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탄압 판단 주체, 윤리심판원→ 당무위… 비대위 안건 의결'비명계' 윤영찬 "상당히 아쉬운 결정… 원래 당헌 취지의 후퇴"'친명계' 서영교 "당헌 80조 완전 삭제 청원, 의제 반영해야"
  •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당무위원회가 19일 '셀프 구제' '꼼수 방탄' 등 논란에 휩싸인 당헌 80조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당무위 회의 후 "당헌 80조를 포함한 모든 개정 사항에 대해 이견 없이 통과됐다"며 비상대책위원회가 올린 안건을 그대로 의결했다고 전했다. 이날 의결된 당헌 개정안은 오는 24일 중앙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앞서 민주당 비대위는 '이재명 방탄'으로 논란이 된 당헌 80조 1항을 개정하지 않기로 했다.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당직자 직무정지 요건을 '기소 시'에서 '1심 유죄 시'로 완하한 의결안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당헌 80조 3항을 일부 수정하며 또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 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 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에서 정치탄압 등을 판단하는 기구를 윤리심판원이 아닌 당무위원회로 바꿨기 때문이다.

    당무위는 당 대표를 의장으로 하는 의결기구다. 유력한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된 뒤 기소될 경우, 자신이 직접 정치탄압 여부를 판단하는 '셀프 구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도 "셀프 면죄가 가능하다"며 "꼼수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신 대변인은 "여러 방식으로 당헌 80조 개정 필요성이 논의된 만큼 부정부패 개선에 대한 의지와 그것을 유지하면서도 부당한 정치탄압과 보복에 대해서는 당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예외사항을 마련한 절충안"이라고 설명했다.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윤영찬 민주당 최고위원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정권의 탄압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부분을 당무위원회로 이관했는데, 이 부분들은 상당히 아쉬운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당 윤리심판원이라는 것은 사실상 외부인사가 절반이 넘는다"며 "외부에 중립적이고 가치를 배제한 상식적인 판단들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 규정을 뒀을 텐데, 이것을 당 대표가 위원장인 당무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바꾼 것은 원래 취지의 후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다른 이유'로 비대위 결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당초 전준위 의결안을 지지했는데 비대위가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의원 지지자들은 아예 민주당 청원 시스템에 당헌 80조 완전 삭제를 요구하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친명계인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후보는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좋은 지도자가 아니다"라며 당헌 80조 삭제를 의제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의결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각의 우려처럼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더라도 당무위 의결 과정에서 입김을 불어넣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 윤리심판원은 이재명이 지정하는 사람으로 채워질 것"이라며 "그것보다는 당무위에서 의결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아무리 당 대표가 의장이더라도 100여 명이 있는 당무위원들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