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1일 윤건영 통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입장 발표"당시 대통령이 국방부·해경·국정원 등 보고 듣고 최종 승인" "월북 외 다른 가능성 제시 못하면서 발표 조작됐다고 비난"이래진 "文, 거짓으로 은폐해 놓고 말장난… 경악 금치 못해" 맹폭
  • 임기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5월9일 오후 청와대에서 나와 마련된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임기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숙 여사와 함께 5월9일 오후 청와대에서 나와 마련된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화답하고 있다.ⓒ정상윤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수사와 관련해 "안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전 대통령의 성명을 대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서해사건은 당시 대통령이 국방부·해경·국정원 등의 보고를 직접 듣고 그 보고를 최종 승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안보부처들은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고, 대통령은 이른바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펴본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언론에 공포되었던 부처의 판단이 번복됐다"고 지적한 문 대통령은 "판단의 근거가 된 정보와 정황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는데 결론만 정반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러려면 피해자가 북한 해역으로 가게 된 다른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시돼야 한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저 당시의 발표가 조작되었다는 비난만 할 뿐"이라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처럼 안보 사안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오랜 세월 국가안보에 헌신해온 공직자들의 자부심을 짓밟으며, 안보 체계를 무력화하는 분별없는 처사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부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은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서는 당초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군·해양경찰청에 이르기까지 정부 조직 전방위에 걸친 조작에 의한 '월북몰이' 정황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월북'과 '표류' 가능성이 모두 존재했지만, 월북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담긴 첩보 보고서 등을 무더기 삭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월북'으로 몰아간 정황을 검찰이 수사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월북몰이'를 최종 승인한 것으로 의심되는 문 전 대통령은 거꾸로 '월북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라'는 식의 주장을 편 것이다.
     
    이와 관련, 피살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는 문 전 대통령의 견해를 '말장난'으로 규정하며 분개했다.

    이씨는 이날 반박문을 통해 "(문재인정권은) 구명동의를 사전준비했으니 자진월북이라 발표하였으며, 최근 감사원 조사에서 밝혀진 한자가 표기된 구명동의가 있었다는 사실과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는 내용을 은폐했다"며 "월북으로 몰아가려는 구명동의에 관한 것부터 거짓으로 조작해 은폐했음에도 왜 북한 해역에 유입되었는지를 증명하라는 말장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분개했다.

    감사원이 지난 10월13일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9월21일 실종된 이씨는 북한군에 처음 발견됐을 때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이씨는 2020년 9월21일 0시58분쯤 어업지도선 무궁화10호에서 근무하던 중 소연평도 남방 2.2km 지점에서 실종됐다.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한군은 황해남도 강령군 구월봉 인근 해역에서 이씨를 발견했고, 밧줄에 묶어 다니다 같은 날 오후 7시40분쯤 이씨를 잃어버렸다. 

    이후 북한군은 오후 8시50분쯤 등산곶 인근 해역에서 이씨를 다시 발견했고, 이씨는 9시40분~10시50분 북한군에 피살된 뒤 소각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이씨가 피살된 당일 오후 10시쯤 해당 사실을 인지했다.

    이후 국가안보실은 같은 달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를 열었고, 회의가 끝난 뒤 새벽 시간에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 탑재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 및 국정원의 첩보 보고서 46건이 삭제됐다.

    아울러 감사원은 당시 해경이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 은폐, 실험 결과 왜곡,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생활 공개 등을 통해 이씨의 월북을 단정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문재인정부 당시 대북 안보라인 최고위급 인물인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대상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 전 실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실장은 지난 10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 주최 기자회견에서 "월북으로 몰고 갈 이유도, 실익도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바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은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이대준 씨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서해상 표류 중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이다.

    당시 군 당국은 이씨에게 도박빚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씨가 자진월북했다가 변을 당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6월16일 인천해양경찰서는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문재인정부의 수사 결과를 뒤집었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1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 문 전 대통령의 주장에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에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