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2년 전 '장진성 성폭행 의혹' 보도검찰 "피해 호소인 진술 신뢰 못 해" 불기소 처분法 "장씨 등 2인, 허위보도로 회복불능 피해 입어"
  • ▲ 2021년 1월 24일 장진성 씨의 성폭행 의혹을 보도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 2021년 1월 24일 장진성 씨의 성폭행 의혹을 보도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2년 전 '탈북자 출신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 장진성(52) 씨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다'는 한 탈북 여성의 허위주장을 여과 없이 방영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성지호)는 지난 27일 '탈북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장씨가 MBC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MBC와 취재기자(홍OO), 제보자(승OO)는 원고 장진성 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고, 또 다른 원고 전OO 씨에게는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2021년 1월 24일, 같은 해 2월 28일 방영된 '스트레이트' 방송 2회분을 '다시보기'와 인터넷상에서 내리고 삭제할 것"을 명령했다.

    장씨는 김일성 종합대학을 졸업하고 북한의 통일전선부(대남공작기관) 산하 101연락소에서 근무하다 2004년 탈북한 인물. 남한 정착 후 2010년까지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재판부 "승씨, 도저히 '강간피해자'로 보기 어려워"

    재판부는 "MBC는 '원고 전씨가 피고 승OO 씨를 준강간한 뒤 나체 사진을 찍어 원고 장씨에게 전송했고, 장씨가 이 사진을 빌미로 승씨를 여러 차례 강간했다'는 제보자의 주장을 보도했는데, 이는 허위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원고 장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한 결과, 승씨가 주장한 나체 사진이 확인되지 않았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호텔에 대해 말이 바뀌는 등 피고의 진술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승씨가 강간당했다는 장소로 서울 논현동을 지목했다가 방이동으로 바꾸는 등 혼동하기 어려울 만큼 떨어져 있는 장소를 주장했다는 점에서 진술의 신뢰도를 낮게 판단한 재판부는 승씨가 전씨에게 "장씨를 죽이기 위한 비리나 약점을 알려달라" "나와의 관계를 아내가 알면 좋지 않을 것이다" "나와 동거 중인 사람이 중국에서 사람도 죽인다"고 협박한 내용이 수사 결과 드러난 것도 승씨를 강간피해자로 보기 어려운 이유라고 밝혔다.

    앞서 승씨가 장씨와 전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검찰은 승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 각각 불송치 결정과 불기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제보 내용을 살피더라도 승씨의 제보 목적과 제보 내용이 충분히 의심되는 부분이 있는데도 MBC '스트레이트'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며 "철저하게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친 사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재판 과정에서 MBC가 '장씨와 전씨가 취재를 피했고 명확한 설명을 못해 제보자의 말을 신뢰했다'고 해명한 것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취재에 응할지 여부는 자유"라며 "(수사 결과를 보면) 이들이 취재를 거부했던 이유가 납득이 간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위자료를 총 1억3000만원으로 산정한 재판부는 "해당 방송으로 인해 원고들은 가정생활·사회생활·경제활동을 하기 어렵게 됐고,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방송 전체가 허위보도… '스트레이트' 당장 폐방해야"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MBC가 장씨 등에게 패소한 사실을 최초로 전한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은 "보통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경우 일부 사실이 허위라 하더라도 반론을 충실히 담고, 진실을 추구했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위법성이 조각돼 면책 판결을 받는데, 이번에는 '보도가 상당성을 잃었다'는 점이 인정돼 손해배상 판결을 받게 됐다"며 "문화방송이 공개적으로 2회에 걸쳐 고발보도한 사건이 총체적인 허위보도로 판명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MBC노조는 "이 방송으로 피고발인의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고, '사회적 매장'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스트레이트'는 김건희 여사 녹취록 보도에 있어서도 '좌편향 유튜버'의 일방적인 녹취 내용을 보도하겠다고 나서면서 큰 물의를 빚은 바 있다"고 상기했다.

    "당시에도 반론권이 실현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보도가 강행되면서 MBC가 선거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샀다"며 "이번에도 방송과 관련해 장진성 씨가 모든 것이 허위보도라면서 방송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으나 보도가 강행됐다"고 MBC노조는 지적했다.

    MBC노조는 "취재를 하되 반론을 듣고 제보의 신빙성을 철저하게 검증한 뒤 오랜 기간 살펴보면서 보도내용과 보도여부를 신중하게 정하는 것이 고발보도의 준칙"이라며 "그런데 '스트레이트'는 주진우라는 좌편향 기자를 앵커로 세워 반론은 무시하더라도 맥락에 따르는 일방적인 스토리라인을 진행시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방송 자체가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는 위험성을 감수하더라도 고발을 강행하겠다는 '직격성'을 내세운 것"이라고 해석한 MBC노조는 "이 때문에 방송할 때마다 위태위태한 순간이 계속됐다"며 "회사의 얼굴인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총체적인 허위보도가 판명된 만큼 해당 프로그램은 폐방하고 박성제 MBC 사장은 사퇴, 제작진은 징계절차를 밟는 것이 순리일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MBC 측은 "판결문 내용을 검토한 후 대응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승씨의 비정상적 언행 증거들, 차고도 넘쳐"


    앞서 장씨는 MBC '스트레이트' 방송 다음날(2021년 1월 25일)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제보자 승씨의 주장과 이를 여실히 반영한 방송 내용은 모두 허위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글에서 장씨는 "제보자 승OO의 거짓과 억지주장들이 시작된 동기와 그 배후이자 남친인 황OO의 비정상적인 정신상태가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며 "제 신변보호 경찰관으로부터 기자의 취재 요청이 왔을 당시 저는 인터뷰 가치도 못 느낀다고 전하도록 했고, 그때부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승OO과의 인연은 5년 전 제가 대북전문매체 뉴포커스 운영 당시 북한 꽃제비 출신 인물들을 취재한 것이 계기가 됐다"며 "실향민 출신인 제 친구(전OO)의 어머니로부터 '아들에게 참한 탈북녀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맞선을 주선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씨는 "당시 승OO은 제 지인(전OO)과 한 달이 넘도록 정상적인 교제를 하고도 지금에 와서 자기주장을 부풀리기 위해 저의 강요에 의한 성상납을 호소하고 있다"며 "(전씨와의) 전화 녹취록에서 승OO은 5년 전 교제 당시 자기가 낙태한 것을 2년 전 결혼한 제 지인 아내에게 알려주겠다며 거짓협박했고, 화해조건으로 제 비리 하나만 알려달라고 40분 동안 줄곧 애걸했다"고 폭로했다.

    장씨는 "이번 방송을 취재 전담한 홍OO 기자는 녹취자료들과 카톡 문자들을 자기가 이미 다 갖고 있다고 사학재단 측 변호사에게 인정했으나, 양면의 공정보도가 아닌 오로지 저를 과녁으로 삼는 일방적 주장의 짜깁기 기사를 위해 시청자들의 의혹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는 그 중요 증거물들을 방송에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전화녹취와 카톡 문자에는 "탈북민을 동정하며 밥 한 번 사 준 저의 지인을 성폭행범으로 몰고, 그 허위사실을 근거로 저의 성상납을 주장하는 승OO과 황OO의 비정상적인 언행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 장씨는 "제가 해외 출장 중이라 방송가처분신청이나 법적 대응이 늦어진 점은 통분하나 늦게나마 변호사 선임과 법적 조치 준비는 모두 마쳤다"며 "5년 전 성폭행, 성상납을 들먹인 승OO과 그 배후인 황OO, 그리고 그들의 비정상적인 사적 원한을 대변한 왜곡방송, 조작방송 MBC, 그리고 관련 기자들에게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