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경유 1만8000t' 北에 공급한 혐의로 석유 수출입 업체 수사러 유조선 P호, 中 선박 접선한 뒤 경유 옮길 때 AIS 끄기도군산지청 "사건, 형사2부에 배당… 철저히 수사할 방침"
  • ▲ 서해해경청 청사 모습. ⓒ연합뉴스
    ▲ 서해해경청 청사 모습. ⓒ연합뉴스
    해경이 국내 정유공급업체가 관계 기관의 승인 없이 북한에 경유를 공급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서해해경청 광역수사대는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5차례에 걸쳐 경유 1만8000t(시가 약 180억원)을 북한에 공급한 혐의(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으로 석유 수출입 업체 A사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해경 측은 A사가 러시아 유조선(1만t급) P호를 빌린 후, 동중국해에서 중국 선적에 경유를 옮겨 실었다. P호는 당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상태였다. 이후 경유를 공급받은 중국 선적은 인근에 대기 중인 북한 선적에 이를 다시 옮겨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지난 6일 A사와 중국 선사 사이 거래를 중개한 중국동포 브로커 이 모씨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 사건을 넘겨받은 군산지청은 이날 "사건을 형사2부에 배당했다"며 "엄중한 사안으로 철저하게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경 "A사가 빌린 배, 中선박과 접선… 北영해 들어간 것도 확인"

    해당 사건을 포함해 해경 수사는 A사의 다른 의혹으로도 수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지난해 11월께 A사가 빌린 러시아 선박 머큐리호가 동중국해에서 중국 선박과 접선해 경유를 공급했고, 이후 중국 선박이 토고 국적기를 달고 북한 영해에 들어간 사실이 위성분석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해경은 A사가 △유류공급에 이용한 P호와 머큐리호의 소유사가 같은 점 △두 배 모두 중국선박과 접선 시 AIS를 껐다는 점 등에 주목하고 있다. 해경은 북한에서 위안화로 경유값을 받은 중국 선사가 환치기(불법 외환거래)를 거쳐 A사에게 돈을 보낸 정황도 두 사건 사이의 공통점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A사와 이씨 등은 "공급한 경유가 북한으로 넘어갈 줄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해경 관계자는 "통신기록, 관세청 자료, 외환 계좌 등을 통해 이들의 경유 불법 공급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A사와 이씨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선 중국 선사와의 거래내역 등을 추가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