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019년 김성태가 쌍방울 임직원 40명에게 밀반출 지시한 정황 포착"화장품 케이스에 돈 끼워라"… 중국 선양에서 기다리던 송명철이 건네받아'대선후보' 이재명 방북 비용 300만 달러… 같은 해 1월에도 임직원 36명 동원
  •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2019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약 37억원)를 북한 측에 송금했다고 진술한 가운데, 이를 위해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임직원 40명을 동원해 '쪼개기 밀반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의 자금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쌍방울 임직원 40명을 동원해 항공편으로 총 300만 달러를 중국 선양으로 밀반출한 정황을 포착했다.

    1인당 수천만원씩 책 사이에 끼워 중국으로

    당시 김 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개인당 3만~9만 달러(약 4000만~1억1000만원)를 화장품 케이스나 책 사이에 끼워 밀반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김모 재경총괄본부장이 임직원들 각각에게 해당 금액을 나눠 줬고, 중국 선양을 통해 밀반출된 자금은 방모 쌍방울 부회장이 중국 선양에서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부회장은 자금을 선양에 있는 한 호텔에서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에게 넘겼다고 한다. 

    송 부실장은 2019년 7월 김 전 회장이 경기도와 아태평화교류협회가 필리핀 마닐라에서 공동 주최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함께 만난 인물이다.

    "김성태, 300만 달러 北 전달에 '쪼개기 밀반출' 수법 써"

    당시 김 전 회장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북한의 대남공작기관 국가보위성 소속 공작원 리호남에게 "대선을 위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원하니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리호남은 "이 지사가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며 "방북을 위해 벤츠 자동차와 헬리콥터가 필요하니 500만 달러(약 62억원)를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양측은 이후 액수를 조정해 이 대표의 방북 추진 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김 전 회장이 북측에 보내기로 약속했다. 쌍방울이 '이재명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북한에 300만 달러를 전달했고, 여기에 '쪼개기 밀반출' 수법이 사용됐다고 검찰이 보고 있는 이유다.

    앞서 같은 해 1월에도 김 전 회장은 동일한 수법으로 북한 황해도 스마트팜 시범농장 조성 비용 200만 달러(약 25억원)를 북한에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은 관세당국에 적발돼 과태료를 물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자금 역시 중국 선양에 있는 한 북한 음식점에서 송 부실장에게 전달됐다. 

    검찰은 자금 밀반출에 동원된 쌍방울 임직원이 중복된 경우를 제외하고 총 56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김 전 회장은 수사 초기 대북송금은 인정하면서도 자금 출처와 관련해서는 "개인적으로 돈을 북에 보냈다. 쌍방울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번 검찰 수사로 쌍방울 자금 300만 달러가 임직원들의 조직적 동원을 통해 북측에 흘러들어간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김 본부장 등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남북협력사업은 통일부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며, 외화 1만 달러(약 1200만원)를 초과하는 자금을 국외로 반출할 경우 사전에 관할 세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