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김정은, 과거 존재감 없던 설움 김주애에 내비친 것"정세현 "앞으로도 공식석상 데리고 다니면서 훈련시킬 것"
  •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흰색 겨울옷을 입은 어린 여자아이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미사일 옆을 걷거나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연합뉴스
    ▲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흰색 겨울옷을 입은 어린 여자아이가 김정은의 손을 잡고 미사일 옆을 걷거나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북한이 신형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둘째딸 김주애와 함께 공식석상에 등장했다.

    처음 공개된 김 위원장의 둘째딸 김주애는 이후 27일 신형 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축하하는 자리에도 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두 차례 연속 공개석상에 김주애를 대동하자 북한 매체들은 김주애에 '사랑하는 자제분'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며 극존칭을 썼다. 또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열 살 남짓한 미성년자로 알려진 김주애에게 허리를 굽혀 깍듯하게 인사하는 장면도 함께 공개했다.

    이에 북한 외무성 소속으로 영국 주재 공사를 지내다 탈북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김일성 때 김정일이 미성년자로서 현지지도에 동행한 적은 많았으나, 미성년자인 김정일에게 '존귀한 자제'라는 식으로 소개된 적은 없었다"며 "또 김정일은 공식 후계자로 선정되기 전에는 본인이 허리를 굽혀 아버지뻘 간부들에게 인사했지, 이번처럼 간부들이 미성년자인 김정일에게 허리 굽혀 인사한 전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태 의원은 이어 김 위원장이 김주애를 공식석상에 대동한 것을 두고 "김정은이 아이 때 존재감을 드러내보이지 못했던 설움이 반영된 결과물로 해석된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일 전 국무위원장의 혼외자식으로, 후계자로 임명되기 직전까지는 북한 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고 후계자로 인식되지도 않았다. 김 위원장은 또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국무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도 없어 북한 내 입지를 비롯해 가문 내에서도 기반을 제대로 닦지 못했다.

    이에 태 의원은 "김정은의 생모도 집안 며느리로서 공식 대접을 받지 못했으니 한이 단단히 맺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또 지난달 3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정은의 딸과 간부들의 관계는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라며 "북한도 우리와 거의 비슷하다. 유교문화이기 때문에 아무리 자제분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의 간부들이 미성년자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김일성 때는 없었다"고 단언했다.

    태 의원은 김주애를 김 위원장의 후계자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세습통치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금 단계에서 이번에 공개된 딸이 김정은의 후계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전제한 태 의원은 "다만 군 간부들로부터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성할 것'이라며 충성맹세를 받은 것을 보면 북한의 세습통치를 3대에 이어 4대로 계속 이어가겠다는 점만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태 의원은 또 "이번 북한의 '존귀하신 자제' 공개는 북한의 핵 보유가 김정은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갈 것이며, 세습도 4대로 이어지니 북한 인민들로부터 계속해서 충성하라는 메시지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도 비슷한 맥락의 분석을 제시했다. 정 전 장관은 같은 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번에 ICBM 발사 성공에 기여한 사람들이 '백두혈통만을 앞으로도 모시겠다'고 충성의 맹세 비슷한 것을 했다"며 "백두혈통이라는 것은 김정은에서 김주애로 내려가는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10살짜리가 별 4개로 진급한 대장과 악수하는데 허리를 굽히지 않더라"면서 "나이 많은 노장군들이 10살짜리한테 90도로 허리 숙여 충성을 맹세하는 그런 장면이 방영이 되면서, 북한 인민들한테 그런 줄 알라(고 암시하는 것)"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 전 장관은 "이미 이제 김주애로 후계자가 결정이 되고, 앞으로 아마 웬만한 데는 다 데리고 다니면서 훈련을 시킬 것 같다"고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