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수술 중 사망→ 유족 항의→ 의사 측 사과 거부→ 전단지 배포→ 소송1심 "명예훼손 인정" 300만원 선고→ 2심 "사실 적시" 벌금 50만원으로 줄여대법원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 명예훼손 적용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 인정
  • ▲ 대법원. ⓒ정상윤 기자
    ▲ 대법원. ⓒ정상윤 기자
    의료사고로 숨진 환자에게 '재수 없어 죽었다'는 등 막말을 한 의사를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것은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9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의 모친은 고양시 소재 한 병원에서 무릎 인공관절수술을 받다 사망했다. 환자 사망 후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유족들에게 "댁의 어머니는 노령이고 질병이 있어 재수가 없고 운도 없었다"는 소견을 전했다.

    이에 유족들은 항의했으나 의사와 병원 측은 사과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2017년 11월 해당 병원 앞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리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1심은 A씨가 허위사실 적시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에서는 A씨가 사실은 적시했다고 보고 벌금을 50만원으로 줄였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은 A씨의 전단 배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 명예훼손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공공의 이익을 들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의사가 유족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환자 생명을 경시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모욕적인 언행을 했다"며 "전단지 내용은 담당 의료인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한 의료소비자의 피해 사례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의 행위는) 사적 영역에서 일탈행위를 했다기보다는 의료행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영역에서 의료인 자질과 태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피고인이 밝힌 '의사로서 태도에 문제가 있어 책임을 묻고 다른 환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전단 배포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