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 출범 확정…'강제해임' 수순 李 여론전 공세'진박' 언급한 이준석… "윤핵관들이 결코 못하지 않다""징계 과정에 정무적 판단 개입했을 것"… 尹 우회적 비판주호영 "매우 안타까운 일"… 박성중 "당 비판도 도 넘어"
  •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 징계 과정과 비대위 전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정상윤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리위 징계 과정과 비대위 전환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정상윤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확정된 가운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비대위 출범이 확정됨과 동시에 사실상 '강제해임' 된 이 전 대표가 연일 공개행보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 전 대표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핵관'과 연일 대립각 세우는 이준석

    이 전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보수에 있는 사람들은 정신을 차려야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 때 탄핵에 이르는 과정, 사후적으로 후회했던 지점들이 있다. 박 대통령께서 독주를 하시려고 할 때 미리 견제를 했어야 했던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고, 총선 때 공천학살 할 때도 '진박'(진실한 친박근혜)이라고 해서 호가호위하는 이상한 분들이 나왔을 때 미리 제압하지 못했다"고 토로한 이 전 대표는 "익명 인터뷰를 하고 당내에서 사고 치는 것을 보면 진박보다 윤핵관들이 결코 못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현재 감정이 배신감·모멸감·자괴감 중 어느 상태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전 대표는 "그런 감정들은 지난 대선 때부터 누적됐다"며 "지금 와서 갑자기 그런 감정이 생기겠느냐"고 에둘렀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소위 자기정치를 못하게 하려고 방해했고, 지금 윤핵관들이 혁신위 같은 것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만들고 있다"며 "그 외에도 국민의힘이 가졌던 과거 안 좋은 모습들을 다 털어내자고 했는데 계속 방해한다"고 질타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윤핵관들이 앞으로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1년 동안 이준석을 공격했던 사람의 97% 이상은 자기 이름을 걸고 비판 못했다"며 "대포차로 사고 치고 다닌 분들한테 대포차 말고 제대로 된 번호판 달고 다니라고 하면 그분들이 왜 하겠느냐"는 것이다.

    "尹 6월 독대 부인… 이준석 거짓말쟁이 만들기 작전"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 6월 윤 대통령과 독대 사실을 대통령실에서 부인한 것을 두고 "이준석 거짓말쟁이 만들기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독대) 보도가 나오고 대통령실 반응이 '저녁식사를 하지 않았다'여서 대통령실에 확인했다"며 "저는 '대통령실에서 만남을 부인하면 저도 부인하고, 긍정할 거면 저도 긍정해서 맞추겠다'고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저녁을 먹은 적 없다'는 게 (대통령실의) 최종 입장이라고 해서 만남을 인정하는 건가 (생각해) 가만히 있었는데, 다음날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고 밝힌 이 전 대표는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했는데 마지막 결론은 이준석 거짓말쟁이 만들기를 위한 작전으로 갔다"고 비난했다. 

    이 전 대표는 또 지난달 초 윤 대통령 측과 자진사퇴 시기를 조율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해서 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일축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것들을 협의한다는 것 자체가 오해를 사기 딱 좋고 기본적으로도 신뢰관계가 없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당신들이 나가서 '이준석이 협상을 한다'고 할 것 아니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것이다.

    윤리위원회 징계와 관련해 '윤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 전 대표는 "(징계 절차를) 개시 안 하기로 했던 것을 다시 개시하기로 한 시점에 정무적인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전 대표는 "(정무적 판단의 주체를) 섣불리 예측을 안 하겠다"면서도 "여당 대표에 대해서 정무적인 판단을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윤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들께 어떻게 비치는지 고려해 달라"

    이 전 대표가 13일 기자회견과 15일 라디오 출연 등 연일 공개행보를 보이며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을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출근길에 '이 전 대표가 주말 기자회견에서 당내 여러 인사를 향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는 지적에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이 (전) 대표도 당과 당원을 사랑하는 마음이 많다고 보기 때문에 그게 당원과 국민들께 어떻게 비치는지 잘 고려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린다"고 밝혔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과 언론 인터뷰와 관련 "자성이 없는, 끝없는 남 탓"이라며 "당에 대한 비판도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분란을 일으킨 것이 윤핵관이라고 생각하는데 실제 장본인은 이 (전) 대표"라며 "모든 것이 윤리위원회 판단으로 된 것인데 그게 마치 윤핵관의 어떤 잘못으로 된 것 같이 대통령과 윤핵관을 공격하는 것은 본말이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전 대표의 '앙두구육'(羊頭狗肉) 발언과 관련, 박 의원은 "대통령과 관련된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정말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려면 본인부터 다시 봐야 한다. 남 탓을 하기 전에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