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2019년 5월 김용 만나 대북송금 사실 밝혀… 김용 "사실무근" 부인北 측, 김성태에게 "경기도 돈 안 내 큰일"… 이화영과 상황 논의 후 대납이후 쌍방울, 희토류 개발권 등 대가로 北에 1억 달러 지급 계약檢, 쌍방울 대북송금 과정 '윗선' 개입 가능성, 대납경위 대해 집중수사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인천=정상윤 기자
    ▲ 8개월의 해외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인천공항으로 소환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각종 비리 의혹의 핵심인물이다. ⓒ인천=정상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2019년 5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을 만나 경기도 남북경제협력 비용 대납 상황을 공유받고 고마움을 표시했다는 진술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최근 김 전 회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 5월 경기도 대변인이었고, 당시 경기도 정책실장이던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함께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9년 1월과 4월 각각 200만 달러(약 25억원), 300만 달러(약 37억원) 등 총 5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 돈은 경기도가 2018년 10월 북한에 조성해 주기로 합의한 북한 스마트팜 개선사업 비용을 쌍방울이 대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전 회장은 돈을 전달한 후인 2019년 5월 서울 강남구 한 식당에서 김용 전 부원장을 만나 북한에 돈을 건넸다는 사실을 밝혔고, 김용 전 부원장은 '고맙다'는 취지로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전 부원장 측은 동아일보에 "(대북 경협자금 대납은)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라고 부인했다.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전달하는 과정에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검찰은 쌍방울이 북한과 경기도로부터 모두 요청을 받은 후 경기도의 남북경협 비용을 대납하기로 했다고 보고 그 경위와 과정 등을 파악하고 있다.

    北, 김성태에게 "경기도 돈 안 내 큰일"… 이화영과 상황 논의 후 대납

    경기도와 쌍방울, 북한 사이에 경협이 본격화한 것은 2018년 10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평양 방문 이후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10월 4~6일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북한과 경기도 간 6개 항목 교류협력에 합의했다. 북한 측은 이 중 황해도 지역 스마트팜 개선사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두 달 후인 2018년 12월 초 김 전 회장은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안부수 회장과 함께 중국 단둥에서 북한 국가보위성 리호남 공작원과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 등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북한 측은 김 전 회장에게 "스마트팜 조성을 윗선에 보고했는데 경기도가 돈을 지급하지 않아서 큰일이다. 쌍방울이 스마트팜 조성 비용 500만 달러를 대신 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 전 회장은 서울 용산구 쌍방울 사옥에서 이 전 부지사를 만나 북한 측 요청을 들어 줄 방법을 의논했다고 한다. 이 전 부지사는 "500만 달러가 문제냐"며 김 전 회장에게 남북경협 비용을 사실상 대납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팜은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사업으로, 남북 교류협력의 첫 단추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같은 달 다시 중국에서 리호남·김성혜 등을 만나 쌍방울이 스마트팜 조성 비용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대북사업 구상을 담은 'N프로젝트'를 북한 인사들에게 소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N은 북한(North Korea) 영문명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이 프로젝트에는 쌍방울이 북한의 광물 개발 및 건설사업 등에 참여하는 방안이 담겼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한 달 후인 2019년 1월 200만 달러를 밀반출해 북한에 전달했고, 같은 해 4월에는 마카오에서 환치기 수법으로 300만 달러를 추가로 전달하는 등 총 500만 달러를 북한에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쌍방울 대북송금 과정에 '윗선' 개입 가능성

    검찰은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쌍방울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가 경제협력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와 함께 2019년 5월12일 중국 선양에서 북한 민경련 관계자들을 만나 원산 갈마지구 리조트 건설, 북한 전력 공급 인프라 공사 참여, 희토류 매장지인 단천특구 개발사업권 등을 그룹 계열사 3곳에 보장해 준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은 그 대가로 북한에 1억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근 쌍방울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을 통해 해당 계약서 등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는 쌍방울의 대북송금이 이뤄지던 2019년 5∼11월 북한에 이 대표 방북을 요청한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쌍방울-민경련 협약식 현장에 이 전 부지사 등 경기도 관계자들이 참석한 사실을 파악하고, 경기도와 이 대표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