 드러낸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서울시민 열의 아홉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버스와 지하철에 올라탔다. 

시민들은 성별이나 나이와 상관없이 "미세먼지가 너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기보다 대기질 악화를 고려해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답변이 훨씬 많았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은 다른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것을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분위기였다.

버스정류장 벤치에 앉아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던 백발의 최모(여·71) 씨는 "미세먼지가 많고 대기질이 안 좋아 마스크를 끼고 있다"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앞으로도 당분간 착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남이 마스크를 벗는 것은 상관없다"며 "나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병원을 찾았다 회사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을 탄다는 김모(여·40) 씨는 "코로나 걱정은 많이 없는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 마스크를 쓰고 왔다"며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써도 그만, 안 써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을 구경하고 집으로 간다는 버스 이용객 정모(남·70대) 씨는 "공기가 너무 탁하다"며 "스스로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한 달 정도는 쓰고 다닐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씨도 타인의 마스크 미착용에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일축했다.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출근을 위해 버스를 탔다는 김모(남·30대) 씨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대중교통 안에서는 마스크를 쓰려 한다"며 "코로나19를 예방하고 면역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스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직장인 이모(남·40대) 씨는 "마스크를 쓰면 감기에 안 걸리고 면역력에도 좋더라"라며 "앞으로 1년간은 착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장모(남·21) 씨는 "혹시나 모를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코로나19에 두 차례나 걸려 지난주까지 고생했던 탓에 평소에 조심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해제되지만, 출퇴근시간대에는 착용을 적극 권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퇴근 등 혼잡한 시간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마스크 착용을 권장한다"며 "일상 정상화에 발맞춰 시민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