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동명소설 원작, 11월 22일~12월 11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서 공연
  • 서울시뮤지컬단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 서울시뮤지컬단 '알로하, 나의 엄마들' 공연 장면.ⓒ세종문화회관
    1900년대 초반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던 하와이 이민1세와 한국에 있는 여성이 사진을 교환해 혼인하는 중매결혼이 성행했다. 나이 어린 처녀들은 사진만 들고 태평양을 건넜으며, 이렇게 결혼한 여성들을 '사진신부(Picture-Bride)'라고 불렀다.

    하와이 이민은 대한제국 역사상 처음으로 나라가 공식으로 허가한 이민이었다. 1924년 미국의 동양인배척령으로 동양인 입국이 중단되기까지 14년 동안 하와이에 951명, 미국 본토로 115명의 사진신부가 입국했다. 이들의 나이는 16~24세 정도로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도 다양한 사회활동을 했고, 독립운동에 힘을 보탰다.

    최근 '파친코' '미나리' 등 한국의 디아스포라를 담은 서사들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금이 작가의 동명소설을 뮤지컬 무대로 옮긴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22일부터 12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서울시뮤지컬단이 올해 선보이는 세 번째 창작뮤지컬이다. 일제강점기에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위해 하와이로 떠난 세 여인들의 우정과 삶을 다룬다. 이들이 머나먼 땅에서 힘겹지만 묵직하게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모습은 100년이 넘은 현재 우리들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 단장은 22일 오후 세종M씨어터 열린 프레스콜에서 "역경을 이겨낸 여성들의 연대와 우정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 우리들을 있게 한 이 시대 모든 어머니들의 상징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기존의 뮤지컬들과는 다른 작품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하고, 마음에 진하게 와닿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창작진과 출연 배우들이 22일 오후 세종M씨어터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세종문화회관
    ▲ 뮤지컬 '알로하, 나의 엄마들' 창작진과 출연 배우들이 22일 오후 세종M씨어터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세종문화회관
    이번 초연은 김덕희 총괄프로듀서를 필두로 오미영 극작가, 이대웅 연출가, 이나오 작곡가, 김길려 음악감독, 박경수 안무가 등이 참여했다. 서울시뮤지컬단 소속 이혜란·정은영·김범준·하도영과 함께 배우 홍지희·이수정·임지영·주다온·박영수·정동화 등이 출연한다.

    이대웅 연출은 "조선·고베·포와·호놀룰루 등 빠르게 변화하는 여러 공간성과 액자식 구성을 연결하는 시간성을 담아내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1막에서는 세 소녀들이 만나 포와에 도착하고 흩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가 잔잔하게 흘러간다면, 2막에서는 인생의 멋진 파도타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가난한 양반집 딸 버들, 결혼하자마자 청상과부가 돼 집으로 돌아온 홍주, 무당의 손녀로 태어나 돌팔매질을 당하며 천대받던 송화. 18세 경상도 김해 출신의 세 소녀는 중매쟁이가 건넨 신랑감 사진 한 장만 들고 혈혈단신 포와(하와이)로 떠난다.

    각자의 꿈을 품고 포와에 도착한 사진신부들은 마중 나온 남편을 보고 기겁을 한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사진 속 멋진 청년이 아닌, 대부분 노동에 찌들어 나이 든 남자였다. 고된 노동, 폭력, 인종차별 등의 불행은 계속되지만 버들·홍주·송화는 삶을 포기하지 않고 낯선 땅에서 단단한 뿌리를 내린다.

    오미영 작가는 소설과 뮤지컬의 차이점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원작은 주인공 버들을 중심으로 서사가 구성되지만 뮤지컬은 송화와 홍주의 이야기를 부각시켜서 세 소녀의 연대에 중점을 뒀다. 또 소설에서 버들의 딸 펄이 에필로그처럼 잠깐 나오는데, 뮤지컬에서는 이야기의 화자로서 이전 세대를 이해하고 화해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작이 역사적 고증을 통해 쓰여져 있지만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가 별로 없더라. 멋지게 보이기 위해 태완(홍주 남편)을 낭만적으로 만들었고, 원작에 없던 준혁을 새롭게 등장시켜 송화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인물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