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논란 영상 엠바고는 9시39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 9시33분에 내용 비난박홍근, 영상 내용 어떻게 미리 알았나?… 대통령실 일각 "전체 대화 흐름 봐야"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순방 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논란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의 앞뒤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 영상을 보유한 방송사가 대화 전체 영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통령실 한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당시 풀 취재로 영상을 전체 방송사가 공유했고, 그렇다면 전후 대화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영상이 공개되면 간단하다"며 "특정 대통령의 발언이 발췌된 영상이 아니라 전체적인 대화의 흐름을 본다면 바이든 대통령을 거론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21일(미국 뉴욕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참석 후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MBC의 보도가 사실상 왜곡이라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논란이 인 지 15시간여 만에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가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해명했다. 미국 측을 향한 발언이 아닌 우리 야당을 향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있던 박진 외교부장관은 지난 23일 외교부 출입기자단에 성명을 보내 "다른 나라들의 10억 달러 안팎 이상의 기여 규모를 볼 때 우리도 경제규모에 걸맞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의미로 받아들였다"며 "그래서 (제가) '내용을 잘 설명해서 예산이 통과되도록 하겠다'라는 취지로 대통령께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MBC가 최초로 보도한 영상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윤 대통령도 26일 출근길에 순방 중 불거진 이른바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처음으로 견해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그와 관련한 나머지 얘기들은 먼저 이 부분에 대한 진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확실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바이든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이유도 없고 그런 맥락도 아니었음에도 그런 보도가 나가서 동맹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이 나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MBC가 당시 영상을 보도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도 고의적 왜곡 의도가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MBC의 정언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역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최초 보도가 없던 상황에서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 정언유착이라는 것이다.

    전주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이날 MBC 노동조합(제3노조)의 입장을 인용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수행원들과 사적으로 나눈 이야기를 촬영한 영상이 뉴스로 보도되기도 전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관련 내용을 먼저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대위원도 "특정 정당과 언론사가 보도 정보를 사전에 주고받아 여론몰이를 시작했다면 완벽한 정언유착"이라고 말했다.

    MBC노조(제3노조)에 따르면 MBC 소속 A기자가 뉴욕에서 송출영상을 MBC 본사로 보낸 시점은 우리 시간으로 22일 오전 6시28분이다.

    MBC 디지털뉴스가 유튜브 '오늘 이 뉴스'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제하의 1분12초짜리 동영상을 최초로 업로드 한 시각은 22일 오전 10시7분이다. 

    하지만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막말이라며 비난발언을 한 시각은 22일 오전 9시33분이다. 최초 보도보다 30여 분 빨리 박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이날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치고 "제가 알기로는 당시 대통령실에서 공개하지 말라고 요청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데 기자들이 상의한 결과 그럴 수 없다고 결정을 내린 사안"이라며 "그 이후 영상이 소위 SNS에 돌기 시작했고 제가 발언하기 전에 동영상이 돌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발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날 온라인 상에서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영상을 MBC가 유튜브에 최초로 올리기 이전부터 '반디캠(BANDICAM)' 파일로 빠르게 확산했다. 이를 두고 대통령 해외 순방 관련 영상이 온라인 상에 먼저 유포된 경위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영상취재를 담당했던 대통령실 영상기자단도 견해를 밝혔다. 영상기자단은 26일 성명을 통해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은 '대통령 비속어 발언'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어떠한 왜곡과 짜깁기도 없었음을 밝힌다"며 "엠바고 해제 이전 대통령실 풀단에서는 어떤 영상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 보도 이후 해당 영상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대통령실 반응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영상기자단은 "엠바고 해제 이전 대통령실 풀단에서는 어떤 영상도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논란 영상 엠바고는 9시39분이었다. 그런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내용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막말'이라고 비난한 것은 그보다 6분 앞선 9시33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