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교수, 4일 '호흡기 질환'으로 숨져보수지성인의 상징, 명칼럼니스트로 각광'나비 넥타이'와 '콧수염'이 트레이드 마크민주화 운동으로 옥고‥ DJ 이후 보수 전향"이게 뭡니까" "3김 낚시론" 유행어 만들어
  • 보수 진영 원로인 김동길(사진)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4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에 따르면 숙환으로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온 고인은 전날 오후 10시 30분쯤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지난 2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바로 회복했으나 3월부터 호흡기가 나빠져 병원에 입원했다.

    누나인 고(故) 김옥길 이화여대 총장과 더불어 평생 독신으로 지낸 고인은 생전 서약에 따라 시신을 연세대 의과대학에 기증할 예정이다. 고인이 살던 서대문구 자택은 이화여대에 기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지고, 빈소는 서대문구 자택 마당에 위치한 '김옥길 기념관'에 마련될 예정이다. 발인은 오는 7일. 유족으로는 누이인 옥영·수옥 씨가 있다.

    촌철살인 '명언' 제조기… 평생 '자유민주주의' 설파

    1928년 평안남도 맹산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6년 김일성 정권이 들어선 후 월남해 연희대(현 연세대)를 졸업했다. 월남 전 평안남도 평원군 괴산국민학교에서 잠시 교사 생활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원래 연희대에서 영어영문학과를 다녔으나 평소에 존경하던 백낙준과 함석헌 등을 좇아 역사학과로 전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 후 미국 인디애나주 에반스빌대에서 역사학(석사)을 공부하고, 보스턴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연세대 사학과 교수를 지내며 1991년까지 후학을 양성했다.

    보수 진영 원로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연세대 교수 시절 고인은 '민주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진보 진영 인사였다.

    '씨알의 소리' 등에 박정희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썼고,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고인은 '운동권'의 배후로 몰려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고인은 이 사건으로 교수직에서 해직됐으나 1979년 10.26 사건 이후 복직했다. 1980년 '김대중 내란 음모 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다시 해직된 고인은 4년 뒤 복직했다.

    해직 기간 중 신문 칼럼과 강연 등으로 유명세를 탄 고인은 1992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창당한 통일국민당에 합류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같은 해 열린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당 후보로 서울 강남구 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정주영 회장이 정계를 떠난 후 통일국민당 대표가 된 고인은 1994년 신민당을 창당했다. 1995년 김종필 전 총리가 창당한 자유민주연합에 합류했으나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돌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고인은 김대중 정권이 들어선 후부터 보수 성향으로 돌아섰다. 우파 언론에 칼럼을 게재하며 자신이 반공·반북 노선을 걷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시사·풍자예능 프로그램에도 종종 출연한 고인은 "이게 뭡니까"라는 유행어를 낳을 정도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3김씨는 이제 정치를 그만두고 낚시나 하라"는 칼럼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나비 넥타이와 멋드러진 콧수염이 트레이드 마크.

    지난해까지 유튜브 채널 '김동길TV'를 운영한 고인은 올해 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후원회장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