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드라마 '형사록'서 주인공 택록 역 열연살인 용의자가 된 형사가 '진범'을 쫓는 수사극"대본 읽으면서 나조차 '친구'가 누군지 헷갈려""로버트 드니로처럼 꾸준히 연기하는 배우될 터"
  • "범인이 누구냐고요? 제 집사람도 저한테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범인이 누군지…. (웃음) 감독님도 요즘 그런 전화를 많이 받는대요. 저는 이미 대본을 받아보고 들어갔기 때문에 범인이 누군지 알고 찍었죠. 그런데 스태프들은 다들 모르고 시작했어요. 여러분과 마찬가지 입장이었던 거죠."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형사록'에서 한순간에 살인범으로 몰린 형사, '김택록' 역을 맡은 이성민은 범인의 정체를 궁금해하는 취재진에게 "내일(16일) 오후 완결편인 7~8화가 공개될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성민은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땐 서광수 영서금오경찰서장(김홍파 분)을 의심했는데 2화를 보다가 천기덕 사장(윤제문 분)으로 바뀌었고, 3부에서는 국진한 수사과장(진구 분)이 범인인 줄 알았다"며 "저도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범인의 정체가 계속 왔다갔다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자동차 사고신(5화)을 읽다가 '멘붕'이 왔어요. 이게 뭐지? 아마 화면으로 '형사록'을 보신 시청자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거예요. 손경찬 형사가 CCTV로 택록을 감시하는 신도 정말 충격이었죠. 이학주 씨가 연기를 참 잘했어요. 주변에서도 소름이 돋았다는 반응이 많더라고요."

    이성민은 "한동화 감독이 캐스팅부터 정말 공을 많이 들였다"며 "어떤 기운을 갖고 있는 배우를 써야 시청자들이 그 배우를 의심할 거라면서, 보시는 분들이 오로지 그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안배를 잘 했다"고 설명했다.

    "큰 역할, 작은 역할 할 것 없이 모든 배우들이 열연을 했어요. 김태훈 씨 연기도 너무 좋았고, 윤제문 씨는 감독님이 워낙 공을 많이 들인 배우였죠. 그 분들이 참여해준 것만으로도 전 행복했어요."

    한 번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성민의 입에서 칭찬이 봇물 터지듯 계속 나왔다.

    "진구 씨는 제가 해준 것도 없는데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고, 양기태 역을 맡은 재범 씨와는 정말로 같이 연기하는 게 재미있고 신났어요. 이성아 형사 역으로 나온 경수진 씨는 '몸을 잘 쓰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여자 배우들이 잠바 입고, 소매 걷고 총 들면 좀 어색해 보일 수 있는데, 그 한계를 잘 풀어냈더라고요. 학주 씨는 뭐 말할 것도 없죠. 처음부터 자기가 용의자로 보이게끔 감정을 잡고 들어가더라고요."

    이성민은 "이 드라마는 매회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해 '내가 범인이야'라고 흘리는 게 관전 포인트"라며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 감독님이 의도한 대로 잘 흘러간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런 면에서 손경찬 형사 역을 맡은 학주 씨의 연기는 정말 칭찬해 주고 싶어요. 제가 그렇게 칭찬하더라고 꼭 좀 전해주세요. 하하."

    이성민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며 "너무 재미있어 정말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고 떠올렸다.

    "작가님이 너무 재미있는 대본을 주신 거예요. 1편 보고, 2편 바로 보고, 또 3편까지 숨도 안 쉬고 봤던 거 같아요. (웃음) CCTV 신이 나올 땐 저도 화들짝 놀랐다니까요. 시청자들도 저와 비슷한 심정으로 '형사록'을 보고 계시지 않을까요? 사실 대본 이면에는 숨어 있는 커다란, 더 큰 사건들이 숨겨져 있어요. 그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감독님께 들었죠. 마치 강의 수준으로."

    이성민은 "첫 미팅 때부터 한동화 감독의 의지가 대단해 보였다"며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며칠을 계속 만나서 대본 회의를 했어요. 대본을 한 장씩 넘겨가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면서 감독님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걸 알았어요. 현장에서 촬영할 때도 배우들을 많이 배려해줬고, 무엇보다 배우들의 생각을 기탄 없이 수용해줬어요. 정말 열려 있는 분이라는 생각을 그때 했죠. 함께 작업을 하면서 디렉션과 오케이가 완벽하게 신뢰할 만하다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이성민은 "한 감독이 작업하는 방식을 저희들에게 맞춘 부분이 많다"며 일례로 크로마키를 활용한 자동차 운전신을 언급했다.

    "먼저 카체이싱 장면을 촬영하고, 통화하는 장면은 나중에 크로마키로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어요. 자동차가 어느 지점에서 추월하고 코너를 도는 걸 다 계산하고, 자동차의 움직임에 맞춰 연기를 했죠."

    이성민은 "감독님과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 신을 추가하거나 뺀 것도 많다"며 "이 드라마가 가야할 방향은 범인을 추적하는 것인데, 사건의 본질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서정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편집해 시청자들이 사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신에서 시청자들이 숨을 죽이고 사건을 추적할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런 목적 하에 많은 부분을 현장에서 수정했죠.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은 잘라내야 했어요.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감독님뿐 아니라 배우들도 찾아내고 서로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

    이성민은 "최근 들어 코로나 시기를 겪고, OTT 작품들이 쏟아지면서 '이럴 때 영화는 어떻게 변해야 하지?', '나는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지?' 같은 고민들이 생겼다"며 관객들의 취향과 영화를 보는 방식이 달라진 것이 영화계의 판도를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저는 '말괄량이 삐삐'를 일반 TV보다 아주 작은 화면으로 봤거든요. 그때는 TV가 점점 커지는 쾌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작아야 좋대요. (웃음) 처음엔 이해가 잘 안 갔어요. 지금은 다들 드라마나 영화를 휴대전화로 보잖아요. 심지어 2배속으로 OTT 영화를 본다는…. 충격이었죠. 그런 걸 체감하면서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야 관객들이 볼까 하는 원초적인 걱정이 생겼죠. 제가 시대를 잘 못 읽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겁이 나기도 했고요."

    이성민은 "(환경이 변하더라도) 꾸준히 연기를 하면 된다는 지론에는 변함이 없다"며 "그냥 젊을 땐 젊은 역할을 하고, 나이가 들면 그에 걸맞는 노년 연기를 하면 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연기에 도전하는 게 배우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많이 나오면 식상할 수 있다고요? 배우로서 이미지가 소모되는 게 아니냐고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로버트 드니로를 보세요. 그 분이 그렇게 많은 작품을 했어도 그런 생각은 들지 않죠. 그래서 저는 저를 불러주시면 그냥 해요. 제가 가진 이미지가 뭐가 아깝다고 망설이나요. 제가 쓸모가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하면 되는 거죠. 물론 맡은 배역에는 경중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죠. 어떤 작품이든 허투루하지는 말자는 게 제 신념이에요."

    [사진 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