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광고관리규정 개정안' 발표의견광고 심의 중지… 정치적 중립성 확보문재인 생일축하·세월호 추모 등 잇단 논란"'표현의 장' 아닌 지하철 운영 본연 역할"
  • ▲ 문재인 전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견광고가 서울시 지하철 역사 내 게재된 모습. ⓒ연합뉴스
    ▲ 문재인 전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견광고가 서울시 지하철 역사 내 게재된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 지하철 내 '의견광고'가 사라진다. 그간 문재인 전 대통령 생일 축하 및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 촉구 등 시민의 정치적 의견이 광고를 통해 표현돼 왔지만, 지하철 운영이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정치적·사회적 논란의 장으로 소모됐다는 게 서울교통공사 측의 설명이다.

    1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달 31일 의견광고 심의 중지를 통한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을 골자로 하는 '광고관리규정 일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의견광고란 개인이나 단체가 특정 사항에 대해 의견을 진술하는 광고로, 상품이나 서비스 정보를 알리는 상업광고와 구분된다. 

    교통공사, 의견광고 심의 중단… 정치적 중립성 확보

    공사는 "최근 지하철 광고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부정적 언론보도 및 민원 등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유발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는 의견광고 심의 중지 및 순수 상업광고 외부 전문기관 위탁 심의로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심의 객관성 및 공정성을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시민들의 의견이 표출돼 사회적 논란이 된 의견광고 심의 자체를 중단함으로써 게재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것이 공사 측의 입장이다. 또 상업광고 역시 객관성 결여 등 공사 귀책 논란을 막기 위해 내부 광고심의위원회가 아닌 외부 전문기관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공사가 정의한 의견광고 세부사항으로 '정치'는 △정치인 이름, 얼굴, 이미지 등 표현 △정치적 주의, 주장, 정책 표출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될 수 있는 광고 등이 있다. '성별'은 △성역할 고정관념 및 편견 포함 △성차별이나 비하·혐오를 조장하는 표현 △외모지상주의, 외모차별 조장 표현 △성별에 따라 폭력의 가·피해자를 구분하는 의미 포함 △피해자가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의미 포함 등이 있다.

    또 '인권'은 △차별 및  편견·혐오를 조장하는 표현 △특정 이념·종교·관점 과도한 부각 또는 비하 등이 있으며 '기타'는 △공사의 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광고 △광고주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광고 등이 있다.
  • ▲ 고(故)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의견광고가 서울시 지하철 역사 내 게재된 모습. ⓒ연합뉴스
    ▲ 고(故)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는 의견광고가 서울시 지하철 역사 내 게재된 모습. ⓒ연합뉴스
    공기업 중립성 훼손 비판… 불승인 결정엔 '노이즈마케팅'

    그동안 서울시 지하철 의견광고는 꾸준한 찬반 대립 발생을 통해 논란의 중심에 있어 왔다. 

    대표적으로 2018년 게시된 문재인 전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가 있다. 당시 문 전 대통령 지지자 모임은 지하철 주요 환승역 10곳에 이 같은 이벤트 광고를 설치했는데, 정치인에 대한 지지 견해가 개진되며 '신선하다'는 반응과 동시에 '공공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같은해 숙명여대 학생들은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불법촬영 중단과 같은 페미니즘 광고를 게시하려 했으며, 대학생 연합 동아리 '대학생겨레하나'는 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광고를 게재하려 했으나 모두 사회적 미합의 등을 이유로 공사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또 작년에는 4.16 해외연대가 신청한 세월호 8주기 추모 광고와 박정희 대통령 추모 광고가 정치적 중립성 방해를 이유로 게재되지 않았으며, 성전환 수술을 하고 강제 전역된 고(故) 변희수 하사의 복직 소송을 응원하는 광고는 재판이 진행 중이라 소송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돼 불승인을 결정이 났다. 이후 극단적 선택을 한 변 하사를 추모하는 의견 광고는 세 번의 신청 끝에 게재를 승인 받았다.

    이와 관련, 공사 측은 뉴데일리에 "공사 관계자가 아닌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내부 심의위원회가 심의를 했지만 불승인에 대한 책임은 공사에 있다는 귀책 사유가 빈번히 제기돼 왔고, 불승인 자체를 하나의 논란거리로 만드는 '노이즈마케팅'이 반복되다 보니 심의 자체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토로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에 대해서는 "지하철이 '표현의 장'으로서가 아닌 지하철 운영 기관이라는 본연의 역할이 있는 만큼, 논란이 아닌 쾌적하고 안전한 열차 운영에 힘을 쏟겠다는 취지"라며 "공기업이다보니 중립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안과 관련해서는 "심의위원회를 두고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강구해왔지만 계속해 논란이 발생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