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美 리조트 개발 상품에 '100억 투자' 전액 손실당시 MBC 경영본부장, 징계 대신 부산MBC 사장 영전최근 MBC 감사 지원 이어 '특별퇴직공로금' 대상 올라
  • MBC가 2019년 미국 부동산 투자 실패로 100억원의 손실을 입을 당시 경영본부장이었던 구자중 부산MBC 사장이 징계를 받기는커녕 '지역MBC 사장'으로 영전한 데 이어 최근 '특별퇴직공로금' 지급 대상자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지난 19일 배포한 성명에서 "MBC 최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구자중 부산MBC 사장에게 특별퇴직공로금 2000만원을 주기로 했다"며 오는 21일 열리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이 심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투자손실 책임자, 부산MBC 사장으로 영전

    MBC노조와 공정언론국민연대(이하 '공언련', 상임운영위원장 최철호)에 따르면 2019년 당시 MBC는 미국 '더 드루 라스베이거스(The Drew Las Vegas)' 건설 사업에 약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사업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부지(연면적 80만3146㎡)에 지상 68층, 총 3780실 규모의 5성급 호텔과 카지노·컨벤션·극장을 건설하는 초대형 리조트 개발 사업. 당시 MBC를 비롯해 (주)동양·세방전지·일성신약 등 일반 기업들과 주요 연기금·공제회, 금융 기관들이 총 3000억원을 투자했다.

    최초 투자 당시엔 자산 가치만 2조원이 넘는 우량자산으로 평가받았으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개발 사업이 지연, 현지 시행사가 선순위 대출자(담보권자)인 JP모건에 이자를 내지 못해 2020년 3월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로 접어들었다.

    이후 JP모건이 미국 현지 부동산 업체에 자산소유권을 이관하면서 3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기업·기관의 투자금 전액이 손실처리됐다.

    당시 MBC가 구매한 투자상품은 사업 부도 시 후순위 채권자의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이 있는 조항이 붙어 있었으나, MBC 경영진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MBC의 투자금이 모두 사라졌다는 게 MBC노조와 공언련의 지적이다.

    투자 주관사 상대 소송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징계 안 해

    MBC노조는 "구자중 부산MBC 사장이 당시 MBC 본사 경영본부장으로 있으면서 라스베이거스 부동산 개발에 투자해 100억원을 날린 책임자"라며 "그러고도 징계는커녕 부산MBC 사장이 됐다"고 비판했다.

    당시 MBC가 섣부른 투자 결정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는 지적이 일면서 책임자에 대한 '문책론'이 제기되자, 박성제 사장 등 경영진은 구 사장을 징계하면 투자 주관사 상대 소송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징계처분을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재판이 끝날 때쯤 구 사장은 MBC 임직원이 아닐 테니 징계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해석한 MBC노조는 "이번에는 방문진이 나서서 구 사장에게 특별퇴직공로금을 준다고 한다"며 "방문진은 공로금 지급이 관행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100억원 손실 책임자에게 배상 청구 대신 공로금을 준 관행은 MBC에 없었다"고 일침을 놨다.

    MBC노조는 "만약 그 돈을 구 사장이 달라고 했으면 파렴치하고, 안 받겠다는데 방문진이 나서서 주겠다는 것이면 모자라는 사람들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 방문진을 상대로 문제의 투자 손실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데, 그 손실 책임자에게 공로금을 준다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몰상식하다"고 꾸짖었다.

    그러면서 "방문진 이사장은 MBC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라며 "내 눈에 예쁘다고 MBC 돈을 함부로 빼 주는 자리가 아니"라고 일갈한 MBC노조는 "방문진은 오는 21일 구 사장에 대한 특별퇴직공로금 지급 안건을 부결시키고, 감사원은 구 사장에 대한 공로금 지급 시도도 감사 대상에 넣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