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공식 입당 제안 받은 것 없지만 같이하자는 의원들 많아""민주 반도체특위서 '무슨 초선이 위원장이냐'는 말 들어" 폭로호남이면서 삼성전자 임원 출신… 국민의힘 험지 수원 탈환 기대
  •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종현 기자
    ▲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종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반도체산업 강조 방침에 화답해 구성된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7일 당장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힘 내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양 의원에게 전문성을 살리는 경기도 수원지역구를 제안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발맞춘 양 의원 영입을 위해 러브콜을 보내는 모양새다.

    "같이하자는 의원 많아" 입당 가능성 열어둬

    양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입당 관련 질문에 "저는 지하와 지상을 연결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다"며 "중립적인 입장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특히 반도체특위는 무소속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산업계나 학계에 계신 분들은 어떤 정당에 소속된 특위라고 하면 정치색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해서 굉장히 (참여를) 꺼려한다"고 전제한 양 의원은 "무소속인 제가 위원장을 맡게 되니 각계의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정말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양 의원은 다만 입당 제안과 관련 "공식적으로 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의원들 개별로) 같이하자는 말들을 상당히 많이 한다.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얼마만큼 제대로 높여 놓느냐,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패권국가로 제대로 가게 하느냐에 몰두할 생각"이라며 입당 결정 시기가 당장은 아니라는 여지를 남겼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여성임원 출신인 양 의원은 광주여상을 졸업했으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를 지낸 국회 내 최고의 반도체전문가다. 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광주 서을 지역구에서 당선됐으나, 지난해 지역사무소 보좌진의 성범죄 의혹이 불거지자 책임을 지고 탈당했다.

    그러다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을 강행하는 민주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복당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양 의원은 이후 국민의힘의 반도체특위 위원장직 요청에 범국회 차원에서 초당적으로 구성하자고 역제안했으나, 민주당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직을 수락했다.

    양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를 일성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더이상 늦출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국회가 공전을 거듭해 (반도체) 일이 시급하고 정부와 함께해야 하기에 여당 (특위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특위 위원장 맡으며 자괴감 느꼈다" 폭로

    지난해 5월 민주당 반도체기술특위 위원장을 맡았다가 한 달 만에 그만둔 이유로는 "당시 '다선의원을 뒷방 노인네 취급해서야 되겠나' '무슨 초선이 위원장이냐' 이런 말을 들었다"며 "상당히 자괴감을 느꼈다. 이런 말들이 다시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폭로했다.

    검수완박을 두고는 "도저히 이 법안을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며 "70년간 이어온 사법체계의 근간을 재설계하는 일인데 이런 중차대한 입법을 국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명백했다. 지금도 (탈당을) 후회하거나 그런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검수완박 법안이) 여야 합의 하에 로드맵과 방향을 정하고 가도 힘든 입법인데 이런 국민적 합의도 없고 또 절차적 당위성도 없이 졸속으로 강행 처리하는 과정 자체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수원지역구로 전문성 살려" 국민의힘에서 러브콜

    국민의힘 내에서는 양 의원의 민주당 재입당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만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24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타개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상황에서 호남 출신 반도체전문가인 양 의원이 윤석열정부 국정기조에 발맞춘 인사라는 점에서다.

    공식적이지는 않지만,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양 의원에게 수원지역구를 제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5개의 금배지를 배출하는 수원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한 곳이다. 국민의힘에는 험지이지만, 삼성전자 본사를 품은 지역에 호남과 삼성 기업인 출신인 양 의원이 국민의힘 깃발을 꽂기에 제격이라는 것이다.

    반도체특위에 소속된 한 국민의힘 의원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양향자 의원의 지역구가 광주이지만, 기업 임원 출신으로 경제·산업정책에 대해서는 우리와 생각이 같은 점이 많다"며 "삼성전자가 있는 경기 수원에 지역구를 줘 전문성을 살리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양향자 의원이 광주 출신이지만 (민주당이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며 "(수원 지역구)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직 민감한 시기이고, 양 의원이 하기 나름이지 당 내에서 (입당을) 왈가왈부하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