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당국, 북한이 '자통'에 보낸 지령문 해독… 대부분 '반정부·반미·친북'"윤석열 타도투쟁 하라" 北 지령 받고… 간첩단 자통 '정권심판본부' 결성 한미 연합공중훈련 중단 집회,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우호여론 조성도
  • ▲ 국가정보원 요원이 지난해 12월 8일 제주시 소재 진보정당 관계자 자택 압수수색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 국가정보원 요원이 지난해 12월 8일 제주시 소재 진보정당 관계자 자택 압수수색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창원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반정부단체인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가 북한으로부터 "윤석열 타도투쟁을 하라"는 지령을 받고 그간 '윤 대통령 퇴진운동'을 실행해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단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서울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될 시기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여론공작도 펼친 것으로 공안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8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공안당국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일 구속된 자통 조직원 4명이 북한으로부터 받은 지령문을 해독하고 있다. 조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고, 지령문 역시 고도로 암호화한 내용이라 해석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北, 창원간첩단에 "윤 정부 타도하라" 지시 

    지금까지 당국이 파악한 북한의 지령문은 대부분 '반(보수)정부' '반미' '친북'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통은 실제로 지난해 '윤석열정권심판경남운동본부'를 결성하고 '윤 대통령 퇴진 1인시위'를 전개하는 등 북한 지령문과 동일한 반정부활동을 지속적으로 실행했다. 또 한미 연합공중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 등 미국에 적대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반미활동에도 주력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특히 자통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하고 그해 9월 평양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논의될 당시 김 위원장에 관한 우호적 여론 조성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북한의 지령에 따라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여론 형성전을 전개했다. 자통 조직원인 경남진보연합 조직위원장 A씨는 당시 페이스북에 '기대만발 정상회담'이라는 제목으로 "전쟁을 끝내고 통일의 문을 활짝 여는 정상회담이 되길 기원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공유했다.

    이후 2018년 11월에는 '서울 남북 정상회담 창원시민환영단'이 발족되기도 했다. 

    제주간첩단 'ㅎㄱㅎ'도 지령 받고 "반미 자주화"

    제주를 중심으로 설립된 반정부 지하조직 'ㅎㄱㅎ' 역시 북한의 지령을 받고 '반미자주화투쟁' '한미 연합군사연습 중단 촉구' 등의 활동을 전개해온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당국은 'ㅎㄱㅎ'이 북한의 지침에 따라 추진한 주요 활동으로 △민노총 제주본부 4·3통일위원회 장악을 통한 반미자주화투쟁 △진보당 제주도당 장악과 제주지역 진보운동세력 통합 △주체사상·선군정치·김정은 등 위대성 선전·교양사업 등이 있다고 파악했다. 

    실제로 'ㅎㄱㅎ'은  '노동자통일학교' 및 '노동자통일선봉대'를 결성해 반미 자주화 대중투쟁을 확대하고 있으며, 조직원 강씨 등은 진보당 제주도당 요직에서 활동한 것으로 당국은 확인했다. 

    자통은 2016년쯤 창원·진주를 기반으로 결성된 지하조직이다. 국정원은 창원의 경남진보연합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서울·전남·제주 등으로 활동반경을 넓혔다고 보고 있다. 전국 단위의 대형 간첩사건인 만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가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자통 조직원들은 2016~19년 캄보디아·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 북한 노동당 대남공작부서인 문화교류국 소속 김명성 공작조와 접선했다. 이들은 이후 암호화 프로그램인 '스테가노그래피' '사이버드보크' 등을 교육받고 국내로 돌아와 지령과 보고를 주고받으며 본격적인 간첩활동을 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