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기국회 처리 방침… 국민의힘 "공영방송 장악 음모" 퇴장이사회 9~11명→ 21명 확대… 사장은 '국민추천위'가 추천, 이사회가 선출 국민의힘 "민주당이 입법 조공하면… 민노총은 총파업 등 반정부투쟁" 비판민주당 '박완주 꼼수… '90일 법안심사 안건조정위 2시간50분 만에 통과과방위원 20명 중 '야권' 12명… 본회의 부의되면 처리 가능성 높아
  •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방송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방송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처리를 "입법폭거"로 규정하고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회의장에서 퇴장했다.

    민주당, 과방위서 방송법 개정안 '날치기' 통과

    과방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과방위원들과 언론인 출신인 박대출·배현진·안병길·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 시작에 앞서 과방위 회의장 앞에서 '공영방송완박법 반대합니다' '방송법 날치기 중단하십시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기도 했다. 

    회의가 시작되고 나서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과 찬반토론을 통해 방송법 개정안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민주당은 개악된 방송법 통과를 위해 거짓을 거짓으로 덮는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며 "민주당이 여당 시절 손 놓았던 방송법을 야당이 되자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꾼 것도 헌정사에 반헌법적, 반민주적인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반대토론에서 "이 개정안 자체는 민노총에 바치고자 하는 것밖에 안 된다"며 "화물연대 파업과 방송법 개정안이 별개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하나다. 민주당이 입법 조공을 바치면 총파업 같은 반정부투쟁으로 정부를 흔들겠다는 심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과방위 야당 간사인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민노총방송법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하지 말고, 윤석열정권의 방송 장악을 막기 위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정필모 민주당 의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논란이 계속됐는데, 이제는 특정 정파가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는 비상식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회의장 내에서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사진행발언을 하지 못하게 하자 권 의원은 "회의 진행을 개판으로 한다"고 소리쳤다. 

    이에 정 위원장은 "반말이나 개판 등 듣기 불썽사나운 발언은 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정안 통과에 반대하며 일제히 회의장에서 퇴장했고, 민주당 의원들과 무소속 박완주 의원만 남은 가운데 정 위원장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방송법 개정안의 골자는 ▲공영방송3사(KBS·MBC·EBS)의 이사회를 기존 9~11명에서 21명까지 확대 ▲공영방송 사장은 성별과 연령, 지역 등을 고려해 꾸린 100명의 '국민추천위원회'가 추천 ▲사장 선임은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선출 등이다.

    이사회는 ▲국회 5명 ▲미디어 관련 학회 6명 ▲시청자위원회 4명 ▲방송기자협회·한국PD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별 2명씩 총 6명 등으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이를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국민의힘은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친(親)민주당 성향의 인사들이 공영방송을 장악할 수 있다며 비판하는 상황이다.
  • 박성중 간사, 권성동, 김영식, 윤두현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토론 종결을 선언하자 정 위원장에게 항의한 뒤 퇴장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성중 간사, 권성동, 김영식, 윤두현 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원들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찬반 토론 종결을 선언하자 정 위원장에게 항의한 뒤 퇴장하고 있다.ⓒ연합뉴스
    與 "입법폭거 편법 자행… 한국 방송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 위원들은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개악 방송법 헌정사 최악 폭거로 기록될 것"이라며 "공영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나 민주당은 공적 책무를 짓밟고 민주당 나팔수로 전락한 민노총 언론노조의 노영방송 체제를 더 견고하게 하려는 개악된 방송법 개정안을 기어이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들은 1일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을 언급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의결을 막기 위해 개정안을 최대 90일까지 법안을 심사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했다. 안건조정위원회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며 4명만 찬성하면 통과된다.

    그러나 무소속 자격으로 참석한 의원이 민주당 출신 박완주 의원이었다. 이에 최대 90일의 숙의기간을 거칠 수 있는 안건조정위원회도 민주당의 강행처리로 단 2시간50분 만에 통과된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위원들은 회의장 각자의 자리에 '안건조정위 날치기 규탄한다'고 적힌 피켓을 붙인 채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민주당은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킨 입법꼼수를 또다시 방송법에 적용시켜 입법폭거 편법을 자행했다"며 "여야가 3 대 3 동수가 아니라 사실상 민주당 4표 대 국민의힘 2표로 완전히 의회폭거를 자행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날 회의 진행과 관련해서도 이들은 "정청래 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른 의사진행발언과 찬반토론을 방해했으며, 토론 기회도 요식적으로 한두 명에게만 주는 등 시종일관 독재 방식으로 입법 의결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입법꼼수뿐만 아니라 정언유착 사실도 문제"라고 지적한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정필모 의원을 비례대표로 추천한 한국피디연합회 등이 포함돼 있는 직능단체에 이사 추천권을 6인이나 부여하는 것은 전형적인 정언유착이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민주당은 정치적 독립을 가장한 개악된 악법을 날치기 처리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과방위원들은 "대한민국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결정할 방송법 개정안에 이런 정치편향 단체가 개입했다는 사실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오늘 방송법 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 방송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기에 국민의힘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 바로잡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과방위원들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10년 이상 끌어왔던 논의를 매듭짓고,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결단을 내렸다"며 "국민의힘에 묻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엇을 근거로 공영방송 거버넌스 개선법을 친민주당, 친민주노총이라고 하며 정당한 입법활동을 방해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방송·미디어 관련 학회를 친민주당이라 규정하는 주장도 학계와 전문가들을 향한 모독"이라며 "내뱉은 말은 당장 거두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과방위원들은 "이제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며 정권이 공영방송을 좌지우지하고, 대통령 홍보수석이 보도국장에게 전화하고 보도에 개입했던 과오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단독처리한 방송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그러나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법사위 심사가 끝나지 않을 경우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로 다시 넘어온다. 

    이 경우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곧바로 부의할 수 있는데, 현재 과방위는 20명 중 무소속 박완주 의원을 포함해 야권 의원이 12명으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